해외 부동산 투자 위기…부실 '부메랑'되나
상태바
해외 부동산 투자 위기…부실 '부메랑'되나
  • 박대웅 기자
  • 승인 2023.07.28 16:4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해외 부동산 투자 위험 경고음
변제순위 낮은 지분 투자 많아
금감원 "충당금 적립 관리할 것"
서울 여의도 증권가 전경.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금융권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특히 국내 증권사와 자산운용사가 투자한 해외 부동산들이 무더기 손실을 내고 있다. 미국, 홍콩, 독일, 프랑스 등 글로벌 상용 부동산이 휘청이면서 시장 안팎에선 "물렸다"는 말까지 나온다. 글로벌 상용 부동산 시장의 충격파가 국내 금융시장을 흔들고 있다. 

이런 경계감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 20일 황선오 금융감독원 금융투자 부원장보는 국내 증권사 10곳의 리스크관리총괄(CRO), 기업금융(IB) 담당 임원들을 불러 모아 부동산 익스포저(위험노출액) 추가 부실 발생에 대비해 손실흡수 능력을 선제적으로 확보하라고 주문했다. 표면적으로 이달 승진한 황 부원장보가 증권사 주요 인사들과 간담회를 갖는 자리였지만 사실상 해외 부동산 투자와 관련해 경고등이 켜진 상황에서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한 '소집'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홍콩 골딘파이낸셜글로벌센터 전경. 사진제공=미래에셋증권

홍콩·독일·프랑스서 터지는 해외 부동산 투자 경고음

최근 홍콩에서 문제가 터졌다. 문제가 된 건물은 홍콩 주요업무지구에 있는 골딘파이낸셜글로벌센터다. 건물주였던 골딘파이낸셜홀딩스가 빌린 돈을 갚지 못하면서 선순위 대출자였던 싱가포르투자청과 도이체방크가 담보로 잡은 건물을 매각했다. 이들은 매각 대금 7억1300만 달러를 챙겨 원금 회수에 성공했지만 2019년 중순위(메자닌) 대출로 투자했던 국내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등은 고스란히 손실을 떠안게 됐다. 

골딘파이낸셜글로벌센터에 중순위로 자금을 댄 국내 투자처는 미래에셋증권, 우리은행, 한국투자증권, 유진투자증권, 한국은행 노조 등이다. 미래에셋증권의 자체 투자금은 300억원을 비롯해 우리은행(765억원)과 기타 VVIP 고객 자금 등이 유입됐다. 한국투자증권 400억원과 유진투자증권 200억원, 한국은행 노조 투쟁기금 20억원 등 2500억원 규모의 펀드 자금이 흘러 들어갔다. 해당 자산에 대한 판매와 전반적인 회수 절차는 해당 펀드의 운용을 맡았던 미래에셋증권이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미래에셋증권 측은 "모든 역량을 다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독일과 프랑스 등에서도 파열음이 들린다. 

이지스자산운용이 독일 프랑크푸르트 은행가의 트리아논빌딩에 투자한 총 3700억원 규모의 펀드 역시 손실 위기에 처했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지난 17일 해당 펀드의 수익성 추가 악화를 막기 위해 트리아논빌딩을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트리아논빌딩의 주요 임차인이던 '데카뱅크'가 임대차 계약을 연장하지 않으면서 수익성이 크게 나빠졌다. 임대 가능 면적 56%를 활용 중인 데카뱅크는 2024년 6월 계약이 만료된다. 해당 펀드에 하나증권과 키움증권 등이 사모펀드로 참여했고, KB국민은행과 대신증권, 한국투자증권 등이 개인투자자를 상대로 공모펀드를 판매했다. 

프랑스도 상황이 좋지 않다. 프랑스의 '맨해튼'이라고 불리는 라데팡스 일대에 최근 공실률이 대폭 상승하면서 부실 우려가 커지고 있다. 프랑스 언론에 따르면 해당 지역의 공실률은 2019년 4% 수준에서 올해 초 20%를 넘어섰다. 이곳에 투자했던 7개 증권사 중 미래에셋증권(마중가타워), 대신증권(CBX타워), 한국투자증권(투어유럽), 메리츠·NH투자증권(투어에크호빌딩) 등이 부동산 지분을 상당수 보유하고 있다. 

부동산과 같은 대체 투자 상품으로 각광 받았던 뉴욕도 위험하다. 코로나19 사태로 재택근무가 확산하면서 공실률이 크게 늘면서 투자한 건물의 자산 가치가 하락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금융 투자사들의 해외 부동산 펀드(공·사모 합산) 순자산 총액은 지난 25일 설정원본 기준으로 75조8800억원에 이른다. 10년 전인 2013년 7월 5조원 규모였던 것과 비교해 15배 이상 불어났다. 그만큼 지난 10년 간 공격적으로 해외 부동산 등 대체 투자 상품에 집중해 온 대형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등의 상황이 나빠지고 있는 셈이다.

황선오 금융감독원 부원장보가 지난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부동산 익스포저 리스크 관리 강화를 위한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커지는 부실 위험…금감원 "충당금 적립 관리할 것"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자기자본 3조원 이상 대형 증권사 9곳의 전체 자기자본 56조7000억원 중 해외 부동산 관련 펀드와 부동산담보대출, 우발부채가 차지하는 비중은 24%에 이른다. 중소형사들은 11%다. 국가별 비중을 보면 미국이 47%로 가장 높고, 유럽 26%, 아시아 12%, 영국 8% 순이다. 투자 유형별로는 오피스가 절반에 이르며 숙박시설과 주거용은 각각 17%와 12%다. 

보험사들도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보험사들의 해외 대체 투자(부동산, 사회기반시설(SOC), 기업 등) 비중은 손해보험 14%, 생명보험 8% 수준이다. 

투자 규모뿐 아니라 형식도 대출보다는 지분 투자 방식이 더 많은 점도 염려된다. 

한신평은 "증권사의 해외 부동산 금융 성격을 보면 대체로 개발 프로젝트파이낸싱보다 임차 또는 가동 중인 부동산에 대한 투자가 대부분"이라면서 "구조는 대출보다는 지분 투자에 집중하고 있어 변제순위상 열위한 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선순위 대출을 변제하지 못할 경우 지분 투자자의 경우 선순위 대주단의 담보권 행사로 해당 자산이 매각되면 대규모 손실을 볼 가능성이 커진다"고 덧붙였다. 

한신평은 "올해 하반기 증권사들의 우발 부채와 해외 대체 투자 부실화 위험에 따라 신용도가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금융당국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금감원은 지난 20일 증권사 주요 인사와 가진 간담회에서 "글로벌 상업용 부동산 가치 하락으로 불거진 해외 대체투자 리스크에 대해 점검을 강화해 달라"고 주문하면서 "투자 대상 자산의 손실 징후 발생 시 재뭬표에 적시에 반영해 달라"고 했다. 또 금감원은 지난 27일 금융상황 점검 회의를 열고 해외 부동산 등 대체투자와 관련해 개별 투자 내역을 점검하고 부실(우려) 자산과 투자 자산 규모가 큰 금융사를 중심으로 충당금을 적립하도록 관리하겠다고 강조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