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희의 꿀맛! 트레킹] 원시림 천혜자연의 홍천강 발원지 '미약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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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희의 꿀맛! 트레킹] 원시림 천혜자연의 홍천강 발원지 '미약골'
  • 박경희 칼럼니스트
  • 승인 2023.07.21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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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희 칼럼니스트
박경희 칼럼니스트

[박경희 칼럼니스트] 집에 붙어있지 못하는 계절인지 이른 시간에 도로는 이미 많은 차량들로 가득 차 있었다. 

일행들과 함께 서울 합정역에서 출발한 전세버스는 예상했던 시간을 훨씬 지나서야 하뱃재에 도착했다. 

청량봉은  해발 1082m로 높은 산이지만 하뱃재가 거의 700미터이므로 고도 차이는 크지 않다.

더운 날씨와 오랜만에 많은 인원이 움직여 청량봉을 올라갈 수 있을런지...

출발 직후 마주한 가파른 산길이 걱정거리였지만 원시림 그 자체의 풍광에 감탄하며 우리 일행은 힘찬 발걸음을 내딪었다.

 

해발 650M 하뱃재 정상 표지판(위)과 입구에서 만날 수 있는 감자밭. 사진=박경희 칼럼니스트
해발 650M 하뱃재 정상 표지판(위)과 입구에서 만날 수 있는 감자밭. 사진=박경희 칼럼니스트

​​해발 650m의 하뱃재에는 드넓은 감자밭이 있다. 감자는 하지를 전후로 수확을 다 하는 줄 알았다. 아직 꽃도 피지 않을 걸 보니 시일이 지나야 수확을 하겠다.​​

하뱃재에서 도로 바로 옆에 산으로 올라가는 입구가 있다. 

입구에서 조금 진행하니 키가 큰 풀과 잡목들로 뒤엉켜있어 뚫고 가기가 약간은 난관이 있었다. 게다가 초반부터 급경사였다. 입구서부터 강한 모습이 이번 트레킹은 험한 산행과 다름없을 듯하다.  

한 여름에도 낙엽이 많아 걷기는 편안했다. 이젠 꽃이 떨어진 철쭉들이 긴 터널을 이루고 있다. 사진=박경희 칼럼니스트
한 여름에도 낙엽이 많아 걷기는 편안했다. 이젠 꽃이 떨어진 철쭉들이 긴 터널을 이루고 있다. 사진=박경희 칼럼니스트

잡목을 헤치고 조금 올라가니 경사는 있으나 낙엽이 쌓여있어 걷기는 편안했다. 초반부터 철쭉들이 많고, 등산길 양쪽으로 터널을 이루고 있었다. 고도에 따라 피는 시기는 다르겠지만 철쭉이 피는 계절에 등산로는 철쭉꽃 터널이 되겠다.​

​가파른 산을 올라가니 능선을 밀어서 만든 임로가 나왔다. 언제 공사가 시작됐고, 지금도 진행 중인지는 모르겠다. ​상처처럼  드러난 길은 파헤쳐진 길이다. 다듬어지지 않는 상태에서 자연으로 복귀를 위해 적응돼 가는 모습이었다.

사람의 간섭으로 파헤쳐진 상처 난 길이 그나마 다듬어지지 않은 모습에 정감이 갔다. 굵은 산모래가 섞인 길은 딱딱하지 않아 발바닥도 편안했다.

가파른 산을 10여분 오른 후 만나게 된 굽이굽이 고갯길. 사진=박경희 칼럼니스트
가파른 산을 10여분 오른 후 만나게 된 굽이굽이 고갯길. 사진=박경희 칼럼니스트

이 임로는 굽이굽이 고갯길이라는 말이 잘 어울렸다. 고갯길이 꽤 경사가 가파르게 오르락내리락하는 길이었다. 걷기가 힘들다기보단 다음 고개는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지는 재미난 길이었다.

​임로를 가다가 청량봉으로 가는 길로 들어가야 했다. 임로 진행 방향에서 오른쪽에 입구가 있었다. 여기 입구도 임로에서 눈에 띄지 않아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지나치기 쉬웠다.

​들어가는 입구를 보니 왼쪽  나무에 리본은 달려있으나 산죽으로 덮인 길은 알고 봐도 잘 구분이 되지 않았다.

원시림으로 접어드는 길. 가슴높이의 초록 잎들을 헤치며 한시간 넘게 걷는 코스다. 사진=박경희 칼럼니스트
원시림으로 접어드는 길. 가슴높이의 초록 잎들을 헤치며 한시간 넘게 걷는 코스다. 사진=박경희 칼럼니스트

가슴 정도 오는 싱싱한 초록 잎의 산죽길이 꽤 길었다. 길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빽빽한 산죽길이 이색적인 멋진 모습이었다. 걸어갈 때 스치는 소리로 청각도 즐거웠던 길이다.

이 길도 철쭉이 터널을 이룰 정도로 많이 있다. 덥고, 경사가 있는 고갯길을 걸었으나 봄에 예쁘게 피였을 맑은  연분홍의 철쭉을 상상하며 걸으니 힘든 것도 사라졌다.

사진 가운데 서있는 사람위치가 갈림길이다. 사진=박경희 칼럼니스트
사진 가운데 서있는 사람위치가 갈림길이다. 사진=박경희 칼럼니스트

다니는 이들이 많지 않은지 몇 군데 길은 산죽에 덮여 잘 구분이 안되는 곳이 있었다.

친절한 산꾼님들이 리본에 지맥이라 쓰고 길 쪽으로 화살표까지 그려놓은 덕분에 엉뚱한 곳으로 가지는 않았다. 사진=박경희 칼럼니스트
친절한 산꾼님들이 리본에 지맥이라 쓰고 길 쪽으로 화살표까지 그려놓은 덕분에 엉뚱한 곳으로 가지는 않았다. 사진=박경희 칼럼니스트

갈림길에서 홍천강 발원지 방향도 산죽들의 세상이었다. 산죽 숲 자체는 멋지지만  워낙 강한 군락을 이루니 다른 풀들이 자랄 수 없는 아픔이 있다. 조금은 듬성듬성 있으면 좋으련만 다른 풀들이 들어오는 것을 철저히 막는 욕심 많은 산죽들이다.

산죽을 동행삼아 가다가 갈림길에서 얼마남지 않은 청랑봉으로 오르지 않고 홍천강 발원지로 향했다. 홍천강 발원지 가는길도 산죽들 세상이었다. 사진=박경희 칼럼니스트
산죽을 동행삼아 가다가 갈림길에서 얼마남지 않은 청량봉으로 오르지 않고 홍천강 발원지로 향했다. 홍천강 발원지 가는길도 산죽들 세상이었다. 사진=박경희 칼럼니스트

​홍천강 발원지 미약골은 높은 산과 계곡으로 둘러싸인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다운 곳이다. 옛날 이곳을 지나던 풍수가가 땅의 형세를 둘러 보고 '삼정승, 육판서가 나올 자리라 말하기도 했단다.

홍천강 발원지 안내판. 사진=박경희 칼럼니스트
홍천강 발원지 미약골 안내판. 사진=박경희 칼럼니스트

아름답게 치솟은 촛대바위, 선녀가 내려와 목욕을 했다는 선녀탕, 천혜의 아름다운 암석폭포, 매끈하고 둥그런 공룡알 바위 등 각기 아름다운 형상을 하고 있어 미암동 또는 미약골이라 불렀다.

​원시림 자연 생태계의 보고로서 맑고 깨끗한 용천수가 샘솟아 400리를 흘려 북한강 청평댐으로 유입되는 홍천강 제1의 발원지다. 이곳은 홍천군이 선정한 군내 9경 중 3경이다.

안내판에 나온 돌로 둘러진 발원지의 모습보다 그 바로 위에 물이 흘러나오는 구멍이 있었다. 작은 구멍에서 힘차게 용천수가 나온다. 사진=박경희 칼럼니스트
안내판에 나온 돌로 둘러진 발원지의 모습보다 그 바로 위에 물이 흘러나오는 구멍이 있었다. 작은 구멍에서 힘차게 용천수가 나온다. 사진=박경희 칼럼니스트

발원지를 지나 암석폭포로 진행하는 산길에는 간간이 쭉 뻗은 거목의 소나무들이 있었다. 둘레가 성인의 두 팔로 감싸도 손끝이 닿지 않은 굵은 것도 있었다. 

암석폭포로 향해 가는길에서 만난 큰 거목들. 사진=박경희 칼럼니스트
암석폭포로 향해 가는길에서 만난 큰 거목 소나무들. 사진=박경희 칼럼니스트

​발원지에 나무데크가 설치돼 있어서 이제부턴 편안한 길이겠구나 생각했다. 짧은 길이의 나무데크가 끝나니 미약골로 내려가는 길은 경사가 가파른 곳이 많은 산길이었다. 좁은 산길 어느 곳은 길인지 분간이 잘 안되는 곳도 있었다.

​나무 아래에는 산죽의 세력이 강하였으나 틈새로 단풍취, 우산나물 등 다양한 식물들이 자라고 있었다. 산죽이 더 기세등등 세력을 확장하면 이 식물들은 더 이상 얼굴을 내밀지 못할 것이다.​​

산꿩의다리. 사진=박경희 칼럼니스트
산꿩의다리. 사진=박경희 칼럼니스트

미약골에서는 산꿩의다리가 하얀 꽃을 피워 계곡 곳곳을 환하게 꾸며주고 있었다. 이때쯤이 산꿩의다리의 세상이다.​​

​미약골은 발원지를 지나 등산로로 내려오다가 처음으로 만나게 되는 계곡이다. 계곡은 발원지에서 가깝지 않았다. 경사가 가파른 길을 내려오면서 계곡의 물소리가 들리기도 했으나 쉽게 나타나주질 않았다.

홍천강 발원지를 지나 암석폭포 가는길에 만난 계곡. 사진=박경희 칼럼니스트
홍천강 발원지를 지나 암석폭포 가는길에 만난 계곡. 사진=박경희 칼럼니스트

습기가 가득하고 음지식물들이 많은 곳을 내려오니 두 계곡이 만나는 곳에 도착하였다. 물은 얼음 물처럼 차가웠다. 발만 담가도 전신이 바로 시원해져 여기까지 오면서 몸에 가득했던 열기가 단번에 사라졌다.

노란 잎이 떨어진 곳에서 찾아보니 키가 엄청 큰 튤립나무 한 그루가 있었다. 샛노랗게 물든 잎이 너무나 예쁘다.

튤립 나뭇잎. 사진=박경희 칼럼니스트
튤립 나뭇잎. 사진=박경희 칼럼니스트

암석폭포의 실제 규모는 크지가 않았다. 폭포로 내려가는 곳은 밧줄이 쳐진 것으로 보아 내려가는 것을 금지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아담하고 위험해 보이지는 않으나 지금 같은 장마철에 갑자기 폭우가 내린다면 위험하다.

암석폭포는 생각보다 아담했다. 사진=박경희 칼럼니스트
암석폭포는 생각보다 아담했다. 사진=박경희 칼럼니스트
관중, 고사리리과에 속한 식물들이 많아 공룡이 나타나서 뛰어다녀도 이상할 것이 없는 풍광이 곳곳에 나타났다. 사진=박경희 칼럼니스트
관중, 고사리리과에 속한 식물들이 많아 공룡이 나타나서 뛰어다녀도 이상할 것이 없는 풍광이 곳곳에 나타났다. 사진=박경희 칼럼니스트

 

사진=박경희 칼럼니스트
사진=박경희 칼럼니스트

계곡이 시작되는 곳부터 하산길은 계곡을 여러 번 건너야 한다. 나무가 쓰러져 있는 곳도 있어 쓰러진 나무 밑으로 몸을 낮추어 겸손하게 통과해야 했다. 

​두세 군데 이끼가 있는 미끄러운 바윗길을 조심스럽게 내려가야 하는 난코스도 있었다. ​앞서가는 일행 중에 혹시라도 작은 사고 소식이라도 전해올까 봐 걱정이 되기도 했었다.

인간의 간섭이 적은 자연의 모습을 만날 수 있어 너무나 좋았다. 서울에서 가까운 곳에 원시림 같은 곳이  있다는 것에 놀랐다. 미약골은 1997년부터 2012년까지 15년간 자연휴식년제를 실시해 입산을 막아왔었다. 이 덕분에 원시림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이날은 날씨가 맑아서 다행이었다. 비가 내렸다면 계곡을 계속 건너면서 내려와야 할 미약골로 내려오지 못했을 것이고 멋진 계곡도 만나지 못했을 것다.

​오르고, 걷고, 계곡을 건너고, 위험한 바윗길과 쓰러진 나무를 통과하는 다양한 체험을 오랜만에 해보았다.

휴식시간까지 합쳐 8시간여 미약골 트래킹을 마친 후 주차장으로 접어드는 길. 사진=박경희 칼럼니스트
휴식시간까지 합쳐 8시간여 미약골 트래킹을 마친 후 주차장으로 접어드는 길. 사진=박경희 칼럼니스트
홍천강 발원지 미약골 계곡 트레킹​
▶일시:  2023년 7월 8일(토) 
트레킹 코스: 하뱃재(650m) ~ 철탑 ~ 삼각점봉 ~ 미약골 삼거리(982m) ~홍천강 발원지~암석폭포~선녀탕~ 테마공원~미약골 입구 주차장. 총연장 12.5km​

​■ 트래킹하면서 덤으로 얻은 보물들

하늘말나리. 아직 본격적으로 피지는 않았고, 봉우리 상태가 많았다. 하늘말나리보다 말나리가 더 많이 보였다. 사진=박경희 칼럼니스트
하늘말나리. 아직 본격적으로 피지는 않았고, 봉우리 상태가 많았다. 하늘말나리보다 말나리가 더 많이 보였다. 사진=박경희 칼럼니스트
알록제비꽃
알록제비꽃

 

등골나물
등골나물
물레나물
물레나물
우산나물. 봄철 어린순은 고급 나물에 속한다고 한다. 올봄에 운 좋게 우산나물을 먹어볼 기회가 있었다.
우산나물. 봄철 어린순은 고급 나물에 속한다고 한다. 올봄에 운 좋게 우산나물을 먹어볼 기회가 있었다.
미역줄나무
미역줄나무
고추나물
고추나물
숙은노루오줌
숙은노루오줌

이외에도 단풍취, 은방울꽃, 어린 엄나무들, 병조회풀, 두릅, 눈개승마, 짚신나물, 연령초, 박새, 꿩의다리아재비, 말나리, 둥글레, 노루귀, 노루발, 도깨비부채꽃, 삿갓나물 등등 많이 있었다. 미약골에서는 한참 제 세상 만난 산꿩의다리, 앞으로 필 말나리, 하늘말나리가 대기를 하고 있었다. 

​원시림의 청정계곡, 다양한 식물의 보물창고가 앞으로도 개발이란 단어를 피해서 잘 지켜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박경희 칼럼니스트는 산에 오르고 계곡을 걷는 게 좋아 친구들과 함께 국내외로 등산과 트레킹을 다닌지 어느새 30여년이 지났다. 야생화가 너무 이쁘고 좋아 사진에 담는 일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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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R 2023-07-22 21:06:12
저도 가족들과 가봐야 겠네요!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김진훈 2023-07-22 20:05:46
직접 다녀온것처럼 생생한 글이네요. 점점 도시화가 진행될수록 이렇게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이 소중해집니다.

SSch 2023-07-22 19:41:25
다음주에 바로 방문 예정입니다.

김은지 2023-07-22 19:39:19
너무 아름다운 풍경이네요

박정현 2023-07-22 19:33:27
지연풍경에 알지 못했던 이름모를 풀들 ㅎ 잘보았습니다 !! 너무 좋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