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끌족' 귀환…금리 상승기 버틸 체력 관건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외국계와 지방은행에 이어 시중은행에서도 연 4% 예금이 속속 출시되고 있지만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대출금리 인상 역시 가파르게 우상향 그래프를 그리고 있다. 은행권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금리 상단이 연 6%를 돌파했다.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 위기를 겪었던 MG새마을금고가 유동성 확보를 위해 급히 채권을 내다 팔면서 대출 금리를 밀어 올렸다는 분석이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6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는 3.70%로 전월대비 0.14%포인트 상승했다. 올해 1월(3.82%) 이후 가장 높다. 잔약 기준 코픽스 역시 3.80%로 전월대비 0.04%포인트 올랐다. 신잔액기준 코픽스 역시 같은기간 0.04%포인트 상승한 3.18%를 기록했다.
코픽스는 국민·기업·농협·신한·우리·한국씨티·하나·SC제일(가나다 순) 8개 은행이 예·적금 등을 통해 조달한 자금의 가중평균금리다. 은행이 실제 취급한 예·적금, 은행채 등 수신상품 금리가 인상 또는 인하되면 이를 반영해 상승 또는 하락한다.
신규 취급액과 잔액 기준 코픽스는 정기예금·정기적금·상호부금·주택부금·양도성예금증서(CD)·환매조건부채권매도·표지어음매출·금융채(후순위채·전환사채 제외)가 포함된다. 신잔액 기준 코픽스는 여기에 기타 예수금, 기타 차입금, 결제성 자금 등을 추가로 포함한다.
코픽스 상승은 예금과 대출금리 상승의 원인이 됐다. 한 마디로 예금 금리가 오르면 코픽스가 상승하고 대출 금리가 따라 오르는 구조인 셈이다.
새마을금고 나비효과, 대출 금리 6% 돌파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 기준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변동형 주담대 금리는 연 4.2~6.2%, 고정형(5년 이후 변동)은 4.0~5.9%로 집계됐다. 6개월 만기 신용대출 금리는 연 4.4~6.3%로 나타났다.
최근 새마을금고가 채권을 대량으로 팔아치우면서 시중은행 자금 조달 수단인 은행채 금리가 동반 상승했고, 이 여파로 대출금리로 상승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3~14일 새마을금고는 5조400억원어치의 채권을 매도했다.
이는 지난 6월 한 달 간 매도액(1조700억원)의 5배에 육박한다. 새마을금고발 채권 공급이 쏟아지면서 채권 가격은 급락했다. 채권값이 내리면 가격 대비 투자 수익률이 상승해 금리는 오른다.
은행권은 금리가 급등한 은행채 대신 예·적금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방법으로 선회했다. 예금 금리 인상이 4%대 진입한 것도 이 영향이다. 5대 시중은행이 취급하는 정기예금(12월 만기) 최고 금리는 3.7~4.10%다.
우리은행은 최고 4.10%의 금리를 제공하고 있으며 SC제일은행(4.2%), SH수협(4.02%), BNK부산은행(4.0%) 등 외국계와 특수은행, 지방은행에서도 연 4%대 예금을 선보인 상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새마을금고가 지난주 뱅크런 대응 차원에서 채권을 내다팔면서 채권시장이 요동쳤다"면서 "쏟아지는 물량으로 채권 금리가 상승해 덩달아 은행채 금리가 오르면서 은행 대출금리에도 영향을 끼쳤다"고 설명했다.
'영끌' 부동산 시장에 부는 무모한 도전
시장금리가 일제히 상승 중인데 부동산 시장인 이상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소위 '영끌족'의 귀환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의 매입자 연령대별 아파트 매매거래 현황을 보면 올해 1~5월 전국 아파트 거래 신고 건수는 모두 16만3815건으로 이 중 30대 비중은 26.6%(4만3590건)다. 이는 2019년 관련 조사를 시작한 이래 1~5월 기준 역대 최고치다.
30대 주택구입 비중은 2019년 23.5%를 시작으로 2020년 22.9%, 2021년 25.2%, 2022년 22.9%를 거쳐 올해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심지어 30대는 주택구입시장에서 40대를 제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1~5월 40대의 주택구입 비중은 25.9%였다.
한국 주택시장의 풍향계인 서울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1~5월 서울 아파트 30대 매입 비중은 32.9%(전체 1만3373건 중 4397건)를 기록한 반면 40대는 27.8%(3716건)에 그쳤다. 특히 5월만 놓고 보면 서울 아파트 거래 총 3711건 중 34.7%인 1286건의 매수자가 30대였다. 2021년 9월 1505건 이후 20개월 만에 최대치다.
업계에선 부동산 가격 바닥론 인식 확대와 특례보금자리론 신설 등으로 대출 여력이 확대되면서 '지금이 아니면 기회는 없다'는 인식 속에 30대가 적극적으로 매수에 나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문제는 거시경제 변수, 경기침체 등 위험요인이 산재한 상황에서 이들이 집값 하락기와 금리 인상 시기가 겹치 때 버틸 수 있는지다. 대출금리가 상승하면 자연스럽게 상환 부담도 커진다. 주택 마련을 위해 수억원의 대출을 받는 게 일반적이어서다.
여기에 주담대 금리가 현재보다 더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는 연내 기준금리를 1~2차례 인상할 계획인 데다 고금리 기조를 당분간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이 경우 주담대 금리는 6%를 넘어 7%대에 진입할 수 있다.
한국은행이 미국의 금리 인상 기조에 동조할 경우 올해 초 기록한 8%대도 넘볼 수 있다는 게 업계 안팎의 관측이다. 대기 수요자의 편에서 보면 높아진 매도 호가와 늘어난 대출이자 부담으로 주택 매수에 신중할 수 밖에 없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올해 상반기 집값 회복 기대감과 대출금리 하락으로 젊은층의 주택 매수세가 회복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다만 경기침체, 금리인상 등의 부정적 이슈로 영끌족들이 주택 매수에 더욱 신중해질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집값이 회복되고 있지만, 추가 상승 동력이 얼마나 있을지 확신할 수 없고, 미국의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도 남아있다"며 "자신의 자금 역량을 충분히 살피고 과도한 대출을 이용한 주택 구매는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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