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에 갚으세요" 리볼빙의 유혹…연체 경고등 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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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달에 갚으세요" 리볼빙의 유혹…연체 경고등 켠다
  • 박대웅 기자
  • 승인 2023.07.17 16: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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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볼빙, 연체율·연체금액 동반 상승세
카드업계, 채권 회수 조직 강화 나서
금융당국 "리볼빙 서비스 이용 주의" 당부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서민들의 급전 창구였던 카드론과 리볼빙(일부결제금액이월약정) 서비스의 '달콤한 유혹'이 가계부채 증가의 경고음을 내고 있다. 최근 카드론과 리볼빙 서비스 연체액과 연체율이 가파르게 치고 오르며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최승재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달 금융감독원을 통해 7개 전업카드사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7개 전업카드사(신한·삼성·현대·KB국민·롯데·우리·하나카드) 리볼빙 서비스의 연체총액은 1500억원, 연체율은 평균 2.38%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카드론도 연체액 7600억원, 연체율 평균은 2.13%를 나타냈다. 리볼빙은 결제대금이나 현금서비스 대금 중 일부만 갚고 나머지는 다음 달로 이월하는 서비스로 일시적 유동성 부족 상황에서 유용하다. 하지만 수수료율이 법정최고금리인 20%에 달해 자칫하면 이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국내 7대 전업카드사의 리볼빙 총금액과 연체금액, 연체율이 모두 증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달콤한 유혹, 리볼빙

카드사들은 리볼빙 마케팅에 적극적이다. 리볼빙을 신청하면 자사 포인트를 지급하거나 아메리카노 기프티콘 등을 준다. 최 의원실에 따르면 7개 전업카드사들은 2019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리볼빙 홍보와 판촉비로 120억원을 지출했다. 업계 안팎에선 리볼빙을 '달콤한 유혹'이라고 평가한다. 연체에 따른 신용점수 하락이 없는데다 결제대금 중 일부를 연체 없이 상환 연장할 수 있다는 점 등이 장점으로 꼽힌다.   

문제는 높은 수수료(이자)율이다. 지난 5월 말 기준 카드사들의 수수료율은 15.52~17.88% 사이로 나타났다. 가장 높은 금리를 적용받는 신평점수 300점 이하 차주의 경우 19.52%까지 적용받는다. 이는 현 법정최고금리인 20%에 육박하는 수치다. 소비자들이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 결제액이 수천만원 단위로 불어나는 경우도 있다. 또 계좌에 사용한 금액 이상의 잔액이 있더라도 리볼빙 서비스를 신청했다면 자동으로 이월되기에 뒤늦게 카드대금이 불어난 경우를 알아차리는 사례도 다반사다. 

카드사들은 이런 리볼빙의 위험성을 알리는 것보다 커피 쿠폰이나 포인트 등 이벤트성 프로모션으로 리볼빙 수수료율의 무서움을 가리고 있다. 

예를 들어, 일시불 150만원, 할부 10만원 모두 160만원을 카드로 쓴 A씨가 있다고 하자. A씨는 약정결제비율 20%, 연 이자율 20%, 최소결제비율 10%로 리볼빙 서비스를 신청했다. A씨는 카드 대금 160만원의 20%인 32만원이 청구 될 것으로 예상했다. 

막상 청구된 금액은 A씨의 예상보다 크다. 실제 청구금액은 40만원이다. 할부 이용금액은 리볼빙 대상이 아니라는 사실을 몰랐던 셈이다. 다행히 최소 결제 금액 이상 결제하면 나머지 잔액은 자동으로 이월 처리돼 A씨는 32만원만 카드사에 납부했다. 이로써 A씨는 할부 이용금액을 제외한 일시불 이용금액 150만원에서 일부 결제 금액 22만원을 뺀 123만원을 다음 달 이월금액으로 갚게 됐다. 

A씨는 전달과 같이 카드 일시불로 150만원을 지출했지만 리볼빙 신청 두 달째 결제금액은 이월된 123만원을 더해 273만원으로 불어났다. 이번에도 카드값을 지불할 여력이 없는 A씨는 리볼빙을 한 달 더 쓰기로 했다. 리볼빙 서비스는 추가적인 신청이 없으면 자동으로 전월 잔액이 있을 경우 이어진다. 

리볼빙 2개월째에 접어든 A씨는 약 57만원을 납부하며 리볼빙으로 카드값 연체를 피했다. 하지만 한 달만에 누적된 청구 금액은 270만원으로 뛰었다. 지불해야 할 이자는 2만원에 달했다. 

A씨는 일시불 이용 금액을 100만원으로 줄였다. 리볼빙으로 인한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다. 그렇게 리볼빙 3개월째, A씨는 315만원의 청구서를 받아 들었다. 실제 납부해야할 금액은 68만원이다. 리볼빙 이용 3개월 만에 160만원이던 카드대금이 두 배 가까운 300만원으로 늘었고, 이자는 3만원을 넘어섰다. 이월에 이월을 거듭한다면 어느 시점에서 갚아야 할 카드값은 천 만원 단위로 둔갑할 수도 있다.

2021년 1분기 기준 7개 전업카드사의 리볼빙 서비스 이용금액 총합은 5조5400억원, 연체금액은 1000억원, 연체율은 1.76%였지만 올해 1분기 기준 이용금액 총합은 7조3400억원으로 2년 만에 32.5% 증가했다. 여기에 연체액과 연체율은 1500억원과 2.38%로 크게 뛰었다. 

금융당국도 이런 위험성을 경고한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5월 "리볼빙 이용에 앞서 수수료율을 반드시 확인해 상환능력이 개선되면 리볼빙 잔액을 선결제하거나 결제비율을 상향해 리볼빙 잔액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최 의원도 "(카드사들이)서민들이 연체 부담을 덜 수 있도록 리볼빙 위험성 안내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7대 카드사 수수료율 표. 사진제공=여신금융협회

리볼빙 늪에서 나오는 법

리볼빙은 연체라는 최악의 상황을 막는 안전장치로서 의미가 있지만 적정 수준 이상이 되면 이자부담이 큰 만큼 적절한 관리가 필요하다. 리볼빙의 늪에서 빠져 나오기 위해선 크게 세 가지 방법에 주목해야 한다.

먼저 신용카드 사용을 중단하고 체크카드를 써야 한다. '이월된 금액'과 '이번달 사용 금액'으로 구성되는 리볼빙 특성상 이월된 금액을 정리하기 전까지 아무리 갚아도 매월 카드값이 새롭게 생기며 누적되는 악순환을 끊기 어렵다. 그러므로 리볼빙이 더 이상 필요치 않다면 해당 카드 사용을 중단하고 체크카드 등 다른 수단으로 전환해야 한다. 

두 번째는 약정결제비율을 100%에 가깝도록 설정하는 방법이다. 신용카드 사용을 중단하고 약정결제비율을 매달 조금씩 높여 누적금액을 줄여야 한다. 약정결제비율 100%는 누적금액 전체를 결제한다는 의미와 같다. 애초 리볼빙을 신청할 때부터 약정결제비율을 최대한 높게 설정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끝으로 중도 상환이다. 가장 빠르고 확실한 방법으로 자동으로 이월되기 전 남은 금액 전체를 선결제함으로써 불필요한 이자 발생을 막을 수 있다. 중도상환 즉시 리볼빙 서비스를 해지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금융감독원은 리볼빙 서비스 이용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사진=연합뉴스

카드업계, 채권 회수 조직 확대

카드업계는 채권 회수 조직 강화에 나서고 있다. 연체율 증가세가 우상향 그래프를 그리면서 회수할 채권도 덩달아 늘어 건전성 관리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단적으로 7개 전업카드사 카드론 평균 연체율은 올 1분기 2.13%다. 지난해 2분기 1.54%, 같은해 3분기 1.61%, 4분기 1.96%와 비교해 연체율이 뚜렷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우리카드는 2분기 연체율 정상화의 일환으로 채권 회수 조직 인력 확충에 나선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우리카드의 1분기 실질연체율은 1.8%다. 이는 7개 카드사 중 가장 높다. 하나카드 또한 1분기 중순부터 채권 회수 조직 확대를 시작했다. 롯데카드도 리스크 관리를 위한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조직을 통합해 '리스크관리본부'를 신설했다. 신한카드는 채권 회수 조직 인력을 10%가량 늘렸다. KB국민카드도 지난해 3분기부터 채권추심 인력을 증원해 연체채권 관리에 나섰다. 

특히 일찌감치 연체 관련 조직을 확대해 온 현대카드는 올해 1분기 연체율이 7개 카드사 중 유일하게 종전 1.04%에서 0.95%로 감소했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자산건전성 강화 전략으로 연체율 관리에 힘써온 덕분에 고정이하여신비율이 업계 최저 수준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채권 회수 조직 강화와 함께 카드업계는 채권 매각도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7개 카드사가 올해 1분기 연체채권 매각으로 거둔 이익은 1945억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1067억원)과 비교해 82.3% 늘어난 수치다. 연체채권이 쌓일수록 충당금이 늘고 실적 악화로 이어지는 만큼 낮은 가격에라도 팔아 현금을 확보하겠다는 의도가 읽힌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자금 조달을 위해선 재무 건전성을 강화해야 하는 만큼 "채권 회수와 매각 움직임이 지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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