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영주의 결단' KDB생명 인수…'오버 페이' 여부 따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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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영주의 결단' KDB생명 인수…'오버 페이' 여부 따져야
  • 박대웅 기자
  • 승인 2023.07.14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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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영주 회장 비은행 경쟁력 강화 전략 주요
매각가 2000억에 재무건전성 개선까지 1조
‘M&A 오버페이 없다’는 원칙 훼손 지적도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의 비은행 경쟁력 강화 전략 속에 하나금융지주가 KDB생명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사진제공=하나금융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오랜 부침 끝에 KDB생명보험이 하나금융지주의 품에 안길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이 취임 후 줄곧 강조해 온 비은행 경쟁력 강화 전략이 빛을 발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14일 은행권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지난 13일 KDB생명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하나금융지주를 선정했다. 하나금융은 지난 7일 마감된 KDB생명 매각 입찰에 참여했다. 산업은행은 입찰자로서 적격성과 거래 성상 가능성, KDB생명의 중장기 발전 가능성 등을 다각도로 검토해 하나금융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하나금융은 앞으로 6~7주일 가량 실사를 거친 뒤 산업은행과 최종 가격과 조건 등을 협상한다는 방침이다.

함영주 회장,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 드라이브

하나금융은 이미 보험사를 자회사로 두고 있다. 2002년 지금의 하나생명 지분 50%를 인수해 생보업계에 진출했으며 2020년 하나손해보험(당사 더케이손해보험)을 품어 손해보험 포트폴리오까지 갖췄다. 생보사와 손해보험사를 모두 거느리고 있는 상황에서 하나금융은 KDB생명 인수를 정조준하고 있다. 이를 두고 업계 안팎에서 함 회장의 비은행 경쟁력 강화 전략이 주요한 배경이라고 꼽는다. 

함 회장은 올해 초 신년사에서 "보험·카드·자산운용 등 비은행 부문 M&A를 포함한 모빌리티·헬스케어·가상자산 등 비금융 부문에서 적극적인 제휴와 투자를 통해 새로운 영역을 확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비은행 사업 확대가 절실한 하나금융의 현실적인 판단도 인수전 참여에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하나금융은 지난해 기준 전체 실적 중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이 87.4%로 경쟁사인 KB금융지주(67.9%), 신한금융지주(65.6%)와 비교해 높은 수준이다. 하나금융 편에서 보면 비은행 강화가 보다 절실하다. 

하나금융이 최종 낙찰자로 KDB생명을 품을 경우 보험사 자산규모는 크게 늘어난다. 하나생명의 자산은 1분기 말 기준 6조3264억원으로 전체 23개 생보사 중 17위 수준이다. 하지만 인수합병으로 자산은 17조1433억원의 KDB생명을 품을 경우 업계 순위는 11위까지 뛰어 오른다. 단숨에 자산규모 23조원의 보험사로 퀀텀 점프하며 규모의 경제를 이룰 수 있다. 여기에 실적 측면에서도 긍정적이다. 하나생명의 올해 1분기 실적은 19억원의 적자다. 반면 같은 기간 KDB생명은 376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하나금융그룹은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통한 안정적 성장기반 구축을 위해 지속적인 자본확충, 계열사 간 협업 시너지 제고, 신규사업 진출 등 전 방위적인 비은행 부문 강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며 "하나금융의 지속적인 성장과 주주, 고객, 직원 등 모두의 가치에 부합할 수 있도록 M&A, 투자 등을 통한 비은행 경쟁력 강화 방안을 지속적으로 검토하고 실행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매각가 2000억원에 재무건전성 회복 8000억원 등 모두 1조원 이상이 들 것으로 보이는 KDB생명 인수전에서 하나금융이 어떤 선택을 할지 주목된다. 사진=연합뉴스

제2의 푸르덴셜생명?…자본관리는 숙제

하나금융은 KDB생명 인수를 통해 KB금융지주가 추진했던 푸르덴셜생명과 KB생명의 합병과 같은 성공사례를 기대하고 있다. 업계 하위권이었던 KB생명은 푸르덴셜생명과 합병을 통해 우량 회사로 거듭났다. 또한 신한금융지주 역시 2019년 오렌지라이프(옛 ING생명)와 합병을 통해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현재 신한라이프는 58조원의 자산을 보유하며 업계 4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고, 자산 30조원인 KB라이프생명은 업계 8위를 달리고 있다. 하지만 불과 반년 전만 하더라도 상황은 달랐다. 인수합병 전 KB생명의 자산규모는 10조원에 불과했다. 6조원대의 하나생명과 크게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KDB생명이 제2의 푸르덴셜생명으로 성공사례를 되풀이할 수 있을지는 물음표다. 자산의 건전성 측면에 있어 차이가 크다. 푸르덴셜생명은 우량보험사로 꼽혔던 반면 KDB생명은 부실이 발목을 잡을 수 있다. 

KDB생명은 올해부터 새로 적용되는 신지급여력비율(K-ICS·킥스) 경과조치를 신청한 상태다. 지난해 말 지급여력비율은 162%였지만 새 규제 적용 후 47%로 급감한 까닭이다. 경과조치를 통해 일부 규제적용을 유예 받아 101%를 턱걸이로 맞췄다. 킥스 비율이 100% 미만으로 떨어지면 금융당국으로부터 적기 시정조치를 받는다. 

권고수준인 150%에 도달하기 위해선 최소 5000억원의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보이며 경과조치 등을 감안하면 7000억~8000억원 이상의 유상증자가 필요하다는 게 업계의 대체적 관측이다. 또한 현재 KDB생명은 후순위채 5290억원과 신종자본증권 2160억원 등 모두 7450억원의 보완자본을 보유하고 있다. 후순위채 금리는 3.7~5.5%, 신종자본증권 금리는 7.5%로 매년 부담해야 하는 이자 및 배당 규모만 현재 당기순이익의 10%에 달한다. 

결국 지분 인수와 자본 수혈에 1조원의 자금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지분 인수에 2000억원을 쓰고 회사 정상화에 8000억원을 투입하는 건 '오버 페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영업력 측면에서도 '몸값' 1조원은 과하다는 분석이다.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KDB생명의 전속설계사 수는 지난해 말 기준 864명으로 업계 하위권이다. 2019년 1608명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다. 지난해 KDB생명 보험설계사의 1년 정착률은 24.4%로 생명보험업계 평균 39%보다 낮다. 

한국신용평가는 "KDB생명은 대주주 변경과 관련한 불확실성으로 인해 전속설계사 이탈이 발생하는 등 신규 영업이 위축됐다"며 "설계사 조직 안정화 및 GA채널 효율성 관리 등 채널 정비 노력이 이어지고 있으나 채널 기반이 회복되지 못해 영업기반 안정성이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그동안 인수합병에서 '오버 페이는 없다'는 원칙을 고수해 온 하나금융이 KDB생명 인수전에선 어떤 선택을 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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