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올린 튀르키예, 비정상적 저금리 정책서 드디어 벗어나나
상태바
금리 올린 튀르키예, 비정상적 저금리 정책서 드디어 벗어나나
  • 김지은 기자
  • 승인 2023.06.23 12: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튀르키예 중앙은행, 15%로 6.5%포인트 기준금리 인상
80% 물가상승률에도 저금리 지속했으나 재선 이후 정책 변화 조짐
튀르키예 리라화 가치는 사상 최저 수준 지속...신뢰도 여전히 낮아 
22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현행 8.5%에서 15%로 6.5%포인트 상향조정했다. 사진은 튀르키예 리라화. 사진=연합뉴스
22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현행 8.5%에서 15%로 6.5%포인트 상향조정했다. 사진은 튀르키예 리라화.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무려 80%가 넘는 물가 상승률 속에서도 '비상식적인' 금리인하 정책을 고수하던 튀르키예가 금리를 대거 인상하고 나섰다.

뜨거운 인플레이션을 빠르게 낮추고, 위기에 처한 경제를 되살리기 위해 비정상적이었던 통화정책에서 급격히 방향을 튼 것이다. 

튀르키예 중앙은행은 인플레이션이 개선될 때까지 점진적인 통화 긴축을 유지하겠다고 강조하고 나섰다.

반면 튀르키예 리라화는 폭락세를 이어가 투자자들의 의구심이 여전함을 시사했다. 

'비정상적' 금리인하 고수하던 튀르키예, 650bp 금리 인상 

22일(이하 현지시간) 튀르키예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현행 8.5%에서 15%로 6.5%포인트 상향조정했다. 

AP통신에 따르면, 튀르키예 중앙은행은 이날 성명을 통해 금리 인상 방침을 발표하며 "인플레이션 전망이 크게 개선될 때까지 점진적인 방식으로 통화 긴축을 강화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튀르키예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한 것은 지난 2021년 3월 이후 2년 3개월만이다. 

튀르키예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0월 85.5%까지 치솟는 등 인플레이션 압력이 상당했으나, 튀르키예 정부는 금리인하로 대응하는 비정상적인 방식을 택해왔다. 2021년 말 19% 수준이던 튀르키예 기준 금리는 지난 3월까지 8.5%로 꾸준히 낮아졌다.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하면 외화 대비 자국 통화 가치가 하락하고, 시중의 통화량이 늘어나면서 물가는 오른다. 때문에 물가 상승세 아래에서는 중앙은행이 지속적으로 금리를 인상하면서 시중 통화량을 흡수해 물가 안정을 꾀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튀르키예는 정반대 방법으로 물가 상승에 대응해왔던 것이다. 

이는 장기집권 중인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의 경제 정책에 따른 것이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많은 경제학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고금리는 만악의 부모'라고 말할 정도로 높은 금리에 대해 강경한 반대 입장을 고수해왔다. 심지어 금리인하에 반대하는 중앙은행 총재들을 경질하면서 자신의 금리인하 정책을 고수했다. BBC에 따르면, 에르도안 대통령은 2년 새 3명의 중앙은행 총재를 경질한 바 있다. 

강도높은 압력을 행사하며 금리인하를 고수하던 에르도안 대통령의 변화에 대해 주요 언론들은 경제 위기에 놓인 튀르키예를 되살리기 위한 마지막 수단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CNBC는 "튀르키예가 인플레이션과 싸우기 위해 극적으로 U턴했다"고 평가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 역시 "튀르키예가 저금리 시대를 마감했다"며 "인플레이션을 끌어올리고, 투자자들이 외면했던 정책에서 벗어나 새로운 경제 리더십을 통해 변화를 다짐했다"고 언급했다. 

한 때 80%를 넘어섰던 물가상승률은 지난 5월 39.6%까지 떨어졌지만, 여전히 40%에 육박, 상당한 인플레이션 압력에 놓여있는 상황이다. 튀르키예 중앙은행이 금리인하를 시작한 2021년 말 이후 튀르키예 리라화 가치는 미 달러 대비 무려 170% 폭락했다. 

수입 의존도가 높은 튀르키예의 급격한 통화가치 하락은 인플레이션을 더욱 부추기는 악순환으로 이어졌고, 이는 튀르키예 국민들의 생활고를 악화시켰다. 튀르키예 정부는 리라화 급락을 막기 위해 달러를 매도하며 외환시장에 직접 개입했으나 오히려 외환보유고 고갈 위험을 높이는 역효과로 이어지기도 했다.

경제학자 출신으로 새 경제팀 꾸려..."긍정적 변화"

에르도안 대통령의 정책 변화의 조짐이 나타난 것은 지난달 부터다. 지난달 치러진 대선 결선 투표에서 승리하면서 연임에 성공한 에르도안 대통령은 전 부총리이자, 메릴린치 경제학자 출신인 메흐메트 심섹을 신임 재무장관으로 임명했다. 

이어 골드만삭스 출신의 하피즈 게이 에르칸을 신임 중앙은행 총재로 임명했다. 튀르키예의 첫 여성 중앙은행 총재인 에르칸 총재는 그의 첫 통화정책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15%로 6.5%포인트 인상하는 결정을 내렸다. 

전문가들은 당초 20%의 금리를 예상한 바 있으나 예상보다는 낮은 수준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튀르키예의 변화의 시도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여론조사 데이터 기업인 튀르키에 라포루의 칸 셀쿠키 이사는 "튀르키예는 2021년 9월 이후 시작된 저금리 정책과, 이에 따른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거시 경제적 취약성을 겪고 있다"며 "이번 금리인상 조치는 튀르키예의 통화정책을 정통적인 방향으로 되돌리고, 잘못된 정책의 일부를 철회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보하려는 시도"라고 평가했다. 

다이나믹 야티림 멘컬 데어러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엔베르 에르칸은 "금리인상 폭은 경제학자들의 기대를 밑돌지만, 여러 단계 중 첫 번째 단계가 이뤄진 것으로 간주할 수 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리라화 폭락세 지속...투자자들 신뢰도 낮아 

금리인상에도 불구하고 튀르키예 리라화는 폭락세를 지속했다.

금리인상 소식이 발표된 이후 리라화 가치는 2% 이상 내리며 더욱 가파르게 하락했다. 22일 기준 미 달러대비 사상 최저 수준인 24리라까지 내려앉았다. 이는 금리인상 정책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의 신뢰가 여전히 바닥임을 시사하는 부분이다. 

블루베이 애셋 매니지먼트의 신흥 시장 전략가인 티모시 애쉬는 "실망스럽다"면서 "그들은 더욱 앞서서 금리를 인상할 필요가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고, 시장은 이를 반기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코노톡시아 핀테크의 바르토시 사위키 분석가 역시 "2~3년 안에 인플레이션의 불을 끌 방법은 없다"고 단언했다. 

일각에서는 에르도안 대통령에 대한 신뢰가 낮다는 평가도 내놨다. 

컨트롤리스크의 선임 분석가인 조지 다이슨은 "에르도안 대통령이 경제를 바로 잡기 위해 단기적인 고통을 감수하며 심섹 재무장관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문제는 에르도안 대통령이 언제까지 이같은 고통을 견딜 지 여부"라고 지적했다. 

그는 "관건은 심섹으로부터 통제권을 되찾을 지 여부가 될 것"이라며 "에르도안 대통령이 다시 한번 경제에 개입할 유혹은 영원히 존재한다"고 말했다. 

오안다의 수석 시장 분석가인 크레이그 엘럼은 "에르도안 대통령이 과거 금리를 올리려던 중앙은행 총재들을 경질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결코 안심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