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 '패널 동맹' 가능한 4가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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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LG '패널 동맹' 가능한 4가지 이유
  • 박대웅 기자
  • 승인 2023.05.17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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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LGD 이르면 이번분기부터 협업
내년 200만대, 향후 300만~500만대 목표
업계 "LGD 흑자 전환에 도움 될 것"
삼성전자-LGD OLED TV 출하량↑
중국 OLED의 거센 도전 막아내야
삼성전자와 LG의 '패널 동맹'이 가시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의 '패널 동맹'이 현실화되고 있다. 수년 간의 논의 끝에 실리에 방점을 찍은 행보로 읽힌다.

17일 업계와 외신 보도 등을 종합하면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는 77형과 83형 OLED(W-OLED) TV 패널 공급과 관련해 협의를 진행 중이다. 내년도 목표 공급량은 200만대로 최소 15억 달러(약 2조원) 규모로 전해진다. 이어 2025년 300만~500만대로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

200만대 기준은 LG디스플레이 전체 대형 OLED 패널 생산 능력의 약 20~30% 수준으로 추산된다. 이번 계약이 성사되면 이르면 올해 하반기 또는 내년 상바기엔 'LG디스플레이 패널'이 들어간 삼성전자 TV를 볼 수 있다. 

양사는 그동안 패널 동맹 가능성과 관련해 여지를 남겨왔다. LG디스플레이는 올 초 1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가능성은 항상 열려있다"며 "OLED 가치를 인정하고 상호 시너지를 낼 수 있다면 어떤 고객사와도 적극 협업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도 LG디스플레이와 협업 가능성에 대해 "가능성은 항상 열려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다만 양사 관계자는 "아무것도 결정된 건 없다"며 신중한 입장을 전했다. 

삼성전자의 OLED TV. 사진제공=삼성전자

패널 동맹 가능한 세 가지 내부적 이유

내부적 이유로 시야를 돌려 삼성과 LG의 '패널 동맹'을 점치는 이유는 크게 네 가지다. 

첫 번째는 OLED TV 시장의 성장세가 가파르다는 점이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TV 시장 규모는 2022년(1024억달러) 대비 5.2% 감소한 971억 달러로 전망했다. 하지만 OLED TV 시장 규모에 대해선 전년(111억달러)와 비교해 5.7% 성장한 117억 달러 규모로 내다봤다. 평균 단가도 1704달러에서 올해 1752달러까지 상승할 것으로 봤다.

두 번째로 안정적 수급처와 공급처 확보다.  LG디스플레이의 연간 OLED 생산능력은 1000만대로 연간 OLED TV 시장의 전체 출하량(700만~800만대)을 웃돈다. 또 93%(W-OLED 기준)에 달하는 안정적 수율도 갖췄다. 반면 삼성디스플레이의 QD-OLED 연간 생산량은 150만대 정도며 소니 등 다른 고객사에도 공급해야 해 물량이 부족하다. 안정적 공급처 확보로 삼성전자는 OLED TV 세계 판매 2위인 소니를 따라잡을 것으로 기대된다.

옴니디아에 따르면 현재 글로벌 OLED TV 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 6.1%에 불과하다. 1위 LG전자의 54.5%와 2위 소니의 26.1%에 크게 못 미친다.  

세 번째는 실적 개선이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2조850억원의 사상 최대 적자를 기록했다. 올 상반기에도 2조원대 영업손실이 전망된다. 한 해 4500만대 이상의 TV를 판매하는 글로벌 1위 삼성전자를 고객사로 둘 경우 매출 증대와 동시에 60% 미만대로 떨어진 OLED 공장 가동률도 끌어 올릴 수 있다. OLED 패널은 LCD 패널보다 약 5배 비싸다. 

삼성전자 역시 실적 개선이 절실하다. 올해 1분기 반도체 불항 여파로 4조5000억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했다. 비록 스마트폰이 버텼지만 2분기부터 전사적 적자를 기록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특히 생활가전 사업부만 놓고 보면 TV 수요 감소로 1년 전보다 영업이익이 76% 가량 줄었다. 삼성전자는 "네오 QLED, OLED 등 전략 제품군으로 소비자 수요를 공략해 프리미엄을 중심으로 성수기 수요를 선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BOE의 플렉서블 OLED 패널. 사진제공=BOE

중국의 도전

'패널 동맹'을 부추기는 외부적 요인은 중국의 도전이다. 중국 디스플레이 회사들이 OLED 시장에서 약진하며 한국 업체와 격차를 좁히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스톤파트너스는 올해 한국과 중국의 중소형 OLED 시장 점유율은 각각 61%와 39%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은 최근 2년 간 한국을 맹추격하고 있다. 2021년 한국의 점유율은 79%로 압도적이었지만 올해는 18%포인드 줄어들 것으로 예측된다. 반면 2021년 21%에 머물렀던 중국은 같은 기간 18%포인트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 OLED 시장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스톤파트너스는 중국 디스플레이 회사 BOE가 세계 최대 스마트폰 제조사인 애플에 대한 스마트폰용 OLED 패널 공급을 크게 늘릴 것으로 내다봤다. 단적으로 스마트폰 OLED 시장에서 가장 출하 비중이 높은 플렉시블 OLED 분야에서 BOE는 전년 대비 47.89% 성장한 1억1950만장을 생산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오포, 비보, 샤오미 등 중국 스마트폰 제조 기업들은 자국 OLED 패널을 빠르게 채택하고 있다. 반면 국내 기업의 생산량은 6%가량 감소한 2억장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그동안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 등 한국 업체의 독무대였던 OLED 분야에 천문학적인 투자를 단행하며 OLED 생산 물량을 가파르게 늘려 나가고 있다. 특히 LCD 패널 시장을 점령했던 과거와 같이 중국은 원가 전략으로 국내 업체들의 경쟁력을 위협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LCD는 더 이상 국내 디스플레이 패널 업체에 좋은 사업이 아니다"라며 "OLED로는 아직 한국이 앞서지만 LCD 시장을 중국에 빼앗긴 과거를 기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잘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하며 기술 개발과 제품 혁신을 이뤄야 한다고 목소리를 낸다.

강민수 옴디아 한국법인 수석은 올해 초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가 주최한 세미나에서 한국의 OLED 시장 지배력 강화를 위해 중국을 압도할 제품을 내놔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 수석은 "OLED 패널 생산 업체는 시장이 성장할 여지가 있는 TV와 노트북, 태블릿PC 등에 도전해야 한다"며 "스마트워치와 스마트폰 같은 소형 OLED는 중국의 점유율이 높아 매출을 늘리기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디스플레이 수요가 회복될 때까지 기다릴 게 아니라 새로운 제품을 준비해야 한다"며 "한국 업체가 가장 잘하는 대형 OLED 분야에서 중국과 다른 제품과 정책, 인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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