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익래 회장 '수상한 매도'...키움증권 책임론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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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익래 회장 '수상한 매도'...키움증권 책임론 커져
  • 권상희 기자
  • 승인 2023.05.04 14: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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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증권 주가 11거래일 연속 하락…18% 빠져
키움證 "블록딜 매매일자 직접 정한 것 아냐"
"140만주 블록딜 자체가 시장에 부담" 지적도
2007년에 이어 김 회장 '수상한 매도' 부각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권상희 기자]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 주가조작 사태와 관련해 키움증권의 책임론이 부각되고 있다. 폭락의 단초 역할을 한 차액결제거래(CFD) 물량 상당수가 키움증권에서 나온 것으로 알려지면서 개인투자자들의 비난 여론이 거세게 이는 추세다.

4일 오후 2시 기준 키움증권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2100원(-2.33%) 하락한 8만8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달 19일 이후로 11거래일 연속 하락세다. 18일 종가(10만7500원) 기준 18.1% 가량이 빠진 것이다. 시가총액 역시 4500억원 이상 증발했다.

이는 SG증권 무더기 하한가에 대한 책임 여론이 부각된 탓으로 풀이된다. 앞서 지난달 24일 SG증권을 통해 매물이 쏟아지면서 다올투자증권·다우데이타·대성홀딩스·삼천리·서울가스·선광·세방·하림지주 등 주식 8개 종목이 폭락했다. 

금융감독원은 이들 물량의 상당 부분이 키움증권의 CFD 관련 매물인 것으로 파악하고 거래가 규정에 맞게 이뤄졌는지 살펴보고 있다. 임직원들이 주식을 매매하는 과정에서 내부 거래 정보를 사용했는지를 보고 있는데, 특히 폭락 직전 보유 주식을 대량 매도한 김익래 다우키움그룹 회장이 우선 검사 대상에 포함됐다.

앞서 김익래 다우키움그룹 회장은 SG증권의 CFD 물량 폭탄이 터지고 하한가 사태가 발생하기 직전인 지난달 20일에 다우데이타 주식 140만주(3.56%)를 블록딜(시간외대량매매)로 팔아 현금 605억원을 확보했다. 

'무더기 하한가' 사태가 벌어지기 직전에 주당 4만3245원에 주식을 매도함으로써 손실을 피한 것이다. 3일 종가 기준 다우데이타 주가는 1만6270원까지 떨어진 상태다. 

이러한 행위를 두고 김 회장의 매도 시점이 수상하다는 여론이 퍼지자 키움증권은 전날 블록딜 관련 매매내역을 공개하기도 했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다우데이타 블록딜은 4월 초부터 진행된 것으로 4월 5일에 이미 유수의 외국계 증권사를 접촉해 절차를 진행했다"며 "당초 일정은 2~3주를 예상했고, 외국계 증권사는 자체 실사와 법률 검토 과정을 거쳐 4월 19일 내부 심의를 완료했으며, 4월 20일 12시 이후 해외기관에 거래 진행을 통보하면서 당일 장 종료 후 블록딜 거래가 성사됐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 측이 매도 일자를 정한 것이 아니라 외국계 증권사의 일정에 따라 수동적으로 결정됐다는 설명이다. 

이어 "매수자를 찾는 것은 외국계 증권사의 역할이고 키움증권은 매수자를 알지도 못하고 알 수도 없다. 4월 20일 거래량 중 외국인투자자의 매수 수량을 보고 외국계기관으로 판단할 수 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키움증권은 논란이 커지자 다우데이타 블록딜 거래 명세서를 공개했다. 자료=키움증권

키움증권 측은 주식 매도가 관련 법령에 따라 적법하게 진행됐고 관련 공시도 모두 이행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애초에 140만주가 블록딜로 처리된 시점에서 김 회장과 키움증권의 도의적 책임이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매도행위가 적법한 절차로 진행됐다는 것보다는 그 블록딜을 받아간 사람이 누군지, 받아가서 물량이 어떻게 처리됐는지가 더 중요하다"며 "김 회장의 140만주 물량으로부터 이번 사태가 시작된 것은 분명하고, 이후 너도나도 물량을 쏟아내서 하한가를 찍은 것이기 때문에 최초 원인제공자로서의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1만4000주도 아니고 140만주가 블록딜로 물량이 나가면 그게 당연히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며 "키움증권 측은 우연의 일치라고 말하고 있지만 왜 하필 그 시점에 매도했는지에 대해서는 검찰 수사를 통해 밝혀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의 '수상한 매매'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김 회장은 지난 2007년 1월에도 다우데이타 주식을 133만주(4.15%) 팔았는데, 이후 다우데이타 주가가 하한가를 기록한 바 있다. 김 회장이 주당 4757원에 매도한 지 열흘 만에 주가가 2960원까지 떨어진 것이다. 

키움증권은 김 회장의 주식 매도가 '지분 증여에 따른 세금 납부'를 위한 것이라고 항변했지만, 김 회장은 지난 2022년부터 다우데이타 주식을 3만4855주 추가 매수한 것으로 파악된다. 지분을 넘겨야 하는 상황이라면 추가 매수를 할 경우 세금이 늘어나기 때문에 앞뒤가 맞지 않는 설명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김 회장은 지난해 6월부터 9월까지 총 3만4855주를 장내 매수했다. 주가조작 세력이 시세조종으로 다우데이타 주가를 끌어올리기 시작한 시점은 지난해 10월로 추정된다. 김 회장은 주가가 오르기 전에 매수하고, 하한가 사태가 터지기 직전에 140만주를 내놓은 것이다. 

이러한 행위에 키움증권을 이용하던 투자자들은 거센 비난 여론을 내놓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다우데이타 지분의 21.78%를 가지고 있는 것은 소액주주들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실제로 김 회장이 주가조작에 관여했는지 아닌지는 검찰 수사를 통해 나와야 할 사항"이지만 "대주주의 대량 매도가 폭락의 단초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키움증권에 도의적 책임이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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