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저하고' 예고된 반도체…'장밋빛' 전망 신중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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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저하고' 예고된 반도체…'장밋빛' 전망 신중론도
  • 박대웅 기자
  • 승인 2023.04.07 17: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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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SK하이닉스 주가 연일 상승세
반도체 '상저하고' 기대감 반영으로 풀이
늘어나는 차입금…재무건전성 살펴야
지나친 장밋빛 금물…업황 개선 확인 해야
반도체 칩 모습.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반갑다, 외국인!'

최근 유가증권 시장에서 한국 반도체 '쌍두마차'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가 심상치 않다. 반도체 '한파'를 넘어 '빙하기'가 온다는 부정적인 전망 속에서도 연일 강세다. 7일 삼성전자 주가는 영업이익이 140% 이상 급감했다는 소식에도 장중 한때 6만5000원을 찍었다. 같은 시각 SK하이닉스 주가 역시 5% 넘게 상승하며 9만원대(8만8200원)를 넘봤다. 하반기 반도체 업황 개선 기대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외국인들의 삼성전자 보유 비중이 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5일 기준 삼성전자 외국인 보유 비중은 51.09%로 2022년 4월22일(51.13%) 이후 1년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연초 49.67%와 비교해 1.42%포인트 증가했다. 과거 10년간 삼성전자의 외국인 보유 비중은 2019년 7월30일 58.01%로 최고치를 기록한 바 있다. 최저치는 2016년 1월25일의 48.97%다. 한국거래소는 올해 외국인 투자자들이 삼성전자 주식을 5일 기준 5조378억원어치 순매수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 외국인 투자자는 3조원어치 주식을 팔아치웠다. 

'상저하고' 기대감 현실화될까

한국의 반도체 업황에 대한 전망은 대체로 '상저하고'다. 상반기까지 실적 악화가 지속되다 2분기 내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바닥을 형성하고 하반기부터 오름세로 전환할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이런 기대감에 힘입어 최근 외국인 매수세가 탄력을 받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하반기 고객사의 재고 건전화와 반도체 업체들의 공급 축소 효과가 반영되면서 점진적 수급 개선이 이뤄질 전망"이라면서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은 2분기 추가 하락한 후 바닥에 근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전자는 7일 1분기 실적발표에서 "공급성이 확보된 메모리반도체 제품을 중심으로 의미 있는 수준까지 생산량을 하향조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상반기 반도체 수출은 저점을 향하는 모습이다. 지난 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한국의 3월 수출액(통관 기준 잠정치)은 551억2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3.6% 감소했다. 지난해 10월 이후 6개월 연속 감소세다. 특히 한국의 최대 수풀 품목인 반도체의 수출 감소폭은 34.5%로 가장 컸다. 제품가격 하락 등 영향으로 풀이되며 8개월 연속 전년 동기 대비 수출이 줄었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 사진제공=삼성전자

늘어나는 차입금, 관건은 '재무건전성'

'상저하고' 기대감이 실제 실적으로 증명될지는 미지수다. 관건은 재무건전성 확보다. 

삼성전자는 그동안의 무차입 경영기조를 포기하고 최근 삼성디스플레이로부터 20조원을 빌렸다. 반도체 시설투자 규모 유지를 위한 재원 확보가 차입 이유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반도체 투자 유지를 위해 자회사로부터 단기 차입한 것"이라면서 "삼성전자가 보유한 현금성 자산이 많지만 국외에 있어 이를 가져오기보단 자회사로부터 차입이 더 유리하다는 판단이 있었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도 최근 2조원 규모의 교환사채(EB)를 발행했다. 운영자금이 이유지만 지난해 4분기부터 시작된 적자 기조가 영향을 대규모 차입으로 이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차입금이 늘어난 이유는 국내외 거시환경이 악화되면서 반도체 산업의 영업 흐름이 악화된 반면 나가는 비용은 크게 줄지 않아서"라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 전경. 사진제공=SK하이닉스

업황 개선 지켜봐야

재무안정성 확보를 위해선 업황 개선이 시급하다. 지난해 11월 말 세계반도체시장통계기구(WSTS)는 올해 전세계 반도체 시장 규모를 전년보다 4.4% 증가한 5801억 달러로 예상했다. 이는 2021년의 26.2% 매출 신장과 대비된다. 매출만 놓고 보면 올해 전 세계 반도체 매출은 약 5565억 달러(약 715조원)로 지난해보다 4.1% 감소할 전망이다. 

반도체 매출 감소 원인은 주요 수요처인 가전, TV, 스마트폰, 노트북 등 세트 제품의 출하량 감소와 글로벌 인플레이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금리인상 등으로 소비 여력 축소 등이 꼽힌다. 이 중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력인 메모리 반도체 매출 감소가 가장 심각하다. 메모리 반도체 매출은 올해 지난해보다 17% 가량 더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메모리 반도체는 최근 수요 둔화와 공급 과잉으로 가격이 지속해서 하락하고 있다. D램 가격은 2021년 3월 5.3달러를 찍은 이후 꾸준히 하락해 2달러 수준에 머물러 있다. 낸드플래시 역시 지난해 4분기와 비교해 올 1분기 10~15% 가량 하락 한 가격대를 형성했다. 

메모리 반도체의 큰 손인 주요 빅테크 기업의 서버교체 주기가 늘어난 점은 악재다. 과거 3년을 주기로 서버를 교체했던 미국의 빅테크들은 하나같이 서버 연한을 늘렸다. 구글은 3년 반, 메타는 4년 반,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는 6년으로 늘렸다. 

실제 이런 부정적인 전망은 신용평가에도 반영됐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지난달 29일 SK하이닉스의 신용등급을 기존 Baa2로 유지했지만 전망은 '안정'에서 '부정'으로 하향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역시 SK하이닉스의 등급 전망을 '안정'에서 '부정'으로 내렸다. 신용등급은 기존 'BBB-'를 유지했다. 반면 삼성전자는 업황 악화에도 무디스와 S&P모두 신용등급을 모두 '안정'을 유지했다. 신용등급은 양사 모두 종전과 같은 'AA-'(S&P)와 'Aa2'(무디스)로 변동 없었다. 

S&P는 "작년 3분기부터 메모리 반도체 수요 감소가 두드러지고 있다"라며 "글로벌 경기 둔화로 PC 및 스마트폰에 대한 일반 소비자 및 기업 수요가 위축되고 서버 제조사들도 재고감축에 집중하면서 D램과 낸드 메모리 모두 가격이 하락세"라고 이유를 짚었다. 이어 "메모리 반도체 시황은 최소 올해 상반기까지 약세"라며 "하반기 D램 중심으로 수요가 소폭 반등할 수 있으나, 낸드 메모리는 회복까지 시간이 더욱 필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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