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한기' 맞이한 증권가…증시 둔화에 4분기 실적도 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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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한기' 맞이한 증권가…증시 둔화에 4분기 실적도 악화
  • 권상희 기자
  • 승인 2023.01.10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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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호황기 대비 6분의 1 가량 거래대금 줄어
대형 증권사 4분기 영업이익·순이익 하락 추정
美 증시 올해 22% 하락 전망…코스피에도 영향 미칠 것
사진=연합뉴스
여의도 증권가.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권상희 기자] 글로벌 중앙은행들의 긴축이 지속되면서 증시가 고전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증권사들의 실적도 더욱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19 이후 주식에 재미를 붙인 개인들이 시장을 떠나면서 거래량이 반토막나고, 부동산 경기마저 급격하게 침체된 영향으로 분석된다.

10일 금융투자협회 종합통계서비스에 따르면 9일 기준 코스피 거래대금은 7조290억원으로 1년 전인 2022년 1월 7일(10조5824억원) 대비 3조5000억원 가까이 빠졌다. 증시가 호황이었던 2021년 1월 8일(40조9095억원) 대비해서는 거의 6분의 1 수준까지 내려간 셈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코로나19 발생 이후 대규모로 풀었던 유동성을 거둬들이는 과정에서 주가지수는 30% 넘게 하락했다. 이에 주식투자를 시도했던 개인들이 대규모로 이탈하면서 증시가 하락장을 맞이했다. 

이에 시장에서는 주요 증권사 4분기 실적 전망치를 하향하는 추세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대형 증권사 중 미래에셋증권의 4분기 영업이익은 2050억원, 지배주주귀속순이익은 1505억원으로 추정됐다. NH투자증권은 각각 1440억원과 999억원, 삼성증권은 1542억원과 1175억원, 키움증권은 각각 1601억원과 1162억원으로 추산됐다. 한국금융지주의 경우 영업이익 2030억원, 지배주주순이익 1604억원으로 전망됐다.

자료=에프앤가이드
자료=에프앤가이드

강승건 KB증권 연구원은 미래에셋증권의 2022년 4분기 연결기준 지배주주순이익이 1756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2.9%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홍콩법인 감자(2억5000만달러)로 인해 환평가이익 900억원이 반영돼 컨센서스는 상회하겠지만, 4분기 브로커리지 관련이익은 거래대금 감소와 신용잔고 축소의 영향으로 전분기대비 4.5% 감소할 것"이라며 "지난 3분기 큰 폭으로 감소한 IB와 기타수수료 수익이 이번 분기에도 2.5%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같은 기간 NH투자증권의 지배주주순이익은 686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66.6%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강 연구원은 "거래대금 감소와 신용잔고 축소로 브로커리지 관련 이익은 1.8% 감소할 것이고 부동산 금융시장 부진이 반영되며 IB와 기타수수료 수익은 전분기대비 4.9%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른 대형 증권사들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삼성증권의 4분기 연결기준 지배주주순이익은 916억원으로 전분기대비 25.8%, 전년동기대비 36.5%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키움증권 역시 4분기 지배주주순이익 1123억원으로 컨센서스를 5%가량 하회할 것으로 전망됐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증권업 4분기 실적은 시장 금리 하락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3분기보다 감소할 전망"이라며 "이는 연중 내내 금리 상승의 피해를 입으면서 채권의 금리 민감도를 크게 낮췄기 때문에 금리 하락의 수혜는 적게 입을 것이며, 증시와 부동산 동반 부진으로 연말 자산 재평가 시 이익이 아니라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9월 이후 신규 프로젝트파이낸싱(PF)딜이 크게 감소했고, 거래대금도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며 "자산 재평가 손실이나 PF 부진 영향에서 가장 자유로운 키움증권이 가장 시장 기대에 부합하는 실적을 기록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 연구원은 "커버리지 5개 증권사의 2022년 4분기 합산 연결 지배주주 기준 순이익은 6036억원으로 전분기대비 14.3% 증가, 전년동기대비 41.2%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평가했다.

4분기 실적의 특징으로는 "일평균거래대금이 5.8%(거래대금 기준 -7.3%) 감소하고 신용잔고가 감소하며 브로커리지 관련 이익 감소가 이어지고, 부동산 금융 위축과 주식시장 부진·채권발행 부진 등으로 3분기 큰 폭의 이익 감소를 시현했던 IB 실적이 4분기에도 감소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4분기 주식시장 반등과 11~12월 채권금리 하락의 영향으로 트레이딩과 상품 손익이 전분기대비 회복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4분기 5개사 합산 ROE는 6.5%로 여전히 부진한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증시가 올해 추가로 22% 가량 더 떨어질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이에 영향을 받아 코스피도 추가 하락세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국내 증권사들의 올해 실적 역시 부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9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미 월가 대형 IB 모건스탠리의 마이클 윌슨 전략가는 투자노트에서 경제 성장 전망이 비관적임에도 기업들의 이익 추정치는 여전히 높은 상황이라며, 약간의 경기 침체가 발생해도 S&P 500 지수가 현재 시장에서 추정하고 있는 3500~3600보다 더 떨어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그는 "시장 컨센서스가 방향은 맞을 수 있지만 깊이 면에서는 틀릴 수 있다"며 "S&P 500 지수가 현재 수준보다 22% 떨어져 3000 부근에서 바닥을 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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