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개편 35년간 2번 뿐…정부, '연금고갈' 대비 개혁 드라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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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개편 35년간 2번 뿐…정부, '연금고갈' 대비 개혁 드라이브
  • 권상희 기자
  • 승인 2023.01.05 16: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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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고령화로 2054~2055년경 국민연금 고갈 전망
국회 연금특위 자문위 "연금 수령시점 미루고 납부기간 늘려야"
'더 내고 더 받는' 방식 효율성 떨어져…이달 말까지는 초안 마련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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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뉴스=권상희 기자] 우리나라가 2년 후인 2025년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국민연금 개혁 논의에 속도가 붙고 있다. 급속한 고령화와 저출산으로 연금제도 개편이 불가피해진 가운데 정부는 연금개혁을 포함한 '3대 개혁'을 올해 중점적으로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5일 국회와 관계부처에 따르면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연금특위)는 이달 말까지 연금개혁 초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연금개혁 초안 작성은 연금특위 산하에 꾸려진 민간 자문위원회가 담당한다. 민간자문위원회는 연금 전문가인 김용하 순천향대 교수와 김연명 중앙대 교수가 공동위원장을 맡았다.

각종 연구기관에 따르면 국민연금의 기금 고갈 시기는 점차 빨라질 전망이다. 국회예산정책처는 국민연금이 2039년 적자로 돌아서고 2055년이면 적립금마저 모두 소진될 것으로 예측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는 국민연금이 2036년부터 적자로 돌아서고 2054년에는 고갈될 것으로 예측했다. 어느 쪽이든 현재 20대들이 국민연금을 받아야 할 시점에는 모두 고갈되는 것이다. 

35년간 국민연금 제도 개혁은 두 차례 뿐

국민연금은 기본적인 노후소득 보장을 위해 보험료로 조성한 기금에서 노후에 일정 급여를 지급하는 사회보험제도다. 1973년 제정된 국민복지연금법을 바탕으로 1986년 말에 전면개정한 국민연금법에 의해 1988년부터 35년째 시행 중이다. 

지난 35년간 제도 개혁은 1998년과 2007년 두 차례 이뤄졌다. 보험료율은 1988년 국민연금 출범 때부터 3%에서 5년마다 3%포인트씩 9%까지 높이기로 돼있었고, 두 차례 개혁을 통해서는 소득대체율을 낮췄다. 초기에는 보험료율 3%로 생애 평균소득 대비 연금액 비율인 소득대체율 70%를 보장하는 제도로 출발해 점차 보험료율은 늘어나고 소득대체율은 줄어들었다. 

첫 연금개혁은 1998년 이뤄졌다. 김대중 정부는 소득대체율을 70%에서 60%로 낮추고, 수급 개시 연령을 60살에서 5년마다 1살씩 2033년 65살까지 늦추는 1차 제도 개혁을 진행했다. 

이어 노무현 정부는 2차 연금 개혁을 추진했다. 2003년 법제화 이후 첫 국민연금 재정계산 결과, 당시 보험료율인 9%와 소득대체율 60%를 유지하면 2036년 기금 적자가 발생하고 2047년 고갈된다는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당시 정부는 보험료율을 12.9%로 올리고 소득대체율을 50%로 내리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국회 논의 과정에서 무산되면서 보험료율을 그대로 둔 채 소득대체율만 2028년까지 40%로 인하하는 방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정부는 5년마다 국민연금 재정을 추계해 문제가 도출되면 이를 개편해야 하지만, 지난 3차와 4차 재정추계 때는 핵심적인 문제를 개선하지 않고 다음 정부로 넘겼다. 문재인 정부의 경우 2018년 4차 재정계산과 함께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 개혁안을 마련했지만 제도 개혁은 이뤄지지 않았다. 2018년 재정 계산대로라면 현행 제도 유지 시 적립기금이 2042년 적자로 돌아서고 2057년 소진된다. 그러나 저출산과 고령화가 더 빨라지면서 이러한 전망은 더 앞당겨질 것으로 보인다. 

보험료율 9%로 OECD 평균의 절반…인상 방안 논의

현재 국민연금의 보험료율은 1998년부터 9%를 유지하고 있다. 사업장가입자의 경우 근로자(4.5%)와 사업주(4.5%)가 반씩 나눠 부담하며, 지역가입자의 경우 가입자 본인이 전액(9%) 부담하는 구조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18.5%의 절반 수준이다. 소득대체율의 경우 2008년부터 매년 0.5%포인트씩 낮아져 현재 43%에서 2028년에는 40%에 도달하게 된다.

국민연금 개혁이 절실해진 가운데 국회 연금특위는 지난 3일 민간자문위원회로부터 개혁 방안을 보고받았다. 자문위는 연금특위에 국민연금을 받기 시작하는 시점을 만 65세보다 더 미루고, 가입자가 보험료를 납부하는 기간 또한 늘릴 것을 제안했다. 

앞서 지난해 12월 8일 연금특위가 개최한 포럼에서 유호선 국민연금연구원 연구위원은 수급개시연령을 점진적으로 만 68세까지 올릴 경우 기금 고갈 시점을 2059년으로 2년 가량 늦출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자문위는 보험료를 그만 내는 시점인 만 59세(의무가입연령)을 수급개시연령과 일치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현 제도에선 만 60~64세는 연금을 내지도 받지도 않는 상태인데, 연금을 받기 시작하는 시점까지 계속 보험료를 납부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생기는 은퇴부터 연금 수급 시점까지의 소득 공백을 메우기 위해 자문위는 현재 60세인 법정 정년 또한 함께 연장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민연금연구원의 경우 '더 내고 더 늦게 받는 방식'을 제안하고 있다. 2025년부터 현행 9%인 보험료율을 매년 0.5%포인트씩 인상해 2036년까지 15%로 올리면 기금 고갈 시기를 최대 2073년까지 늦출 수 있다는 것이다. 직장인의 경우 현재 4.5%인 보험료율이 2036년에는 7.5%로 3%포인트 늘어나는 셈이다. 

또한 2033년부터 65세가 되는 연금 수급 시기는 5년마다 1년씩 늦춰 2048년엔 68세가 되게 하는 조건도 제시했다. 2025년부터 3년마다 보험료율을 1%포인트씩 올려 2040년 15%에 도달하는 방안, 5년마다 1%포인트씩 올려 2050년 15%에 도달하게 하는 점진적인 개혁안도 같이 제안했다. 

연금특위, 4월 말까지 국회안 확정…10월까지 개혁안 국회에 제출

지난 3일 자문위는 "국민연금의 재정적 지속가능성 제고를 위한 적정 보험료율을 확보하고, 노후소득보장성 제고를 위한 적정 연금지급률을 확보할 것"을 제안했다. 보험료율만 올리는 것이 아니라 소득대체율까지 올리자는 것이다. 

다만 '더 내고 더 받는' 방식으로는 재정 안정화를 달성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껏 보험료율을 높여 놓고 소득대체율까지 함께 높이면 지출이 많아져 효과가 반감된다는 것이다. 

자문위가 제시한 현재 60세인 법정 정년을 연장하는 것 또한 기업의 부담이 커지는 방안이다. 또 '표심'을 잃을까 두려운 정치인들이 연금개혁을 강하게 추진하기 부담스러워한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하지만 올해는 정부가 개혁에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면서 결과가 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연금특위는 자문위의 의견을 바탕으로 이달 말까지 개혁안 초안을 만들고, 4월 말까지 국민 여론을 수렴해 국회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그동안 정부는 오는 3월까지 제5차 국민연금 재정계산을 끝낸다. 이를 바탕으로 보건복지부는 올해 10월까지 개혁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1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국정과제점검회의에서 "이번 정부 말기나 다음 정부 초기에는 앞으로 수십년간 지속할 수 있는 연금 개혁 완성판이 나오도록 지금부터 시동을 걸어야 한다"고 연금 개혁 의지를 밝힌 바 있다.

다만 2030년 1.32명으로 추산됐던 합계출산율이 지난해 0.86명까지 떨어지고, 66살 이상 노인 빈곤율이 2020년 기준 40.4%를 기록한 시점에서 이번 정부 말기나 다음 정부 초기에 연금개혁 완성판이 나오는 것은 늦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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