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가 달라진다] ①'금쪽같은 한끼'면 돼…'앰비슈머'의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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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가 달라진다] ①'금쪽같은 한끼'면 돼…'앰비슈머'의 등장
  • 김솔아 기자
  • 승인 2022.12.26 10: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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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가 찾다가도 명품 구매…양면적 소비 '앰비슈머' 늘어
올해 명품 힘입은 백화점, 불황 속 선호도 더 높아져
파인 다이닝·오마카세 인기…'금쪽같은 한끼'가 중요해져
경기침체 추세에도 '보복성' 사치 이어질 전망
레스토랑 이미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2022년은 복합적인 소비 형태가 관찰된 한 해였다. 엔데믹에 따른 경기 회복 기대감도 잠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원재료 수급난이 확산되고 3高(고금리·고환율·고물가)의 충격이 서민들의 장바구니 부담을 가중시켰다. 소비재의 가격이 고공행진하며 각종 '-플레이션(flation)' 현상이 불어닥친 가운데 명품 시장은 보복심리를 업고 호황을 누렸다. 점점 세분화되는 동시에 빠른 주기로 변화하는 소비 트렌드를 되짚어 보고, 내년 전망을 살펴본다. [편집자 주]

[오피니언뉴스=김솔아 기자] 올해는 소비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졌다. 경기 침체 속에서 식재료, 생필품을 최저가로 판매하는 채널을 찾으면서도 상대적으로 가격대가 높은 프리미엄 상품에는 아낌없이 지갑을 여는 소비자가 늘었다. '앰비슈머(Ambisumer)의 등장이다.

앰비슈머란 양면성(ambivalent)과 소비자(consumer)의 합성어로 가치관에 따라 양극화 소비를 하는 현상 또는 사람들을 말한다. 이들은 두 얼굴을 가진 '야누스' 소비자로도 불린다. 

업계는 가치를 두는 소비재에 과감하게 지출하고, 절약 가능한 소비에는 지출을 아끼는 앰비슈머 소비 트렌드가 장기화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필수 소비재는 선호도나 품질의 차이가 크게 나지 않아 가격이 구매의 결정적 요인이 되지만, 사치재의 경우 브랜드가 주는 심미적, 심리적 가치를 크게 평가하는 경향이 커졌다는 설명이다.

명품·의류가 이끈 백화점…소비 양극화에 선호도 더 높아질 듯

올해 백화점 업계는 소비 양극화에 힘입어 매출 성장세를 이어갔다. '오픈런' 현상까지 일으킨 명품과 마진이 높은 고가의 의류 상품이 실적을 이끌었다.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 등 주요 백화점 업체들은 올해 3분기 두 자릿수의 매출 성장률을 기록했다. 

롯데쇼핑의 올 3분기 백화점 부문 매출액은 전년 대비 17.3% 늘어난 7689억원을 기록했고, 영업이익은 1089억원으로 흑자전환했다. 신세계 법인과 광주 신세계, 대구 신세계, 대전신세계 법인 실적을 포함한 신세계의 백화점 사업 3분기 매출은 전년보다 19.8% 늘어난 6096억원으로 집계됐다. 영업이익은 1094억원으로 50.5% 증가했다. 현대백화점의 3분기 매출은 5607억원, 영업이익은 965억원으로 각각 13.2%, 64.6% 늘었다.

증권가는 내년 예상되는 경기 불황이 소비 양극화 현상을 더욱 부추길 것으로 전망한다. 전반적인 소비 심리는 위축되나 사치재에 있어서는 가격보다 자신의 심신을 치유해줄 수 있는 '가심비'를 더욱 지향하게 된다는 분석이다.

정소연 교보증권 연구원은 "백화점 업태는 가치 있는 것에 소비를 아끼지 않는 '가치소비', '양극화 소비'를 흡수하며 저성장을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내년 소비둔화가 본격화될 것이라 전망하는 가운데 유통업 내 양극화 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낮에는 편의점 도시락, 저녁엔 오마카세…'전략적 한끼' 

올해는 소수의 미식가가 찾던 '오마카세', '파인 다이닝' 등의 고급 식당들이 대중화된 한 해였다. 한편에서는 외식 물가의 상승으로 '런치플레이션'이라는 신조어가 생기며 편의점 도시락과 마트 PB상품 매출이 급증했다. 일상적인 끼니는 간단하고 저렴하게 해치우되, 특별한 날에는 고급 레스토랑에서 '미식 경험'을 누리는 트렌드가 확산됐다.

인스타그램에 오마카세와 파인다이닝 해시태그를 단 게시물은 각각 57만개, 15.5만개에 달한다. 오마카세, 파인 다이닝, 호텔 레스토랑 등 식당을 예약할 수 있는 앱 '캐치테이블'은 올 상반기 월간 활성 이용자(MAU)수 200만을 넘길 만큼 활발히 사용되고 있다.  

호텔 뷔페를 찾는 이들도 늘었다. 최근 연말을 앞두고 주요 호텔 뷔페가 일제히 가격을 인상했음에도 해당 뷔페들의 12월 예약은 빠르게 마감됐다. 

업계에 따르면 롯데호텔 뷔페 ‘라세느’는 12월 한 달 평일 저녁 가격을 15만원에서 18만원으로 인상했다. 12월 24일과 25일 양일간 점심·저녁 가격은 모두 19만원이다. 신라호텔 뷔페 ‘더 파크뷰’도 12월 저녁 뷔페 가격을 인상했다. 기존 15만 5000원이던 저녁 뷔페는 12월 1일부터 11일까지 17만 5000원에, 12월 12부터 31일까지는 18만 5000원에 판매된다. 웨스틴조선호텔 뷔페 ‘아리아’는 12월 평일 저녁 가격을 13만5000원에서 17만원으로 올렸다. 

이처럼 가격이 훌쩍 뛰었으나 해당 호텔 뷔페들의 예약은 몹시 치열하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호텔 뷔페 예약을 위해 적게는 수십통부터 많게는 수백통의 전화를 걸었다는 '인증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서울 시내에 위치한 한 호텔 부페관계자는 "내년 1월말까지는 저녁 예약이 다 찼다"며 당분간 이런 분위기가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모델이 CU의 최저가 도시락 상품을 먹고 있다. 사진제공=BGF리테일

한편 올해는 대형마트의 '초저가' 치킨 경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고물가 기조 속 마트 PB(Private brand, 자체 브랜드) 식품 매출이 증가했다. 업계는 인기에 힘입어 피자, 샌드위치, 햄버거 등으로 '초저가' 라인업 강화에 나서기도 했다.

편의점 업계도 런치플레이션 현상에 따라 도시락, 가정간편식, PB베이커리 등의 매출이 급증하며 호실적을 거뒀다. 인플레이션의 반사이익을 입었다는 평가다. 주요 편의점 업체들이 수익이 낮은 담배 비중을 줄이고 불황에 강하며 마진이 높은 도시락, 간편식 등의 비중을 키우면서 내년에도 성장세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간편한 한끼와 고급 레스토랑을 오가는 소비 형태는 내년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김난도 서울대 교수와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이 함께 연구, 집필한 '2023외식업트렌드'에 따르면 첫 번째 키워드는 '금쪽같은 내 한 끼'다. 

요즘 소비자들은 한 끼의 전략적 소비 집중을 통해 행복과 만족을 높인다는 설명이다. 우아한형제들 측은 "실제로 최근 3개월간 배민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점심보다 저녁에 사이드 메뉴를 포함해 주문하는 경우가 1.7배 많았다"며 "아침 점심은 빠르고 간편하게, 저녁 한끼는 푸짐하게 즐기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진협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소비시장에 있어서 주류로 떠오른 MZ세대일수록 소비에 있어서 상품이 주는 가치에 대해 민감해진다"며 "여기에 SNS와 유튜브 등과 같은 플랫폼이 발전하며 실시간으로 쌍방향 소통이 되는 과정이 심미적, 심리적 가치를 지닌 상품에 대해 자연스러운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가치소비가 지속적으로 순환 참조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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