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가 달라진다] ④'중고거래'의 진화…"체면보다 가성비·희소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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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가 달라진다] ④'중고거래'의 진화…"체면보다 가성비·희소성"
  • 김솔아 기자
  • 승인 2022.12.30 10: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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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거래, 소비자 니즈따라 다양한 형태로 진화
실용적 소비가 놀이문화로…재테크로도 각광
성장 가능성에 백화점도 가세
사진제공=스탁엑스.
사진제공=스탁엑스.
2022년은 복합적인 소비 형태가 관찰된 한 해였다. 엔데믹에 따른 경기 회복 기대감도 잠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원재료 수급난이 확산되고 3高(고금리·고환율·고물가)의 충격이 서민들의 장바구니 부담을 가중시켰다. 소비재의 가격이 고공행진하며 각종 '-플레이션(flation)' 현상이 불어닥친 가운데 명품 시장은 보복심리를 업고 호황을 누렸다. 점점 세분화되는 동시에 빠른 주기로 변화하는 소비 트렌드를 되짚어 보고, 내년 전망을 살펴본다. [편집자 주]

[오피니언뉴스=김솔아 기자] 최근 중고거래 시장은 주요 온라인 플랫폼을 중심으로 급격히 성장했다. 과거 중고거래는 오래되고 낡은 제품을 값싸게 구매하는 '실용적 소비'에 그쳤으나 최근에는 그 의미가 확장되며 다양한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중고거래를 통해 구하기 어려운 희귀상품을 구매하거나, 비슷한 니즈를 가진 다른 소비자들과 만나 물품을 거래하면서 즐거움을 느끼기도 한다. 또 본인이 구매한 제품을 더 비싼 가격에 팔며 중고거래를 재테크로 활용하거나, 가치소비의 일환으로 중고품 사용을 지향하는 이들도 늘었다. 

국내 중고거래 시장 규모는 2021년 기준 약 24조원으로 추산되는데, 이는 2008년 4조원 대비 6배 성장한 규모다. 소유보다 경험, 체면보다 가성비를 중시하는 MZ세대가 주 소비층으로 부상하면서 중고거래 시장은 앞으로 더욱 성장할 전망이다. 

'프리미엄' 중고거래의 등장…한정판 리셀 플랫폼 급성장

스니커즈를 비롯한 한정판 상품을 주로 거래하는 리셀 플랫폼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리셀테크(리셀+재테크), 슈테크(운동화+재테크)와 같은 신조어가 만들어질 만큼 명품 가방과 운동화 등 비전통적인 자산에 투자하는 MZ세대가 늘면서다.

리셀 시장을 이끄는 플랫폼으로는 네이버 자회사인 스노우에서 분사한 크림과 무신사의 솔드아웃 등이 있다. 

크림의 올해 상반기 거래액은 7200억원을 넘겼으며 솔드아웃의 올해 2분기 거래는 작년 동기 대비 6배 이상 증가했다. 같은 기간 솔드아웃에서 한정판 제품을 실제 구입하거나 판매한 '거래 이용자'도 작년보다 290% 늘었다.

글로벌 리셀 시장의 선두를 달리는 플랫폼 '스탁엑스(StockX)'도 지난 9월 한국진출 1주년을 맞았으며, 최근 한화솔루션의 자회사인 엔엑스이에프도 한정판 거래 플랫폼 ‘에어스택(AIRSTACK)’의 서비스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니커즈, 패션 상품 등 글로벌 한정판 새상품을 중심으로 서비스를 전개한 후 내년 하반기부터 중고상품을 병행 판매한다는 방침이다.

"당근이세요?" 1억 6400만번…지역 중심 중고거래 더 커져 

자료제공=당근마켓

중고거래 플랫폼으로 시작해 현재 지역 커뮤니티 플랫폼으로 서비스를 확장하고 있는 당근마켓의 올해 신규 회원은 1000만명 이상으로 나타났다. 12월 기준 당근마켓 누적 가입자 수는 3200만명에 달한다.

당근마켓의 가장 큰 특징은 기존 중고거래 플랫폼이나 이커머스와 달리 지역 상권을 중심으로 운영된다는 점이다. 지역 상권 안에서 소비자 간 거래를 유도하는 차별화된 포지셔닝으로 C2C(consumer to consumer) 플랫폼 중 성장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올해 당근마켓에서 통해 이뤄진 중고거래 건수는 1억 6400만건으로 집계됐다. 이중 본인이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이웃에게 무료로 나누는 '나눔' 건수는 1000만건으로 나타났다. 친환경과 가성비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물건을 공짜로 베푸는 나눔 현상도 등장한 것이다.

백화점 업계도 중고거래에 눈독

사진제공=롯데백화점
사진제공=롯데백화점

중고거래 시장이 빠른 성장세를 보이자 시장 가능성을 엿본 주요 백화점들도 오프라인 중고거래 매장을 오픈 하는 등 관련 사업에 뛰어들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달 잠실 롯데월드몰 2층에 리셀 플랫폼 크림의 오프라인 공간을 업계 최초로 오픈했다. 

해당 공간에서는 고객들이 직접 판매할 상품을 등록할 수 있는 ‘드롭 존(Drop Zone)’이 운영된다. 고객이 판매할 상품을 매장으로 가져와 접수하면 크림 소속 전문가들이 상품의 정품 여부와 컨디션 등을 검수해 거래 가능 여부를 결정한다. 검수 통과 후 제품은 판매를 위한 보관 혹은 거래가 확정된 경우 구매자에게 배송되며, 판매 금액은 일정 수수료를 제외하고 판매자에게 입금되는 구조다. 

또 인기 한정판 제품들을 만날 수 있는 ‘쇼룸’을 조성해 MZ세대 고객 유입을 늘린다는 방침이다. 한정판 스니커즈와 의류, 액세서리 등 인기 상품들을 전시하고 새로운 브랜드의 제품이나 콜라보 상품을 단독으로 소개한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롯데백화점이 마련한 크림의 오프라인 공간이 MZ세대 고객들이 다양한 문화를 즐기고 서로 공유할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길 바란다"고 전했다. 

신세계는 그룹의 벤처 캐피탈사(CVC)인 시그나이트파트너스를 통해 투자한 중고거래 앱 번개장터와의 협업을 늘리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신세계 ‘센터필드 역삼’에 번개장터의 명품 판매 오프라인 매장인 ‘브그즈트 컬렉션’을 오픈한 바 있다.

현대백화점은 지난 9월 신촌점 유플렉스 4층을 전체를 중고품 전문관 ‘세컨드 부티크’로 리뉴얼했다. 백화점이 한 층 전체를 정식 중고품 매장으로 구성한 최초의 사례다.

세컨드 부티크 오픈 직후 3일 동안 현대백화점 신촌점의 매출이 전년 대비 2배 늘어나기도 했다. 이어 현대박화점은 같은 달 미아점 1층에 중고 명품 전문 매장 '럭스 어게인'도 오픈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백화점의 얼굴이라고 불리는 1층에 중고 전문 매장이 오픈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며 "최근 MZ세대 고객들 중심으로 가치소비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나만의 가치'를 중시하고 환경 오염과 자원 낭비를 지양하는 친환경 소비가 늘어난 점도 중고 상품 인기의 배경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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