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가 달라진다] ③ 소수 취향 넘어 트렌드로 자리매김…'비거니즘' 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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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가 달라진다] ③ 소수 취향 넘어 트렌드로 자리매김…'비거니즘' 열풍
  • 김솔아 기자
  • 승인 2022.12.28 10: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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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소비 열풍에 '비거니즘' 부상…동물착취 제품 지양
최근 3년새 국내 비건 인구 67% 증가
식품·화장품·패션기업 등 잇따라 비건 사업 진출
신세계푸드 식물성 햄 '베러미트' 제품 이미지. 사진제공=신세계푸드
식물성 햄 '베러미트' 제품 연출 이미지. 사진제공=신세계푸드
2022년은 복합적인 소비 형태가 관찰된 한 해였다. 엔데믹에 따른 경기 회복 기대감도 잠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원재료 수급난이 확산되고 3高(고금리·고환율·고물가)의 충격이 서민들의 장바구니 부담을 가중시켰다. 소비재의 가격이 고공행진하며 각종 '-플레이션(flation)' 현상이 불어닥친 가운데 명품 시장은 보복심리를 업고 호황을 누렸다. 점점 세분화되는 동시에 빠른 주기로 변화하는 소비 트렌드를 되짚어 보고, 내년 전망을 살펴본다. [편집자 주]

[오피니언뉴스=김솔아 기자] 코로나19를 계기로 동물복지 및 지구 환경 보존에 관심을 갖는 소비자들이 늘어났다. 올해는 기록적인 폭우가 내리는 등 이상기후가 발생할 때마다 환경 보호에 대한 공감 여론이 증가하는 현상도 두드러졌다.

이에 가치소비를 성향을 따르는 MZ세대와 친환경 소비 트렌드가 맞물리며 동물 착취를 지양하는 '비거니즘(Veganism)'이 트렌드로 급부상했다.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설문조사 결과 MZ세대의 주축인 10~20대의 절반 이상(10대 58.3%, 20대 53.7%)이 '가치있는 상품 구매를 위해 추가적인 비용을 더 들일 의향이 있다'고 응답했다. 소비를 통해 자신의 정치·사회적 가치관을 드러내는 이른바 미닝아웃(Meaning Out)의 일환으로 채식 지향이 떠오른 것이다. 

MZ세대 가치소비에 기업 진출 활발

비거니즘은 단순 채식문화가 아닌 친환경 생활습관의 변화를 포괄하는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로 등극했다. 식생활을 넘어 일상에서도 동물 착취를 통해 생산된 가죽, 화장품 등의 제품 사용을 지양하는 형태다.

과거 '채식주의자'는 소수의 문화로 여겨졌으나, 최근 동물복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온실가스 배출 감축에 관심을 갖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며 비건 시장도 커졌다. 엄격한 채식주의와 달리 비거니즘은 각자의 상황에 따라 채식 지향 수준을 조절할 수 있는 점도 영향을 끼쳤다.

한국채식비건협회에 따르면 2008년 15만명이던 국내 비건 인구는 2018년 150만명으로 늘었으며, 2021년 기준 250만명으로 집계됐다. 최근 3년간 67% 증가한 셈이다. 인증을 받은 비건식품도 2018년 13개에서 2020년 199개로 대폭 증가했다. 2021년에는 286건으로 전년대비 44% 늘었다.   

LG생활건강 비건 화장품 브랜드 '프레시안' 제품. 사진제공=LG생활건강
LG생활건강 비건 화장품 브랜드 '프레시안' 제품. 사진제공=LG생활건강

이에 따라 국내에서도 채식전문점 및 비건 레스토랑이 급증했으며, 대기업의 비건 사업 진출도 빈번해졌다. 

CJ제일제당은 비건 브랜드 '플랜테이블'을 중심의 식물성 식품 사업을 신성장 동력으로 삼고 2025년까지 매출 2000억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플랜테이블의 식물성 만두는 출시 3주만에 3만 5000봉이 판매됐다. 플렌테이블의 만두, 김치 제품은 출시 후 6개월 만에 미국, 일본, 호주 등 20개국 이상으로 수출국을 늘렸으며 미국, 싱가포르 등 국가에서는 취급 품목을 확대했다. 

CJ제일제당 측은 "궁극적으로 육류가 함유된 가정간편식 대부분의 제품을 소비자들이 식물성 식품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관련 기술을 확보하고 제품 확대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신세계푸드는 지난해 대안육 브랜드 ‘베러미트(Better Meat)’를 론칭해 돼지고기 대체육 햄인 콜드컷을 내놓고 스타벅스에서 이를 활용한 샌드위치를 판매했다. 올해는 서울 압구정동에 국내 최초 식물성 정육 델리인 ‘더 베러(The Better)’ 팝업스토어를 열고 대안육 미트볼, 다짐육 등의 원물과 샌드위치, 샐러드 등 식물성 대안식품을 활용한 메뉴 30여종을 선보였다. 

신세계푸드 관계자는 “인류건강, 동물복지, 지구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대안육 시장은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주요 식품기업 및 푸드테크 기업들의 건전한 경쟁을 통해 소비자 경험을 확대하고 시장을 육성할 필요가 있다"며 "각 기업체의 노력 뿐 아니라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도 뒷받침 된다면 국내를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춘 콘텐츠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농심이 지난 5월 오픈한 비건 레스토랑 '포리스트 키친'은 서울시가 발표한 서울 100대 레스토랑에 선정됐으며 같은 달 문을 연 풀무원의 비건 레스토랑 '플랜튜드'는 출시 6개월 만에 메뉴 5만 4000개를 판매했다. 

비건 뷰티템에 대한 MZ세대의 수요도 높아졌다.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은 비건 전용 브랜드를 새로 만들고 식물성 재료를 사용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MZ세대를 공략하고 있다. 

이 외에도 다양한 분야의 기업들이 '비건 프렌들리'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구찌‧생로랑‧발렌시아가 등 명품패션 브랜드를 보유한 케링 그룹은 올해 가을부터 모피 사용을 전면 중단키로 했다. 또 볼보자동차는 2030년까지 내장재에 쓰이는 동물 가죽을 전면 비건 가죽으로 대체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1020세대 관심 늘어…"삶의 방식 중 하나가 될 것"

업계는 소비 시장 내 MZ세대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만큼 비거니즘 트렌드가 더욱 확산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5월 한국리서치가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한 결과, 전체 응답자 중 과반은 '비건 식품‧제품이 향후 우리 사회에서 삶의 방식 중 하나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응답했다. 

특히 비건 식품의 경우 18세부터 29세의 62%가 향후 우리 사회에서 삶의 방식으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른 연령대에 비해 높은 수치를 기록하며 1020세대의 긍정적 인식을 드러냈다.

또 비건 식품이나 제품을 한번이라도 구매해본 경험이 있는 응답자의 48%가 '가격이 비싸더라도 비건 식품이나 제품을 구입할 것'이라고 답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아직 비건 음식이나 비건 제품의 가격이 동물성 재료를 사용한 제품보다 비싼 경우가 많은 것은 사실"며 "다만 최근에는 부담이 될 만큼 엄격한 비건 기준을 적용하기보다, 조금씩 도전하며 생활 습관을 바꿔가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기 때문에 시장은 장기적으로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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