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수답' 한국경제, 엇갈린 성장률 전망
상태바
'천수답' 한국경제, 엇갈린 성장률 전망
  • 이재윤 기자
  • 승인 2015.07.09 18:4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주열 한은 총재 "2.8%로 하향", 최경환 부총리 "3%대 가능"

정부와 한국은행이 9일 각각 다른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발표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이날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4월 예측한 3.1%에서 2.8%로 하향 조정한다고 밝혔다.

반면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제8차 무역투자진흥회의 결과를 설명하기 위한 합동브리핑에서 추가경정예산이 제때 집행되면 올해 3%대 경제성장률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재정, 통화 정책을 담당하는 쌍두마차가 같은 날 이처럼 엇갈린 성장률 전망치를 내놓은 것은 그만큼 현재의 한국경제가 위기상황이라는 반증이기도 하다.

엔화 약세 등으로 수출은 부진인데 메르스 사태로 내수도 충격파를 맞았고, 엎친데덮친 격으로 그리스 위기와 중국 증시 폭락사태 등 동시다발적인 대외 악재도 우리 경제에 불안한 신호를 보내고 있다.

 

▲ 이주열(왼쪽) 한국은행 총재가 9일 오전 서울 남대문로 한국은행 본관에서 통화정책 관련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최경환 부총리는 같은날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올해 3%대 성장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황교안 국무총리가 국회 본회의에서 대독한 시정연설에서 "이번 추가경정예산안은 메르스와 가뭄으로 인한 불안과 어려움을 하루속히 극복하기 위해 꼭 필요한 소요를 담았다"면서 추경 원안 통과를 강력히 요청했다.

한은과 정부의 엇갈린 경제성장률 전망은 이같은 대내외 불안 요소를 감안하면서 각기 무게중심을 조금씩 다르게 둔 데 기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은은 메르스와 가뭄 등 예상치 못했던 악재를 강조한 반면, 정부는 추경과 투자활성화 대책의 효과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성장률을 3.1%에서 2.8%로 하향 조정한 배경에 대해 "수출이 부진하고 메르스 사태 및 가뭄과 같은 일시적 충격의 영향으로 2분기 성장률이 예상보다 크게 낮아진 것으로 추정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서영경 한은 부총재보는 “가뭄 피해가 0.1%포인트, 메르스 사태가 0.2%포인트대 후반, 순수출이 0.2%포인트가량 연간 성장률을 감소시킨 것으로 분석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추경과 6월 기준금리 인하가 성장률을 0.3%포인트가량 높이는 효과를 내 결과적으로 연간 성장률을 0.3%포인트 하향 조정했다는 설명이다.

최경환 부총리는 이날 브리핑에서 “추경이 제때 집행되고 투자활성화 대책이 효과를 나타낸다면 올해 3%대 성장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른 건축투자를 포함한 관광·벤처분야 투자활성화 대책과 수출 경쟁력 강화 대책도 발표했다.

이렇게 두 기관의 의견이 엇갈리는 데 대해 전문가들은 "통화정책만을 담당하는 한국은행과 달리 기획재정부는 경제정책에 대한 모멘텀을 이끌어야 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는 한은과 달리 목표를 가지고 추경이 경기회복의 마중물이 될 수있도록 효율적으로 액션 플랜을 짜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 같다"고 평했다.

정성태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기재부 입장에서는 추경까지 했는데 성장률이 2%대에 그친다고 보는 건 아무래도 부담스러웠을 것"이라며 "3%선을 고수하겠다는 부담감이 작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기재부 이형일 종합정책과장은 "전망은 기관별로 다를 수 있다. 수치가 차이가 나지만 '2분기 경제가 어려워도 하반기에는 돌아온다'는 시각은 같은 것으로 안다"며 "정부는 3%대 성장에 최선을 다하겠다. 추경이 정부 안대로 조속하게 통과되면 가능하다고 보고 있고, 가능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정부의 재정정책을 고려하더라도 올해 성장률의 2%대 하향 조정은 불가피한 것으로 분석했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은 "그동안 수출 경기가 안 좋았고, 2분기에 메르스라는 악재가 생겼기 때문에 3%대를 기대하기는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며 "추경을 통해 3%대를 방어하겠다는게 정부의 입장이지만 지금으로서는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한은은 이날 지난달 사상 최저인 연 1.5%로 떨어진 기준금리를 그대로 동결했다. 이로써 지난해 8월과 10월에 이어 지난 3월과 6월에 각각 0.25%포인트씩, 총 1%포인트가 하향된 기준금리는 연 1.5% 수준을 유지하게 됐다.

Tag
#N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