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삼성물산의 미래 가치를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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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삼성물산의 미래 가치를 보라
  • 김인영 발행인
  • 승인 2015.07.07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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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에게 이득 남기는 결정을... 삼성도 주주친화 정책 제시해야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계획안을 다룰 양사의 주주총회가 오는 17일 열린다. 이번 주총의 최대 관심사는 삼성물산의 지분 7.12%를 보유한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두 회사의 합병을 반대하며 얼마나 지지세력을 끌어모을 것인지 하는 점이다.

판세를 보자. 삼성물산의 합병지지 지분이 삼성SDI, 삼성화재 등 계열사와 이건희 회장 개인, KCC를 합쳐 19.95%다.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이 11.21%를 포함해 국내 기관 보유지분 21.2%이고, 엘리엇 7.12%를 제외하고 외국인 지분 26.49%다.

주총 출석율을 70%를 가정할 경우, 합병안은 특별조항이므로 3분의2인 47%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국내 기관 보유지분이 모두 삼성을 지지할 경우 40%를 갓 넘는다. 삼성은 7%의 지지를 더 얻어야 한다. 엘리엇은 출석 지분 3분의1 이상인 23%를 모으려면 16%의 동조세력을 더 구하면 합병을 부결시킬수 있다.

▲ 서울 서초구 삼성물산 사옥. /연합뉴스

 

1. 고민하는 국민연금

관건은 국민연금이다. 국민연금이 누구를 지지하는지에 따라 삼성 합병안의 성사 여부가 결정될 가능성이 크므로, 캐스팅보트를 쥔 셈이다.

삼성물산 주총을 앞두고 벌써부터 국민연금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에 대해 논란이 분분하다.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국민연금은 대주주편인지, 국민의 편인지, 기로에 서있다”고 꼬집더니, 해외자본으로부터 국내기업 경영권을 보호할 수 있도록 하는 ‘외국인투자촉진법 개정안’을 발의해 대기업 편에 서는 모양새를 보였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기자회견을 열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에 반대 의결권을 행사하라고 국민연금에 촉구했다.

국민연금의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다. 합병안을 찬성할 경우 삼성그룹 총수일가 3세들의 지배권 승계와 강화에 편승했다는 지적을 받아 해외투자의 컨소시엄 구성에 어려움을 겪을수도 있다. 국내 최대 기관투자자인 국민연금이 외국계 자본의 논리에 동조할 경우 여론의 따가운 비판을 받아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기권하는 것도 반대나 다름없다. 지난해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 합병 과정에서 국민연금이 기권표를 던져 합병을 무산시킨 바 있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에서 국민연금이 기권하는 것은 반대하는 것과 결과가 동일하다.

 

2. 삼성물산,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야 한다

이럴 때 답을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의 미래 성장가치에서 찾는게 바람직하다고 본다.

글로벌 의결권자문회사인 ISS나 글래스 루이스가 합병 반대 의견을 내면서 현재의 가치에 중점을 둔 경향이 있다. ISS는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비율이 1대 0.95가 돼야 한다며, 삼성이 계획한 1대 0.35는 삼성물산의 가치를 저평가했다고 주장했다.

ISS가 내세운 비율이 맞는지 여부를 떠나 삼성물산의 현재 보유자산 가치를 고려하면 삼성물산의 가치를 상향조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가질수도 있다. 하지만 기업의 미래를 보면 삼성물산의 성장 잠재력은 그다지 높지 않다. 현재의 삼성물산은 괜챦은 회사지만, 미래의 성장전망은 불투명하다. 건설 부문은 전성기를 지났고, 상사 부문은 경제개발 초기의 모델이다.

결국 삼성물산은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야 하고, 그에 앞서 제일모직과 합병을 통해 업종의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할 필요성이 있다. 그 먹거리가 바이오 산업이다.

제일모직의 계열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내년 나스닥 상장 추진 계획을 발표한데 이어 자가면역질환 치료 바이오시밀러 개발에도 성공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삼성측은 바이오 사업 가치가 7조5,000억원에 이른다고 주장하는데 비해, ISS는 이 사업의 가치를 1조5,000억원으로 저평가 했다. ISS는 바이오산업의 현재가치를 보았고, 삼성은 미래가치를 주장하는 것 같다. 삼성물산 주주들이 바이오산업의 미래 성장력을 인정한다면 합병에 따른 투자이익을 얻게 되는 것이다.

 

3. 국민연금 스스로 결정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주식 투자는 그 회사의 성장전망을 보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국민연금은 국민이 주인인 회사다. 대한민국 국민이 투자수익을 얻는 쪽으로 결정을 내려야 한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이 이재용 삼성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것이며, 국민연금이 이를 눈감아 줘서는 안된다는 게 반대론자의 주장이다. 하지만 국민이 낸 기금을 운용함에 있어 투자기업의 미래성장성을 가장 우선시 해야 할 것이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에 대해 국민연금이 어떤 결정을 내리는지는 초미의 관심사다. 어떤 결정을 선택할지도 국민연금 자체에서 판단하는 것이 옳다.

국민연금은 선택이 어려울 때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에 의사 결정권을 넘기곤 한다. 일종의 책임 회피다. SK와 SK C&C의 사례에서 의결권 위원회는 합병 반대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이번 합병이 시장에 미칠 파장이 크고, 외국 헤지펀드와 대결구도도 있는 만큼, 국민연금은 스스로의 판단을 내리는게 책임있는 기관의 도리다.

다행스런 점은 국민연금이 삼성물산 보유 지분을 11.61%로 늘렸다는 사실이다. 삼성물산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지분은 10.15%에서 11.21%로 늘어났다. 엘리엇의 삼성물산 주식 매집 이후에 국민연금이 삼성물산 주식을 사들인 것은 합병에 따른 미래 가치를 인정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공세에 살아남을 국내 대기업이 몇 개 없다. 굴지의 국내 기업의 외국 자본에 넘어가는 것을 다수의 국민들이 원하지 않는다. 국민의 소중한 자산을 운영하는 국민연금이 한국경제의 미래 성장 동력을 숙고한다면 적극적으로 국내기업 방어에 나서는 것도 주인의 뜻에 따르는 행위다.

이 기회에 삼성도 소액투자자들을 위한 조치를 해야 한다. 배당성향을 높이고, 주주친화적적인 행동을 구체적으로 보여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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