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광군제를 못할까?…은산분리, 디지털 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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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광군제를 못할까?…은산분리, 디지털 규제
  • 김인영 기자
  • 승인 2017.11.13 16: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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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쇼핑 잔치에 끼어 물건 팔기에 급급…국내 규제 확 풀어야

 

올해 중국 광군제((光棍節·Single‘s day) 매상이 폭발적이다. 국내 언론들도 남의 잔치를 자랑삼아 보도하고 있다. 사드 문제로 막혔던 한중 경제교류가 재개되는 것을 축하라도 하듯이….

하지만 우리는 왜 광군제와 같은 대규모 쇼핑 이벤트를 하지 못할까. 2015년부터 미국의 가을 쇼핑시즌인 블랙 프라이데이를 본따 국내에서 정부 주도로 코리아세일페스타를 시행하고 있지만, 올해는 예년보다 열기가 식었다는 보도가 나온다.

중국을 보자. 중국 전자상거래업체인 알리바바가 주도하는 올해 광군제 행사에서 11일 24시간 동안 매출액이 1,682억 위안, 우리 돈으로 28조3,078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1,207억 위안보다 40% 가까이(39.3%) 늘어난 규모다.

중국의 광군제는 매년 11월 11일 시행된다. 우리나라에선 빼빼로데이라며 젊은 남녀가 과자조각을 나눠주는 행사를 치르는 동안에 중국은 세계 전자상거래시장을 빨아 당긴 것이다.

미국 언론들에 따르면 중국 광군제 쇼핑규모가 미국 최대 쇼핑시즌인 블랙 프라이데이의 4배를 넘어섰다고 한다. 아울러 광군제는 앞서 2005년 미국에서 생긴 전자상거래 쇼핑이벤트인 사이버 먼데이를 능가하는 세계적인 쇼핑이벤트로 성장했다.

우리 기업들은 광군제에 참여해 물건을 얼마나 팔았다느니 하는 보도자료만 내는 실정이다. 이웃나라가 만든 시장 한쪽 구석에 참가해 장사하는 게 우리 기업의 현주소다.

 

▲ 광군제 포스터 /알리바바

 

▲ 광군제 로고 /위키피디아

광군제는 원래 알리바바가 만든 행사가 아니다. 1993년 난징대에서 독신 대학생들이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이성 친구에게 선물을 주는 행사로 시작되어, 중국 전역의 대학으로 확산되었다. 광군(光棍)은 홀아비, 독신남, 애인이 없는 사람을 말하는 단어로, 영어로 single‘s day로 번역된다.

알리바바는 2009년 광군제를 맞아 자회사 타오바오몰을 통해 독신자를 위한 할인 행사를 시작하면서 2012년부터 중국 최대 쇼핑일로 전환했다.

거래량도 어마어마하다. 1초에 32만5,000건의 거래 주문이 이뤄지고, 25만6,000건의 지불 결제가 진행됐다는 통계다. 이날 하루 전세계 225개 국가에서 지불 결제가 이뤄진 주문량은 14억8,000만건이었고 배송 물량 8억1,200만건이나 되었다. 배송량으로만 따지면 지난해 6억5,700만건보다 23.6% 늘어났다.

 

알리바바가 광군제를 세계적인 쇼핑 이벤트로 끌어올린 원동력은 무엇일까. 바로 전자결제다. 알리바바는 망(net)만 깔아줬다. 알리바바는 모바일 인터넷과 전자결제를 연결해 주고, 팔고 사는 것은 소비자와 판매자가 알리바바의 망을 통해 직거래했다.

1초에 25만여건으로 하루 10억건 가량의 결제가 이뤄졌다. 엄청난 트래픽이 몰리는데도 알리바바의 시스템에서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 알리바바의 금융기관인 알리페이는 답답한 중국의 어느 은행보다 시원하게 문제를 해결했다. 거의 모든 거래가 모바일 앱으로 결제되었다. 소비자의 상품 선택에서 결제, 배송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손안의 휴대폰에서 해결되었다. 엄청난 디지털의 결제력이 동원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이런 전자 상거래가 이뤄질수 있을까. 불가능한 일이다.

▲ 알리바바의 안트 파이낸셜 로고 /위키피디아

가장 큰 이유는 은산(銀産)분리가 되어 있지 않다. 우리나라라면 알리바바는 유통업체이므로 금융관련법에 따라 금융업을 할수 없다. 우리나라도 두 개의 인터넷은행의 설립을 허가했지만, 예를 들어 대주주인 카카오나 KT가 자신들이 투자한 은행을 동원해 광군제와 같은 쇼핑 이벤트를 만들 수 있을까. 각종 규제에 묶여 광군제와 같은 쇼핑행사를 치룰수 없다. 남의 것을 모방하는데 귀재인 우리나라 선수들도 한국판 광군제를 시도조차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알리바바는 앤트 파이낸셜(Ant Financial)을 자회사로 두고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알리페이를 운영하는 회사로, 로고가 개미(roal) 모양이다. 다수의 개미군단을 모바일을 통해 거래하도록 하는 금융기관이다. 안트 파이낸셜은 2015년 중국투자공사(CIC)) 등으로부터 투자를 받아 450억 달러 규모의 증자를 단행한 바있다. 연초 기준 시가총액은 600억 달러로 세계 인터넷은행의 공룡으로 성장했다.

이런 은행을 끼고 있기에 알리바바의 광군제는 폭발적으로 성공했다.

광군제는 이제 중국의 쇼핑 이벤트를 넘어 세계적인 쇼핑 이벤트로 성장했다. 지난해 행사엔 영국 축구선수 베컴 부부, 미국 영화 007 시리즈 주연배우 대니얼 크레이그, 미국 NBA 스타 코비 브라이언트가 등장했고, 올해는 영화배우 니콜 키드먼, 랩 가수 패럴 윌리엄스, 러시아 테니스선수 마리아 사라포바가 참여했다. 한국의 화교출신 배우 전지현이 광고모델로 등장한 것도 화제가 됐다.

은산 분리 이외에도 답답한 규제는 넘쳐난다. 온라인으로 은행계좌를 하나 열려면 수십가지 보안 프로그램을 깔아야 하는데, 그러다가 컴퓨터가 멈춰버리기 일쑤다.

카이스트 이병태 교수는 페이스북 글에서 “왜 한국에는 알리바바의 광군제 세일이 불가능할까”라고 스스로 묻고 “은산 분리와 같은 시대착오적인 규제를 그대로 두고 유통 선진기업이 나올 수가 없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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