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째 내린 유가...'공급부족'에서 '수요파괴'로 초점 바뀌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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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월째 내린 유가...'공급부족'에서 '수요파괴'로 초점 바뀌었나
  • 김지은 기자
  • 승인 2022.09.01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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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 8월 한달간 9.2% 내려...6월부터 3개월째 하락
"원유시장은 경기침체 따른 수요 파괴에 초점"
중국 부진한 경제지표도 유가 하락에 일조 
국제유가가 3개월 연속 하락세를 기록했다. 사진=연합뉴스
국제유가가 3개월 연속 하락세를 기록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국제유가가 3개월 연속 하락세를 기록했다.

시장에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여전한 가운데 이를 해소하기 위한 금리인상으로 인해 경기침체가 도래할 것이라는 전망이 유가를 하락세로 이끌고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서방국가들의 제재 가능성으로 인해 공급부족 우려가 원유 시장을 지배해왔으나 이제는 경기침체에 따른 수요 둔화에 시장의 초점이 맞춰지고 있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어 향후 유가 추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경기침체 우려에 국제유가 3개월째 하락

31일(이하 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0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89.55달러로 거래를 마감했다. 지난 이틀간 8% 가까이 하락한 것이며, 8월 월간 기준으로는 9.2% 내렸다. 앞서 지난 6월부터 3개월째 하락세를 지속중이며 3개월간 낙폭은 20%를 넘어선다. 

최근 유가 하락에 더욱 주목되는 이유는 연방준비제도(Fed, 연준)가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을 선언한 것과 무관치 않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 26일 잭슨홀 미팅에서 "경제적 고통을 감수하더라도 인플레이션 압력을 낮추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것"임을 재차 강조한 바 있다. 금리인상 속도를 유지해 인플레이션 압력을 낮출 것임도 시사했다. 

인플레이션의 주요 원인으로 에너지 가격 급등을 빼놓을 수 없는 만큼 에너지 가격의 하락세는 인플레이션 압력을 낮출 수 있는 요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유가 하락세에 대해 긍정적으로만 해석하지는 않는 분위기다. 최근의 유가 하락세가 경기침체 가능성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불황에 대한 두려움과 수요 감소 전망은 가뜩이나 거래량이 줄어든 원유시장을 강타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오안다의 에드워드 모야 수석 시장 분석가는 "원유 시장은 글로벌 경기의 잔인한 시기를 예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준이 금리인상 속도를 유지할 것임을 수 차례 강조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31일 유로존의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9.1%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유럽중앙은행(ECB)이 기준금리를 75베이시스포인트(bp) 인상하는 자이언트 스텝을 밟을 것이라는 전망 또한 강화됐다. 

미 연준에 이어 ECB 등 주요 중앙은행들의 강경한 긴축 정책에 무게가 실리면서 이에 따른 경기침체 우려가 확산, 원유 시장의 하락세로 이어진 것이다. 

앞서 지난 3월에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서방 국가의 제재가 이어지면서 공급 부족 가능성이 확산, 유가가 배럴당 120달러를 넘어서며 전세계적인 인플레이션 압력을 끌어올린 바 있다. 

인플레이션 압력이 여전히 높은 탓에 금리인상 전망이 강화되고, 이것이 경기침체 가능성을 높여 인플레이션의 주요 원인인 유가가 하락세로 돌아서는 흐름이 발생한 것이다. 즉, 공급에 대한 우려에서 수요에 대한 우려로 시장의 초점이 바뀌고 있음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WSJ은 "한 때 러시아에 대한 제재로 인해 전세계 석유 공급이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로 지난 3월 배럴당 120달러를 넘어섰던 유가가 이제는 경기 둔화로 인해 수요가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으로 하락하고 있다"며 "이제 수요에 대한 우려가 줄다리기에서 이기고 있는 양상"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부진한 경제지표도 유가 하락에 일조

유가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비단 서방국가들의 긴축에 대한 공포에서 비롯된 것만은 아니다. 최근 유가의 낙폭이 컸던 것은 중국 지역의 부진한 경제지표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일 발표된 중국의 8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9.4로 집계됐는데, 두달 연속 기준선인 50을 넘어서지 못하면서 중국 경기가 위축 국면에 머물러있음을 보여줬다. 

이날 발표된 중국의 체감 경기를 보여주는 8월 차이신 제조업 PMI 역시 49.5로, 전월대비 0.9포인트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3개월만에 기준선인 50을 하회한 것이다. 

여기에 중국이 제로코로나 정책으로 인한 봉쇄 조치를 재차 시행한 점도 부담이다.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화웨이와 텐센트 등 세계적인 IT 기업이 몰린 중국의 광둥성 선전시를 비롯해 일부 지역이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봉쇄 조치를 시행했다. 

런던 스톤X그룹의 아시아 에너지 분석가인 해리 알탐은 "중국에서의 뉴스가 유가 가격을 낮추는데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며 "금리인상과 인플레이션 부담이 서구 경제를 사로잡은 상황에서 수요 파괴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발표된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회원국의 협의체인 OPEC+ 공동기술위원회가 내놓은 보고서에서도 올해 원유 과잉 공급량을 하루 90만배럴로 예상했다.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소비가 위축되면서 과잉공급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 공동기술위원회는 내년에도 하루 90만배럴 수준의 과잉 공급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란 핵합의 타결 가능성 및 OPEC+ 정례회담도 주목해야 

시장 일각에서는 이란 핵합의 타결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앞서 이란과의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 복원 협상과 관련해 합의에 가까워진 것으로 전해졌다. 대이란 제재가 해제된다면 이란산 원유가 시장에 나오면서 공급 증가로 연결, 유가에는 하방요인으로 작용한다. 아직 미국과 이란, 양국은 공식적인 발표를 내놓지는 않았다. 

다만 여전히 양국이 갈등을 빚고 있어 의견차를 좁히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일부 트레이더들은 이란산 원유와 관련한 공급 증가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면서도 "미국과 이란은 새로운 협정의 세부 사항을 놓고 여전히 갈등을 빚고 있고, 그들의 입장 차를 좁히는 데 몇 주가 걸릴 수 있다"고 언급했다. 

오는 5일로 예정된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회원국의 협의체인 OPEC+의 정례회의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앞서 압둘아지즈 빈 살만 사우디 에너지부 장관은 "극심한 변동성과 유동성 부족으로 원유 선물 가격과 펀더멘털의 괴리가 심화되고 있다"며 "산유국들의 협의체인 OPEC 차원에서 감산을 고려할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다만 러시아 통신사는 OPEC+가 현재 감산 가능성을 논의하지 않다고 언급하는 등 서로 엇갈린 의견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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