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리포트] 돌아 본 '한중 수교 30년'...한국 기업 철수로 교민수도 크게 줄어
상태바
[차이나리포트] 돌아 본 '한중 수교 30년'...한국 기업 철수로 교민수도 크게 줄어
  • 박신희 베이징 통신원
  • 승인 2022.08.24 15: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 대기업, 중소기업, 자영업자 도미노처럼 중국 빠져나가
재중 교민사회, 청년층 얇아지고 장기 거주 교민층은 두꺼워져
향후 한중 교류 30년, 재중 민간 외교 중요성 더욱 커져
박신희 베이징 통신원
박신희 베이징 통신원

[오피니언뉴스=박신희 베이징 통신원] 한·중 수교 30주년을 맞이했다. 한국과 중국은 1992년 8월24일 국교 정상화이후 30년 동안 활발하게 민간 교류를 진행했지만 최근 들어 분위기는 사뭇 달라졌다.

중국에 거주하는 교민 수가 대폭 줄어들면서 민간 교류도 크게 줄었다. 지속적으로 커지던 한국 교민사회는 사드 갈등과 코로나 여파로 한국이나 타국으로 빠져나가는 교민 수가 늘면서 재중 한국 교민사회도 대폭 축소됐다.  

중국 베이징올림픽 이후 중국에서 거주하는 한국인은 100만 명 시대에 들어섰다. 중국에서 거주하는 한국인 수가 1만 명이 넘는 도시가 14곳이나 됐다. 

특히 ‘코리아타운’이라 불리며 한국인이 가장 많이 살던 베이징시 왕징에는 2015년까지만해도 한국인이 경영하는 카페, 음식점, 의상실, 미용실 등이 500 개가 넘었다.

그러나 100만 명을 넘었던 중국 교민 수는 2022년 20만명 수준까지 떨어졌다. 베이징에 거주하는 교민 수는 지난 2013년 10만 명에서 지난해 말 4만여 명으로 10년 만에 40% 가까이 줄었고 한국인이 경영하는 카페나 음식점도 간판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다. 베이징에서 거리 어디에서도 한국어가 들렸다는 말은 이제 과거 얘기가 됐다.

2015년까지만해도 500개가 넘던 왕징의 한국인 경영 카페, 음식점, 의상실, 미용실 등은 사드가 발생한 2016년 이후 급격히 줄었다. 사진은 2016년 여름 왕징에 위치한 한국성의 모습. 사진출처=바이두 캡처
2015년까지만해도 500개가 넘던 왕징의 한국인 경영 카페, 음식점, 의상실, 미용실 등은 사드가 발생한 2016년 이후 급격히 줄었다. 사진은 2016년 여름 왕징에 위치한 한국성의 모습. 사진=바이두 캡처

대기업 철수가 중소기업으로 이어져...재중 교민, 타국으로 이동

한국 교민 수의 감소는 사드와 코로나19로 인한 한국 기업들의 철수 원인이 가장 크다.

중국에서 쾌속 성장세를 이어가며 2013년 매출액 정점을 찍었던 한국 기업들은 이후 중국 정부의 애국 마케팅과 중국 기업들의 생산성 강화로 경쟁력을 잃어갔다. 그리고 결국 2016년 사드 사태와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으며 중국시장에서 철수하기 시작했다.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공장, LCD 공장, 컴퓨터 제조 공장을 폐쇄한 데 이어 2021년에는 삼성중공업이 중국 닝보 공장 문을 닫았다. 사진출처=칭하이방송국 화면 캡처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공장, LCD 공장, 컴퓨터 제조 공장을 폐쇄한 데 이어 2021년에는 삼성중공업이 중국 닝보 공장 문을 닫았다. 사진=칭하이방송 화면 캡처

삼성은 2019년 광동성 후이저우 스마트폰 공장을 폐쇄한데 이어 2020년 장쑤성 쑤저우 PC 조립공장도 폐쇄했다. 현대자동차는 베이징 1공장을 베이징시에 매각한데 이어 충칭 공장도 가동을 잠정적으로 멈췄다. 중국 현대홈쇼핑은 현지 방송을 중단했다.

SK그룹은 2021년 베이징 SK타워를 매각한데 이어 중국 지주사인 SK차이나는 중국 렌터카 사업도 일본 최대 자동차 기업인 도요타에 매각했다. LG는 1019년 저장성 냉장고 생산시설을 폐쇄했고 2020년에는 베이징 트윈타워를 매각했다. 

1997년에 중국에 진출해 한 때 현지에서 30개 점까지 운영하던 이마트가 사드 사태 이후 중국에서 철수한데 이어 롯데도 2019년 중국 백화점과 마트 사업에서 완전 철수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매출 기준 100대 기업 가운데 중국 매출 공시 기준 30개 대기업의 2020년 중국 매출은 117조 1000억원으로 2016년 보다 6.9% 감소했다

중국 매출이 줄어들면서 한국 기업들의 중국법인 수와 중국법인 총인원 수도 대폭 줄었다.

2015년 737개였던 신규 중국법인 수는 2021년에는 261개에 그쳤고 2015년 49만 3000명이었던 중국법인 총인원 수는 2019년 41만 4000명에 머물렀다.

한국 대기업들의 중국 시장 투자 규모 및 고용 축소에 따라 중국에 대기업과 함께 진출한 한국 중소기업들의 투자와 고용도 줄어들고 철수도 증가하면서 중국 교민 수는 가파르게 감소했다.

중국에서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중국인 주디씨는 최근 중국 베이징에서 VI 사업을 하는 한국업체를 찾다가 결국 포기했다. VI 설계를 진행하는 한국 기업들이 중국에서 철수를 했기 때문이다.

한 때 7만 명에 육박하며 미국 유학생 수를 넘었던 중국내 한국 유학생 수는 이제 2만 명 수준으로 낮아졌고 향후 더욱 줄어들 전망이다. 사진은 제1회 중국인민대학 한국유학생 한중학술포럼 모습. 사진=인민대학 홈페이지 캡처
한 때 7만 명에 육박하며 미국 유학생 수를 넘었던 중국내 한국 유학생 수는 이제 2만 명 수준으로 낮아졌고 향후 더욱 줄어들 전망이다. 사진은 제1회 중국인민대학 한국유학생 한중학술포럼 모습. 사진=인민대학 홈페이지 캡처

사드, 코로나19이후 재중 교민사회도 체질변화

지난 30년간 재중 교민사회의 체질변화도 이뤄졌다. 사드와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면서 한중을 오가는 사람들이 줄어들면서 재중 교민사회의 체질도 변했다.

재중 교민사회는 중국에 장기간 거주하는 교민들 위주로 바뀌고 있다. 단기간 한중을 오가며 사업을 영위하던 사람들이 코로나19 사태로 왕래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자영업을 하는 교민 수도 줄고 있다. 중국 사업 환경이 어려워지면서 중국에서 창업을 하려는 사람들이 줄었기 때문이다. 

재중국한인회 한인상공회 화남연합회가 지난해 광동성 포산시에서 한중청년창업센터를 열어 청년창업을 돕고 있지만 중국 창업에 도전하는 청년들이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중국 교민 사회의 평균 연령층도 변화하고 있다. 한국으로 간 젊은 층이 중국으로 들어오지 않고 그동안 교민 사회에서 젊은 층을 받혀주던 유학생들의 숫자가 줄어들다 보니 중국 교민 사회의 연령층이 높아지고 있다.

한 때 7만 명에 육박하며 미국 유학생 수를 넘었던 중국의 한국 유학생 수는 이제 2만 명 수준으로 낮아졌다.

특히 중국 유학생들의 한국 기업 취업 기회가 줄어들자 졸업한 후 한국으로 돌아가면서 중국에서 한국 청년층이 점점 얇아지고 있다. 

중국 전문가들은 앞으로 새롭게 맞이할 한중 관계 30년을 위해서는 민간 교류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사진은 재중한인태권도시범단 창단 모습 사진=재중한국인회
중국 전문가들은 앞으로 새롭게 맞이할 한중 관계 30년을 위해서는 민간 교류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사진은 재중한인태권도시범단 창단 모습 사진=재중한국인회

어려움 속 돕고 화해하며 발전 중인 재중 교민사회

지난 5월, 코로나19 확산으로 장기 봉쇄 중인 중국 상하이의 한 아파트에서 40대 한국 주재원이 숨진 채 발견됐다. A씨가 살던 아파트는 4월부터 계속 봉쇄 상태였고 A씨는 회사에 출근하지 못한 채 자택에 홀로 머물렀던 것으로 전해졌다.

재중 교민들을 대표하는 재중한국인회는 표류했다. 지난해 주요 한인회 대표들이 재중 교민사회의 대표 격인 중국한국인회총연합회 회장을 불신임하기로 결의하면서 한인 사회가 내분에 빠졌다.

재중 한인 사회를 대표하는 중국한국인회총연합회장직을 두고 한인 사회가 반목하면서 한인 사회의 유기적인 활동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한국 기업들은 사업 확장보다는 리스크 관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중국에서 돈을 벌어보겠다는 의지보다는 철수 타이밍을 보고 있는 듯하다. 여기에 최근 사드 논란이 다시 불거지며 정세가 불안해지자 철수하려는 기업들이 더 늘면서 한국인 종업원들은 불안해하고 있다.

한중간의 혐한, 반중 정서는 계속 높아지고 있다. 역사 문제, 미중 관계 악화, 사드 문제, 대만해협 문제, 칩4 가입 문제 등 여러가지 상황들이 얽히고 설키면서 한중 관계는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그러나 중국과 수교 이후 30년간 우리나라의 대중국 수출은 160배 이상 성장했다. 대중 수출액은 1629억 달러로, 한중 수교 직전인 1991년 10억 달러에 비해 162배 커졌다. 같은 기간 한국의 전체 수출액은 719억 달러에서 6444억 달러로 9배 증가했다. 

중국은 2003년부터 올해까지 20년간 수출 규모 순위에서 1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며 대중 무역수지는 1993년부터 지난해까지 흑자를 유지했다. 중국 입장에서 한국은 미국과 홍콩, 일본에 이어 4번째 수출국이다.

중국은 가깝고도 먼 이웃이라는 말로 표현되곤 한다. 재중 교민들은 한국 수교 30주년을 맞아 한중간 인적‧문화적 교류의 확대를 통해 양국 국민 간 우호 정서가 강화되기를 희망하고 이를 기초로 경제교류도 보다 활성화되기를 바라고 있다.

앞으로 한중 관계 30년은 재중 교민들의 역할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한중 교민들은 힘들고 어려운 시간을 겪으며 이제 양국간 교류 이립의 해를 맞았다. 

중국 전문가들은 정부와 기업들이 점진적으로 중국과의 협력을 낮추는 현실에서 앞으로의 주중 관계 30년을 위해서는 한국 정부가 재중 교민들에 대해 좀 더 다양한 지원과 협력을 강화함으로써 재중 교민들의 민간 교류 기회를 더욱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박신희 베이징 통신원은 중국대중문화전문가이자 작가로 2006년부터 베이징에 거주하며 한중문화교류사업에 종사하고 있다. 카이스트 MBA를 졸업하고 홍익대 커뮤니케이션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2017년 대한민국한류대상시상식에서 글로벌부문 대상을 수상했으며 저서로는 <중국문화산업>, <중국인터넷마케팅>, <그대만 알지 못하는 사랑> 등이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