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에 선 韓 반도체…엇갈리는 '칩4 동맹' 가입 이해득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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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로에 선 韓 반도체…엇갈리는 '칩4 동맹' 가입 이해득실
  • 박대웅 기자
  • 승인 2022.08.08 17: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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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칩4 동맹 다음 달 중 최종 결정
韓, 칩4 가입 두고 美·中 온도차 커
실질 중국 보복 가능성 낮다는 지적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이 기로에 섰다. 반두체 굴기를 천명한 중국과 자국 주도의 반도체 공급망 재편에 나선 미국 사이에서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업계에선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득일 수도 있겠으나 당장 중국의 반발이 사드 때보다 더 심각할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어떤 선택을 하든 한국 반도체 산업은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국의 칩4 동맹 가입 여부를 두고 제2의 사드사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칩4' 동맹 가입 '제2의 사드사태' 되나

정부는 이달 말 또는 다음 달 초 반도체 공급망 협의체 '칩4' 예비회의 결과를 보고 최종 참여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한국이 '칩4'에 참여할 경우 중국은 강력한 보복 조치를 꺼내들 가능성이 크다. '칩4'는 미국이 주도하고 대만과 일본 그리고 한국을 포함된 반도체 공급망 동맹이다. 중국을 반도체 공급망에서 배제하고 미국 주도로 짜는 새판인 셈이다. 대만과 일본은 이미 적극 참여 의사를 밝혔다.

이번 예비회동에서는 ▲참여국의 반도체지원법 시행에 따른 산업 지원 우수사례 공유 ▲반도체 인력 교류 확대 ▲첨단 반도체 부문에 대한 기술협력 ▲공급망 협력 강화 등이 주요 안건으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표면상 협의를 통한 동맹 참여를 내세우고 있지만 실상 한국의 칩4 참여를 압박하고 있는 모양새다. 미국 의회는 이미 '반도체 지원 플러스 법안'(칩스 플러스법)을 통과시켰다. 법안은 현지시각으로 9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서명을 앞두고 있다.

총 520억 달러(약 68조원) 규모의 지원책을 담은 이 법안은 바이든 대통령의 서명 즉시 발효된다.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견제하기 위해 반도체 생산능력을 높여야 하는 미국으로선 한국의 참여가 필수적이다. 

한국이 칩4에 가입할 경우 후폭풍이 거셀 전망이다. 사드사태를 뛰어넘는 경제보복 가능성도 이야기된다. 지난달 19일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미국이 칩4 참여를 요구한 것에 대해 "관련 당사자 측이 객관적이고 공정한 입장을 갖고 자신의 장기적 이익과 공평하고 공정한 시장 원칙에서 출발해 글로벌 반도체 산업망과 공급망 안정을 수호하는데 도움이 되는 일을 하길 희망한다"고 한국을 압박하기도 했다. 중국 외교부는 공식적으로 칩4에 대해 "세계 경제가 깊이 서로 융합된 상황에서 미국이 흐름을 거스르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메모리 반도체 부문 소비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제외하면 대체할 회사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면서 "칩4 동맹에 가입할 경우 사드때와 유사한 경제보복 카드를 꺼낼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과 쑤저우에 각각 낸드플래시 공장과 패키징 공장을 두고 있다. 시안 공장의 낸드플래시 생산량은 전체 물량의 40%를 차지한다. SK하이닉스 또한 중국 우시에 D램 공장, 다롄에 미국 인텔에서 인수한 낸드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한국의 중국에 대한 수출의존도는 지난해 기준 25.3%로 1위다. 국내 반도체 수출 62% 가량이 중국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반도체 제조 역량 등을 고려할 때 칩4 가입으로 인한 중국의 보복 가능성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칩4 참여, 중국 눈치 볼 필요 없다"

"한국 반도체 제조와 유입을 통제하는 것은 중국이 자국 내 첨단산업의 성장을 스스로 방행하는 셈"이라는 이유로 칩4 참여 등에서 중국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는 지적도 있다. 

강성철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 기술학회 선임연구원은 "중국이 반도체 수요를 줄이거나 소재 수출의 제재로 한국 반도체 산업을 압박한다면 오히려 자국 첨단 산업 성장의 발목을 잡는 일이 될 것"이라면서 "장기적 관점에서 반도체 생산 기술과 주요 소재의 주도권을 보유한 칩4 합류는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외교적 긴장과 반도체 산업 이외 관광과 식료품 등 다른 산업군에 대한 중국의 보복 감행 가능성이 높은 상황을 감안해 최대한 칩4 가입 선언을 늦추는 등 신중한 행보를 걷자는 목소리에 대해서도 2017년 사드 배치 후 이미 어느 정도 대응방안이 마련됐다는 반론을 내놓고 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주요 기업들 입장에선 미국과 중국 사이의 긴장 속에 복잡한 셈법을 하게 될 것"이라면서 "칩4 가입을 추진하는 경우 우리 정부는 중국 거점에서 생산된 국내 기업의 반도체 수출과 현지 생산 인프라 확장에 대한 규제를 배제하는 조건을 미국에 요구하는 등 철저하게 국익을 우선하는 조치를 실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중국이 한국에 타격을 줄 수 없다는 전망도 있다.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제임스 앤드류 루이스 수석부소장 겸 전략기술 프로그램 국장은 미국의 정책과 관점을 알리는 미 국무부 산하 관영매체 VOS와 인터뷰에서 "중국은 한국에 대한 대안이 없다"며 "스스로 반도체를 생산할 수 없기에 한국산 반도체 구입을 중단하겠다고 말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관련 논의에서 스스로의 영향력을 과소평가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루이스 수석부소장은 중국은 한국의 반도체를 이용해 제조한 기기를 다시 해외 시장에 판매하고 있다고 진단한 뒤 한국에 경제 보복을 위협한다면 다른 국가들도 중국산 불매 위협으로 맞설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의 기술은 한국과 타이완, 미국에 완전히 의존적이기에 중국도 외부 충격에 매우 취약하다"면서 "미국은 중국이 자국 내 한국의 생산 역량을 적극적으로 억압하거나 겨냥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으며 한국의 새로운 투자가 중국이 아닌 미국으로 향하도록 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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