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고용부 재해 사망사고 통계뒤에 숨겨진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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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고용부 재해 사망사고 통계뒤에 숨겨진 것들
  • 유태영 기자
  • 승인 2022.07.21 16: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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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산재 사망사고 발생건수 더 낮아
제조업 사망사고·사고건수는 오히려 증가
인력확충보다 '안전보건체계' 재정립이 우선돼야
유태영 산업부 기자
유태영 산업부 기자

[오피니언뉴스=유태영 기자]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시행된 이래 첫 상반기 재해 사망사고 통계가 나왔다.

고용부가 지난 19일 발표한 올 상반기 '재해조사 대상 사망사고' 조사결과에 따르면 국내 산업현장에서 사망사고와 사망자수 모두 감소했다. 작년 상반기보다 전반적으로 감소했다. 고용부는 중대재해법 시행에 따른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난 것이라고 해석했다. 하지만 고용부 통계로는 알 수 없는 것들이 있다.

2020년 산재 사망사고 발생건수 더 낮아

중대재해법 시행으로 인한 감소인지 불분명하다. 최근 5년간 상반기 사망사고만 보더라도 올해 사망사고(303건)보다 2020년 사망사고(292건)가 더 낮다. 전년동기대비 감소폭을 비교하면 차이는 더욱 커진다. 2019년보다 2020년 사망사고가 67건 줄었다. 반면 2021년보다 2022년 사망사고 감소폭은 31건에 불과하다. 오히려 2019년~2020년 대비 감소폭이 절반도 채 되지 않는다. 1명 이상 사망할 경우 1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할수도 있는 중대재해법 시행효과가 있었다면 더 큰 폭으로 줄었을 것이다. 

산재로 인한 사망자수는 중대재해법 시행 전에도 매년 감소했다. 또 사망자수 감소폭도 2021년~2022년 감소폭(20명)보다 2019년~2020년 감소폭(33명)이 더 크다. 오히려 2021년 사망사고와 사망자수가 전년대비 더 늘어나서 2022년 통계가 감소한 것으로 보이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와 사망자수는 처벌위주의 법 시행만으로 감소하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산재 사망사고가 매년 감소추세에 있었던 것은 사고 위험도가 높은 작업현장이 기계로 대체되고, 위험감지 기술 등의 발달로 인한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한국 뿐만 아니라 미국, 일본 등 선진국들 모두 산재 사고가 줄어들고 있는 것이 이같은 주장을 뒷받침한다.

산재를 포함한 모든 사고는 예방이 우선이다. 기존 산업안전보건법 또한 예방에 초점을 두고 만들어진 법이다. 반면 올해 1월 27일부터 시행된 중대재해법은 무거운 처벌을 통해 사고가 나면 무조건 형사처벌을 하는 것이 핵심이다. 경영계와 학계, 법조계는 중대재해법이 공포되기 전부터 처벌로 인한 산재 사고 예방은 미미할 것이고 더 나아가 위헌적 요소도 있다고 주장해왔다. 이번 고용부 통계에도 이를 뒷받침하는 통계가 숨어있다. 

중대재해처벌법 포토그래픽. 자료=연합뉴스
중대재해처벌법 포토그래픽. 자료=연합뉴스

제조업 사망사고·사고건수는 오히려 증가 

올 상반기 전업종에서 사망사고와 사망자수는 줄었지만 제조업만 모두 증가했다. 제조업도 50인 이상 사업장은 중대재해법 적용 대상이다. 올 상반기 50인 이상 제조업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는 42건이고, 49명이 사망했다. 전년동기대비 각각 2건, 7명 증가한 수치다. 숫자 이면에 숨겨진 것은 중대재해법을 지키고 싶어도 지킬수 없었다는 의미라고 볼 수 있다.

단적인 예로 중대재해법은 경영책임자에게 '안전·보건 관계 법령에 따른 의무이행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안전·보건 관계 법령에 따른 의무이행'이 무엇인지 명확하지 않아 현장에선 '무엇을, 어떻게 지키라는 것인지 모르겠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업계 관계자들도 "조직과 인력이 있는 대기업조차도 어떻게 법을 지켜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라고 얘기한다.

인력확충보다 '안전보건체계' 재정립 해야

고용노동부는 산재예방을 위해 인력과 조직을 확충하는데 몰입하고 있다. 고용부에 따르면 올해 고용부 산업안전감독관 정원은 814명으로 배정됐다. 이는 2017년(448명)보다 약 2배 증가한 규모다. 작년 7월부터는 기존 산재예방보상정책국이 본부로 격상되고, 산재예방감독정책관이 신설됐다. 조직 확대와 함께 인력도 늘었다.

문제는 산재예방 인력이 미국, 일본과 견줘 이미 비대하다는 점이다. 2019년말 기준 우리나라의 노동자수 100만명당 감독관수는 약 35명이다. 일본보다 2.1배, 미국보다 2.9배 많은 수준이다.

반면 우리나라 사고사망만인율(임금노동자 1만명당 발생하는 사고사망자 비율)은 2021년 기준 0.43명으로, 일본(0.14)보다 3배 이상 높다. 산재예방 인력이 2~3배 더 많은만큼 사망자수가 적어야 하는데 오히려 더 많이 발생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보여주기'식 인력확충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란 뜻이다.

그렇다면 산재 사고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 안전공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산재 사고는 안전보건관리에 대한 시스템적 사고의 부족에서 기인한다"고 주장한다.

지금과 같은 '고비용 저효율' 구조로는 소폭의 산재사고 감소효과는 있을지 모르지만 '안전은 곧 비용'이라는 인식을 바꿀 수 없다. 새 정부와 여야는 각계의 의견을 수렴하여 산재예방 중심의 법 체계를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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