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 현실화 요구, 하청노동자 43일째 도크 불법점거 농성
회사 지난달 2800억원 이상·이 달 매일 260억원 피해액 눈덩이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대우조선해양 노조가 하청노동자와 정규직 노동자 간의 갈등으로 비화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전국금속노동조합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들은 열악한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지난달 2일부터 14일까지 43일째 파업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조합원 투표…노노 갈등으로
14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 직원 8600명 중 4700명이 가입한 민주노총 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 내부에서는 산별 노조인 금속노조를 탈퇴하고 기업별 노조로 전환하는 조직 형태 변경안에 전체 조합원의 41%(1970여 명)가 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우조선 노조는 2018년 민주노총 금속노조에 가입했다. 조합원 서명이 담긴 문서는 13일 열린 임시 대의원 총회 후 노조 집행부에 전달된 것으로 전해졌다.
조직 형태 변경안은 전체 조합원의 3분의 1 이상이 서명하면 총회 안건으로 상정되고 일주일 안에 조합원 총회에서 재적 인원 과반수가 투표해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통과된다. 탈퇴가 확정되면 대우조선지회는 금속노조 가입 4년 만에 다시 기업별 노조가 된다.
'금속노조가 하청노동자들의 투쟁을 지원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대우조선지회는 지난 11일 성명서를 냈다. 대우조선지회는 "대우조선 전 구성원의 공멸을 막기 위해 하청지회 도크 투쟁 철수를 결단해 달라"고 촉구했다. 이어 "하청지회 투쟁 장기화로 발생하는 피해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쉽게 회복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며 "당장 대우조선지회 조합원 생존권을 위협하는 지경에 이른만큼 도크에서 철수할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대우조선지회는 "거제·통영·고성하청지회와 가진 면담에서 1도크 진수를 막는 투쟁은 더는 대우조선 전체 구성원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투쟁이 될 것이고 하청지회와 대우조선지회가 공멸하는 투쟁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이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하청지회 도크 점거 농성, 왜
하청지회는 현재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1독(dock·배를 만드는 작업장)을 점거하고 있다. 파업 참가 인원은 전체 노동자의 1% 수준인 120여 명 규모다. 하청지회 노동자들은 왜 40일 넘게 도크를 불법 점거하고 있을까.
하청지회는 지난해부터 ▲임금 30% 인상 ▲노조 전임자 상근 요구 등을 요구하며 소속사와 개별 교섭을 벌여 왔다. 그러나 하청업체와 교섭이 별다른 진전이 없자 원청과 교섭 등을 요구하며 지난달 2일부터 파업에 돌입했다. 하청지회는 2015년 이후 조선업 침체기 동안 삭감된 '임금 회복'을 주장하고 있다. 앞으로 임금 협상도 협력사별이 아닌 집단교섭으로 진행하자고 목소리를 높인다.
반면 협력사 대표단은 임금 30% 인상이 협력사의 지불 범위를 벗어나는 비현실적 협상안이라고 난색을 표하고 있다. 협력사 대표단은 조선기자재 가격 급등,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글로벌 물류대란 등으로 수조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한 상황에서 일부 조합원의 정상적인 생산 방해 행위는 수년 만에 찾아온 조선 호황 기회를 스스로 저버리는 행위라고 반박하고 있다.
대우조선 사내 협력회사 협의회 대표들 지난 12일 호소문을 내고 "거통고 하청지회는 대우조선의 제 1독을 한 달 넘게 불법 점거하면서 애써 만든 선박이 진수되지 못하고 있다"며 "이번 불법 파업으로 회사와 함께하고 있는 10만 여명의 관련 회사 모든 임직원의 생존을 위협하기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피해
하청지회의 점거농성으로 원유운반선 진수 작업이 멈춰섰다. 또한 1도크에서 건조 중인 선박 4척 모두 인도가 무기한 연기됐다. 여기에 더해 1도크 진수가 막히면서 이어져야 할 전체 공정이 단계적으로 차질을 빚으면서 2도크와 플로팅 도크에서 건조한 선박 인도가 4주 지연됐다. 안벽에 계류 중인 일부 선박도 1~3주 인도가 늦춰지고 있다.
이번 파업으로 대우조선해양 측은 지난달에만 2800억원이 넘는 손해를 봤다고 밝혔으며 이달에도 매일 260억원의 추가 피해를 보고 있다고 강조한다. 여기에 인도 일정을 지키지 못해 발생한 지체보상금까지 감안하면 공정 지연에 따른 피해액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라고 설명한다.
대우조선해양의 실적 개선에 대한 전망은 밝았다. 증권업계 등에선 조선업 회복으로 올해 하반기부터 실적 개선이 이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해부터 수주 시장이 살아나고 있는 데다 폭등하던 원자재 가격도 안정세에 진입해서다.
삼성증권은 지난 11일 보고서를 내고 "선박 수급이 여전히 타이트하고 수주 단가가 상승했다는 점에서 조선 업황 개선세는 여전히 진행 중"이라면서 "구조조정에 따른 건조 능력 감축으로 조선사들은 약간의 수주만으로도 쉽게 수주 잔고를 확보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이번 파업으로 대우조선해양의 실적 개선 시점이 늦춰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일각에선 파업 손실액이 최대 6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조선업계 안팎에선 대우조선해양이 비상 경영 체제에 돌입했으나 파업이 중단되지 않는 한 경영 정상화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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