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연대기Ⅱ] ⑪ 넷플릭스 오리지널 10년사(5)– "극장에 안걸려 비난받은 영화 '옥자'
상태바
[콘텐츠 연대기Ⅱ] ⑪ 넷플릭스 오리지널 10년사(5)– "극장에 안걸려 비난받은 영화 '옥자'
  • 문동열 우송대 테크노미디어융합학부 겸임교수
  • 승인 2022.06.17 12: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내외적인 극장업계, 보이콧에 시달린 영화 ‘옥자’
옥자로 쏘아 올린 작은 공...
기생충, 미나리, 오징어 게임으로 이어져
문동열 우송대 겸임교수
문동열 우송대 겸임교수

[문동열 우송대 테크노미디어융합학부 겸임교수] 명실상부 OTT를 대표하는 넷플릭스. 넷플릭스 오리지널의 역사에는 온라인 스트리밍이라는 콘텐츠 유통 플랫폼이 미디어-콘텐츠 산업에 정착되기까지의 과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온라인 스트리밍이 방송국이나 극장 같은 기존 유통 구조의 기득권자의 입장에 밀려 홀드 백 (Hold Back, 메인 플랫폼에서의 공개가 끝나기 전까지 다른 플랫폼에서의 공개가 미뤄지는 것)이라는 이상한 룰을 지켜야 했던 초기 시절부터 기득권자의 하나가 되어버린 지금까지 넷플릭스 오리지널은 많은 이해관계가 얽힌 미디어-콘텐츠 시장의 힘의 균형을 바로 알아볼 수 있는 좋은 지표였다. 

OTT 초창기 콘텐츠 자체가 무료인 TV 시장에 비해 유료 관객을 확보해야 하는 극장 업계에 있어 OTT 플랫폼은 눈에 가시에 가까웠다. 극장 입장에서 볼 때 넷플릭스 영화는 (극장 입장에서의) 콘텐츠 수명을 단축시키고 영화 유통 구조의 최상층부에서 업계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던 그들에게 여러모로 귀찮아 보이는 플레이를 하는 존재였다.

그렇다고 관계적으로 배제할 정도는 아니고 가만 놔둬서 커지면 자신들의 밥그릇을 뺏을 것 같은 그런 느낌의 존재였다. 지금은 그런 분위기들이 많이 누그러져 사라졌다고는 하지만 이는 극장 업계의 시선이 고와졌다기 보다는 OTT의 힘이 상대적으로 커진 것에 기인한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옥자' 포스터. 사진=넷플릭스 홈페이지 캡처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옥자' 포스터. 사진=넷플릭스 홈페이지 캡처

옥자가 개봉하던 시기의 분위기

지금이야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들이 오스카도 받고 각종 영화제에 초청되며 ‘제대로 된’ 영화로 대접받고 있지만 초기에만 하더라도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들은 영화계에서 은근히 왕따를 당하는 존재들이었다. 

지난 2017년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봉준호 감독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옥자' 역시 마찬가지였다. 넷플릭스 최초의 인터내셔널 오리지널 영화였던 옥자에 대한 소식이 처음 전해졌을 때 콘텐츠 업계 종사자들 대부분의 생각은 그랬다.

“왜 넷플릭스에? 배급 선정에 뭔가 문제가 생겼나?” 그나마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들이 승승 장구를 하기 시작하고 한국에도 정식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한국산 오리지널 콘텐츠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던 중이었기에 마땅한 배급사를 찾지 못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거라는 추측에서부터 ‘거절하기에는 너무 많은 돈을 불렀을 것’ 이라는 추측까지 많은 추측들이 난무했다.

봉준호 감독은 당시 개봉 관련 논란에 대해 ‘자기의 욕심 탓’이라며 사람들의 이해를 구했다

영화 옥자는 영화 외적인 면에서 많은 논란을 낳기도 했다. 사진=넷플릭스 홈페이지 캡처
영화 옥자는 영화 외적인 면에서 많은 논란을 낳기도 했다. 사진=넷플릭스 홈페이지 캡처

당시만 하더라도 넷플릭스는 콘텐츠의 1차 플랫폼 (제일 먼저 콘텐츠가 공개되는 오리지널 플랫폼)으로서의 인지도가 낮았기 때문이었다.

온라인 스트리밍 판권을 지칭하는 단어가 2차 판권이라는 (지금은 2차 판권이라는 말이 잘 사용되지 않는다) 것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영화계에서 온라인 스트리밍은 영화 개봉 이후 부가적인 수익을 얻어내기 위한 곳이었지 메인 플랫폼으로 개봉을 하는 곳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당시 넷플릭스는 자사 오리지널 영화에 대해 영화관 동시 개봉 또는 일주일 이내라는 아주 짧은 기간의 홀드 백을 요구했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요구지만 극장 업계들은 이를 아주 불쾌하게 생각했다.

극장 업계의 보이콧으로 나타난 OTT 따돌리기

이런 상황에서 다들 예상했듯이 옥자의 극장 개봉은 난항을 겪는다. 많은 대기업 계열의 멀티 플렉스가 석연치 않은 이유를 대며 상영관 부킹을 거부했기 때문이었다.

당시 신문기사에도 극장 업계가 영화 유통 질서가 혼란해질 우려가 있다며 옥자의 극장 개봉을 망설였다는 이유가 나오는데, 결국 원인은 넷플릭스가 처해 있던 기존 업계와의 힘 겨루기 결과이기도 했다. 옥자는 몇몇 예술관이나 단관에서만 개봉되었고 일부 언론들에서는 넷플릭스의 이러한 행보가 한국 영화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극장 업계의 편을 들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로써 받은 푸대접은 국내에서만 그치지 않았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최초로 칸 영화제의 경쟁 부문에 초청받았던 옥자는 초청받기 전부터 프랑스 극장 협회의 극심한 반발에 부딪혔고, 심사 과정에서도 심사위원장인 스페인의 영화 감독 페드로 알모도바르는 ‘영화관에서 볼 수 없는 영화에 황금종려상을 줄 수 없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OTT 오리지널 영화에 대한 영화계의 우려를 그대로 드러내기도 했다.

봉준호 감독은 당시의 개봉 관련 논란에 대해 ‘자기의 욕심 탓’이라며 사람들의 이해를 구했다. 봉 감독(오른쪽)이 영화 '옥자' 출시 당시 주인공인 배우 안서현과 함께 인터뷰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봉준호 감독은 당시의 개봉 관련 논란에 대해 ‘자기의 욕심 탓’이라며 사람들의 이해를 구했다. 봉 감독(오른쪽)이 영화 '옥자' 출시 당시 주인공인 배우 안서현과 함께 인터뷰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기생충과 미나리, 오징어 게임의 시작

하지만 지나고 나서 보면 이러한 모든 행보들이 결과적으로 신의 한수가 되었다. 만일 설국열차와 옥자로 이어지는 그의 행보가 없었다면 기생충의 아카데미 작품상이 있었을까라는 생각까지 들 정도다. 단지 작품을 잘 만드는 것도 있겠지만 여러 형태를 통해 해외에 이름을 알리기 위해 노력한 봉준호 감독의 여러모로 빌드 업을 잘했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기도 하다.

옥자가 단순한 넷플릭스 오리지널을 떠나 한국 시장에 미친 영향 또한 크다. 옥자의 제작은 당시 불모지에 가까웠던 넷플릭스라는 브랜드를 한국 시장에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봉준호같은 거장이 참여를 했다는 이유만으로 넷플릭스의 한국 시장에 대한 의지를 알 수 있었던 것이다.

만일 넷플릭스가 진출 초기 논의된 바대로 몇몇 공중파 방송 드라마에 대한 공동 투자 형태의 소극적인 오리지널 참여만 했다면 몇 년 뒤 벌어질 대형 연예 기획사와의 조인에서 태어난 몇몇 흑역사들이 숫자만 더 많아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어디까지나 결과론이긴 하지만 옥자는 지금의 K-무비의 신호탄이 아니었을까. 넷플릭스 오리지널은 아니지만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과 스티븐 연의 미나리, 오징어 게임으로 이어지는 거대한 흐름이 옥자라는 영화를 넷플릭스에서 서비스하기로 한 봉 감독의 선택에서 시작되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드는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다.

●문동열 교수는 일본 게이오대학 대학원에서 미디어 디자인을 전공하고, LG인터넷, SBS콘텐츠 허브, IBK 기업은행 문화콘텐츠 금융부 등에서 방송, 게임, 영화 등 다양한 콘텐츠 기획 및 제작을 해왔다. 콘텐츠 제작과 금융 시스템에 정통한 콘텐츠 산업 전문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