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봉쇄' IPEF 가입, 우리에게 위기일까 기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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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봉쇄' IPEF 가입, 우리에게 위기일까 기회일까
  • 박대웅 기자
  • 승인 2022.06.07 15: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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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IPEF 가입, 기회와 우려 공존
바이든 지지율 추락...레임덕 우려도
브릭스+ 등 브릭스 확대 카드 꺼낸 중국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오른쪽)이 지난달 21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만나 환담을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한국은 메모리 반도체(데이터 저장용 반도체) 세계 1위를 비롯해 연산 처리를 담당하는 시스템 반도체와 파운드리(위탁생산) 등 반도체 전 부문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반도체 시장점유율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런 한국이 미국 주도의 경제 협력체인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이하 IPEF)에 참여한다. 정부는 이번 IPEF 가입을 계기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에서 '안미경세'(안보는 미국, 경제는 세계)로 본격 전환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우려와 기대의 목소리가 함께 터져 나온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은 시스템 반도체의 경우 설계(펩리스)는 앤비디아, AMD, 퀄컴 등 미국 기업이, 제조인 파운드리는 삼성전자와 대만의 TSMC 등 기업이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런 세분화된 반도체 시장에서 한미간 경제안보가 강화될 경우 미국발 파운드리 수요를 우리 기업이 상당 부분 흡수하고 공조 과정에서 펩리스 역할을 높일 수 있다는 긍정적 전망이 나온다. 반면 IPEF 가입 등으로 한국의 반도체 수입 비중이 가장 높은 중국 시장과 대척점에 설 수 밖에 없는 만큼 중국 시장을 잃게 된다는 불안감도 상존한다. 

실제 전국경제인연합회 조사에 따르면 2020년 기준 한국의 전체 반도체 수출액 954억6000만달러 중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43.2%(412억달러)로 가장 높았다. 그 뒤를 홍콩(18.3%)과 베트남(9.6%) 등이 이었다. 부품과 소재 조달에 있어서도 중국 수입 의존도는 한국이 29.3%로 가장 높았고 일본이 28.9%, 미국이 12.9% 순으로 나타났다. 

한국이 중국 수입 의존도가 높은 이유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이 중국 현지 공장서 반도체 물량 상당수를 전공정(웨이퍼 가공) 단계까지 생산한 뒤 국내로 수입해 후공정(웨이퍼 절단, 포장) 처리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亞 IPEF·유럽 TTC…美 대중국 압박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한국에 이은 두 번째 순방국인 일본에서 반도체를 핵심으로 한 반중(反中) 공급망 구축을 위한 IPEF 출범을 공식 선언했다. IPEF에는 미국과 한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인도, 피지, 아세안 10개 회원국 중 브루나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싱가포르, 태국, 베트남 등 모두 14개국이 참여했다. IPEF는 ▲무역 ▲공급망 ▲청정에너지·탈탄소화·인프라 ▲조세와 반부패 등 4개 분야를 중심으로 한 반중 경제 포위망을 말한다. 

미국은 지난해 10월 유럽연합(EU)과 무역기술위원회(TTC)를 출범했다. TTC는 ▲반도체 공급망 안정화 ▲투자 심리 강화 ▲수출 통제 ▲AI 등 첨단기술 분야 새 국제질서 및 표준과 규범 설정 ▲비(非)시장국과 무역 분쟁 등을 설정하는 역할을 한다. 미국 정부는 유럽 지역에선 TTC, 인도·IPEF를 통해 중국 포위망을 구축해 나가겠다는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오는 11월 중간 선거를 앞두고 있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지지율이 40%를 넘어서지 못하며 지지부진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지율 추락·인프라 투자법 통과 지연…불안한 바이든

삼성전자와 SK그룹은 지난달 24일과 26일 각각 450조원과 247조원의 초대형 투자 계획을 발표하며 바이든 방한으로 본격화된 IPEF 등 신 세계 경제질서 변화 기대감을 불어넣었다. 

삼성전자는 고성능·저전력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와 5G와 6G 등 초고속 통신 반도체 설계에 필요한 설계 기술과 시스템반도체의 경쟁력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또 파운드리 사업에서도 차세대 생산 기술을 적용해 3나노 이하 제품을 조기 양산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170억달러(약 22조원)를 투입해 신규 파운드리 반도체 공장을 건립하고 일자리 2만개 창출 계획을 추진 중이다. 

SK그룹도 반도체 및 반도체 소재에 142조원을 투입해 경기 용인시에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과 반도체 팹(Fab·생산공장) 증설, 특수가스와 웨이퍼 등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관련 설비 증설 등도 추진한다. 바이든 대통령의 적극적 구애에 우리 기업이 대규모 투자로 화답한 셈이다. 

문제는 IPEF 등 신 세계 경제 질서 구축의 '키 맨'이 될 바이든 행정부가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해 3월 반도체 연구개발과 증산을 위한 인센티브 제공, 국립반도체기술센터 설립 등에 2조 달러(약 2600조원)를 배정하는 내용의 인프라 투자 법안을 마련했지만 미 의회 문턱을 쉽사리 넘지 못하고 있다.

해외 자본 유입을 위해 국가 재정을 투입한다는 것에 대한 미국 보수 진영의 부정적 시선이 걸림돌이 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인프라법 투자 법안이 통과되지 못할 경우 미국에 투자하려하는 외국 반도체 기업이 다른 국가로 투자처를 옮길 수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는 내고 있다. 

IPEF와 한국 기업의 미국 진출 모두 바이든 행정부의 입지에 영향을 받는 상황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은 추락하고 있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는 바이든 행정부에 대한 국정 지지율은 지난달 25일 기준 36%까지 떨어졌다.

로이터통신이 여론조사기관 입소스(IPSOS)에 의뢰한 미국 전역 성인 15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은 5월 셋째주 42%에서 일주일 사이 6%포인트 하락한 36%에 머물렀다. 지난해 1월 취임 후 가장 낮은 지지율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8월 50% 이하로 지지율이 떨어진 이후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부정적으로 보는 비율은 59%를 기록했다. 

자칫 미국 상·하원 의원과 공직자를 선출하는 11월 중간 선거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속한 민주당이 상·하원 중 하나라도 공화당에 다수당 지위를 내줄 경우 집권 2년 차에 레임덕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미국 주도의 신 세계 경제질서 재편에 맞서 브릭스 확대를 대응 카드로 꺼냈다. 사진=연합뉴스

中 반발...브릭스로 맞대응

IPEF 등 미국 중심의 신 세계 경제질서에 물음표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중국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왕이 외교부장은 "IPEF가 미국 지역 경제 패권을 지키는 정치적 도구가 돼 특정 국가를 의도적으로 배제한다면 그 길은 옳지 않다"면서 "아시아·태평양 국가를 미국 패권을 위한 졸(卒)로 삼으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중국은 IPEF 대응 카드로 '브릭스(BRICS) 확대' 카드를 꺼내 들었다. 브릭스는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신흥 경제 5개국 모임이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지난달 브릭스 외무장관 회담 개막식 화상 축사에서 "신흥시장국가와 개발도상국의 단결과 협력 강화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며 브릭스 확대를 제안했다. 브릭스 외무장관들 역시 '브릭스+(플러스)'를 제안하며 외연 확장을 적극 지지했다. 아울러 중국은 세계 최대 다자간 자유무역협정(FTA)인 '역내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RCEP)'에 참여하는 국가와 협력 강화에도 적극 나설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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