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붙은 주 4일제 근무...찬반 양론 뜨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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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 붙은 주 4일제 근무...찬반 양론 뜨겁다
  • 박대웅 기자
  • 승인 2022.04.15 15: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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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IT 중심 주 4일제 도입 가속
유연근무제 생산성 향상 등 순기능
소속감 하락·임금감소 등 역기능도
주 4일제 근무 확대 적용을 둘러싼 명암이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2004년 7월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종전 주 6일제 근무(주 44시간)에서 주 5일제 근무제(주 40시간)로 근로 시간이 단축된 지 17년이 지난 현재, 주 4일제 도입 움직임이 거세다.

아직 구체적 입법은 이뤄지지 않았지만 주 4일제 근무를 선도적으로 도입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직원 복지향상 등을 이유로 주 4일제 또는 주 4.5일제를 도입하는 회사로는 에듀윌, 엔돌핀커넥트, 카카오게임즈, 카페24, 밀리의 서재, 우아한 형제들, 여기 어때 등이 있다.

스타트업 이외에도 국내 4대 기업 중에선 SK그룹이 가장 적극적이다. SK수펙스는 월 2회 주 4일제를 채택하고 있으며 SK텔레콤은 매주 셋째주 금요일 휴무한다. SK하이닉스 역시 '해피 프라이데이'를 통해 2주 동안 80시간 이상 근무한 직원에게 휴가를 사용하지 않고도 월 1회(셋째주) 금요일에 재충전의 시간을 이달부터 부여하고 있다. 

과거 근로시간 단축이 노동조합 등의 투쟁의 역사였다면 최근 거세게 불고 있는 주 4일제 근무는 기업의 자발적 선택이다.  기업들은 왜 '생산성 감소' 우려에도 주 4일제 근무를 채택하는걸까.

주 4일제 근무 확대로 생산성 증대 등 긍정적 효과가 기대된다. 사진=연합뉴스

주 4일제 근무 밝은 면

주 4일제 근무는 기업과 기업 구성원 모두에게 순기능이 있다. 먼저 직원이 가질 수 있는 긍정적 효과는 워라밸, 자기계발, 교욱, 건강관리 등이 있다. 회사 측면에서는 낮은 이직률, 실적 향상, 채용 지원자수 증가, 생산성 제고 등을 누릴 수 있다. 

충북 충주에 있는 화장품 제조사 에네스티는 2010년 처음 주 4일제를 도입했다. 직원 80%를 대상으로 주 4일제를 시범운행한 뒤 문제점을 보완해 2013년부터 전 직원을 대상으로 주 4일제를 적용하고 있다.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하루 9시간(오전 8시30분~오후 6시30분)씩 주 36시간을 일한다. 시행 후 성과도 좋았다. 2013년 83억원이던 매출은 2016년 100억원을 돌파했다. 

온라인 교육 업체 에듀윌 역시 2019년 6월 시범운영 후 2020년 1월부터 전 부서를 대상으로 주 4일제 근무를 실시했다. 그 결과 매출은 증가했다. 2020년 매출은 1193억원으로 주 4일제 시행 전 첫 해(952억원)보다 25% 늘었다. 같은 기간 근로자 수는 126명(21.6%) 증가했다. 2020년 기준 직원수는 709명이다.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은 지난달 31일 이천 본사에서 열린 SK하이닉스 10주년 기념행사에서 "가족 친화적 기업문화를 정착시켜 구성원 가족과 함께 글로벌 초일류 회사로 거듭나겠다"면서  유연근무의 긍정적 효과를 강조했다. 

주 4일 근무제 확대로 실시로 임금감소, 노동 환경 양극화 등 사회적 비용 발생이 우려된다. 사진=연합뉴스

주 4일제 근무 어두운 면

주 4일제의 순기능 못지 않게 역기능도 주목해야 한다. 주 4일제 도입으로 근로일과 근로시간이 줄어들면서 직원들의 소속감과 심리적 안전감이 떨어질 수 있으며 동료 간 커뮤니케이션이 줄고 이에 따라 정보 전달 및 공유에 지장이 생기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재택근무 기반으로 주 4일제가 도입되면 직원들 간 소속감과 안전감 저하가 더 크게 발생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또한 임금 감소도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다. 주 4일제를 도입하면서 기업의 사정상 임금이 삭감되는 경우가 있다. 실제로 주 52시간 근무제가 도입된 이후 잔업 수당과 같은 초과 근무 수당이 줄어들어 연봉이 줄어든 노동자도 많다. 이 경우 주 4일제가 도입된다면 임금감소 폭이 더 가파를 수 밖에 없다. 

한국리서치가 지난해 10월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주 4일제 도입에 찬성하는 응답자는 51%였다. 하지만 임금이 줄어든다면 4일 근무를 하지 않겠다는 응답자는 64%로 더 많았다. 일부 정치권과 노동계에서 임금 감소 없는 주 4일제 도입을 요구하고 있지만 근로시간 단축으로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을 누가 부담할지에 대해선 의견이 갈린다. 

주 4일제 도입으로 근로 환경의 양극화가 더 심해질 것이란 우려도 있다. 생산성이 높고 근무형태가 자유로운 정보기술(IT) 회사나 스타트업에 비해 전통 제조업과 중소기업들은 현재의 주 52시간 근무제를 지키는 것조차 쉽지 않다는 것이다. 국내에서 선제적으로 주 4일 또는 주 4.5일제를 도입한 회사들도 있지만, 대부분 IT 업종, 스타트업이나 대기업 등으로 제한적이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주4일제에서 제일로 많이 나오는 반대 의견이 임금삭감, 기업들의 부담 등이 있지만, 현재 주4일제를 실시하는 곳은 정부의 지원을 받고 있다"며 "사회적 타협을 통해 주5일이 보편화된 것처럼 주4일제도 타협해가며 절충안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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