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분 팔고·전문가 영입' 삼성, '이재용 회장 시대' 출발선은 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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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분 팔고·전문가 영입' 삼성, '이재용 회장 시대' 출발선은 어디
  • 박대웅 기자
  • 승인 2022.04.11 11: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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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라희 여사 등 대규모 블록딜…상속세 납부 실탄 확보
삼성전자, 지배구조 전문가 영입…향후 표대결 준비
고 이건희 회장(맨 오른쪽) 사망 후 삼성 오너일가는 상속세 납부를 통한 지분 확보를 위해 주식 매각 등 잰걸음을 걷고 있다. 사진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고 이건희 회장,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순.(시계방향 순)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삼성이 최근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잰걸음을 걷고 있다. 오너 일가는 계열사 지분을 매각하는 등 고 이건희 회장으로부터 물려받은 자산의 상속세를 납부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또 글로벌 컨설팅업체 출신 지배구조 전문가를 영입하기도 했다. 

지분 매각하는 오너 일가

삼성 오너 일가는 최근 계열사 지분을 매각하고 있다. 고 이건희 회장으로부터 물려 받은 자산의 상속세를 내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고 이 회장의 부인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은 지난달 23일 삼성전자 보통주 1994만1860주(0.33%)를 시간 외 대량 매매 방식(블록딜)으로 처분해 1조3720억원의 현금을 확보했다. 이 보다 앞서 같은 달 22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은 삼성SDS 지분 301만8860주(3.9%)를 블록딜로 매각해 각각 1900여억원의 현금을 손에 쥐었다. 

삼성 오너 일가가 납부해야 할 상속세는 12조원이 넘는다. 정부의 2020년 전체 상속세 수입(3조9000억원)보다 3배 가량 많다. 고 이 회장은 삼성전자 2억4927만3200주(4.18%)와 우선주(0.08%) ▲삼성생명 4151만9180주(20.76%) ▲삼성물산 542만5733주(2.88%) ▲삼성SDS 9701주(0.01%) 등의 계열사 주식을 유산으로 남겼다.

주식 가치는 18조9633억원으로 상속세만 11조366억원(58.12%)이다. 상속세는 고 이 회장 사망일(2020년 10월25일) 전 2개월과 사후 2개월 사이 종가 평균에 최대주주 할증률 20%, 최고세율 50%, 자진 신고 공제율 3% 등으로 결정됐다. 에버랜드 부지 등 부동산과 현금 자산 등을 포함할 경우 유족이 부담해야 할 상속세는 12조원 이상이다. 

삼성 오너일가는 상속세 납부를 위해 연부연납제도를 선택했다. 상속세를 신고한 지난해 4월30일 신고세액(약 12조원)의 6분의 1인 2조원을 납부하고 남은 10조원은 5년에 걸쳐 나눠 낼 계획이다. 단순 계산해도 유족은 매년 2조원의 세금을 납부해야 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삼성생명 2대 주주로 올라서며 그룹 장악력을 높였다. 사진=연합뉴스

삼성생명 2대주주로, 그룹 장악한 이재용 부회장

고 이 부회장이 남긴 유산은 법정 비율에 따라 홍 여사와 이 부회장을 포함한 3명의 자녀가 나눠 가졌다. 법정상속 비율은 홍 여사가 9분의3, 이재용·부진·서현 3남매가 9분의 2로 정리됐다. 이로써 삼성전자 지분율은 홍 여사가 2.3%로 개인 최대주주가 됐고, 이 부회장이 종전 0.76%에서 1.63%로 늘었다. 이부진·서현 자매는 각각 0.93%를 신규 취득했다. 

삼성전자 주식은 법정 비율대로 나눠 가졌지만 이 부회장은 삼성생명 주식을 법정비율보다 많이 상속 받으면서 그룹의 지배력을 키웠다. 삼성생명은 삼성전자의 최대주주다. 고 이 회장은 삼성생명 지분 20.76%를 보유한 1대 주주로 삼성생명을 통해 삼성전자를 지배했다. 

이 부회장은 고 이 회장의 삼성생명 지분 절반을 받음으로써 경영권 안정을 꾀하고 있다. 이 부회장의 삼성생명 지분은 종전 0.06%에서 상속 후 10.44%로 크게 뛰어 올랐다. 1대 주주가 된 삼성물산(19.34%)에 이어 2대 주주이자 개인 최대 주주가 됐다. 고 이 회장의 나머지 삼성생명 지분은 부진·서현 자매에게 각각 6.92%, 3.46%씩 돌아갔다. 홍 여사는 상속에서 제외됐다.

삼성물산 최대주주인 이 부회장의 지분(보통주 기준)은 17.48%에서 18.13%(보통주 기준)로 늘었고, 부진·서현 자매의 지분율은 각각 5.60%에서 6.24%로 증가했다. 홍 여사는 새로 0.97%를 취득했다.

유족들이 주식 전체를 상속받음에 따라 '이재용 부회장-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는 그대로 유지되게 됐다.

삼성은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지배구조 전문가를 영입하는 등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배구조 개선 출발점은 어디

삼성은 2013년부터 지배구조 개편에 본격 나섰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순환출자 고리를 해결하라고 압박했고, 계열사 합병 및 지분 정리 등을 통해 2013년 80여개에 달했던 순환출자 고리를 2018년 모두 끊었다. 남은 변수는 금산분리(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분리) 리스크가 언제든 불거질 수 있는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이다. 여기에 이 부회장의 등기임원(회장) 선임과 이사회 독립성 강화 방안 등도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 논의 사항이다. 

국내 4대 그룹 총수 중 이 부회장만 유일하게 '회장' 직함을 달고 있지 않다.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에서 '부회장' 직함으로 활동하고 있지만 '미등기임원'이다. 만약 새 정부 출범 후 이 부회장이 사면·복권 될 경우 등기임원에 오를 수 있는 길이 열린다. 내년 주총에서 이 부회장의 이사 선임안 안건이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런 배경이다. 

삼성은 산적한 지배구조 개선 작업을 위해 전문가를 영입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글로벌 컨설팅업체 머로우소달리 출신 오다니엘 이사를 IR팀 부사장으로 영입했다. IR팀을 맡고 있는 서병훈 부사장 바로 아래로 IR팀에서 두 번째로 높은 자리다. 

1974년생인 오 부사장은 20년간 기업지배구조 분야에서 활동한 전문가다. 매사추세츠공대(MIT) 경제학부를 졸업하고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인 ISS(2008~2013년)와 글로벌 자산운용사 블랙록(2014~2016년)에서 임원으로 근무했다. 이후 금 광산회사인 베릭골드(2016~2019년)에서 수석 부사장을 맡았다. 삼성전자 영입 직전까지는 머로우소달리(2019~2021년)에서 근무했다. 머로우소달리는 뉴욕과 런던에 사무소를 둔 컨설팅 업체로 주로 지배구조 개편 작업과 주주총회 전략 수립 등을 수행한다.

오 부사장은 향후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행동주의 투자자들이 주주친화 정책을 요구하며 외국인 투자자 및 소액주주 등과 연대하는 움직임에 대응할 전략을 수립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미국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는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2018년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 분할·합병을 반대한 적이 있다. 오 부사장은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 주총 안건을 두고 행동주의 투자자와 표대결이 펼쳐질 경우 외국계 의결권자문사와 기관투자자들을 설득하고 대응 전략을 짤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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