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회장의 승부수... SK하이닉스 시총 100조 기업으로 '우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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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회장의 승부수... SK하이닉스 시총 100조 기업으로 '우뚝'
  • 박대웅 기자
  • 승인 2022.04.01 15: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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崔 “세계 초우량 반도체 기업 우뚝”
박정호 “초협력 통해 성장동력 발굴”
파운드리 이어 시스템반도체 강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결단으로 이뤄진 SK하이닉스 인수가 10년 뒤 세계 초우량 반도체 기업으로 되돌아 왔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세계 초우량 반도체 기업으로 우뚝 섰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달 31일 경기도 이천시 SK하이닉스 본사에서 열린 출범 10주년 기념식에서 영상 메시지를 통해 "10년 전 불확실성을 딛고 지금은 SK하이닉스가 세계 초우량 반도체 기업이 됐다"며 "이를 가능하게 해준 구성원 모두는 내 삶에 별과 같은 존재"라고 소회와 감사를 전했다. 

기념식에 참석한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 역시 '기존의 틀을 깨고 초(超)협력을 통한 솔루션 제공자'를 강조했다. 박 부회장은 "국경과 산업의 벽을 넘어 경쟁력 있는 파트너라면 누구와도 힘을 합쳐 성장 동력을 발굴할 것"이라면서 "앞으로 미국에 지을 연구개발(R&D)센터를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고수들과 협력하는 장(場)으로 키워나가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박 부회장은 또한 "현재 메모리 반도체 제조기업이라는 틀에 갇혀서는 기업 가치를 높이는 데 제약이 있다"며 "앞으로는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을 넘어 고객 불편 사항까지 먼저 찾아 주도적으로 해결하는 솔루션 제공자로 진화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래픽=SK하이닉스

SK그룹 편입 전과 후의 SK하이닉스

SK텔레콤은 2012년 2월14일 모두 3조4000억원을 투자해 SK하이닉스를 인수했다. 최 회장의 결단이 결정적이었다. 외환위기 중 현대전자와 LG반도체가 합쳐 하이닉스반도체로 출범했지만 미래가 불투명한 상황이었다. 당시 최 회장은 "하이닉스를 초우량 반도체 기업으로 발전시기키 위해 그룹의 역량과 개인적 네트워크를 총동원하겠다"며 인수에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지난 10년 간 SK하이닉스는 괄목할만한 성장을 했다. 매출은 10년 전 10조3950억원에서 42조9970억원으로 수직 상승했고, 영업이익 역시 3690억원에서 12조4100억원으로 늘었다. 고용도 증가했다. 2011년 1만9601명이던 임직원 수는 지난해 기준 3만명으로 늘었다. 눈에 띄는 건 연구개발(R&D)과 시설 투자비 증가다. SK하이닉스는 편입 첫해 3조8500억원을 시작으로 2018년 17조원까지 투자 규모를 늘렸다. 연구개발비 또한 2011년 8340억원에서 매년 늘려 2020년 3조3700억원을 기록했다. 

업계에서 위상도 크게 달라졌다. 인수 당시 약 13조원으로 코스피 14위였던 시가 총액은 올해 100조원을 돌파하며 삼성전자 LG에너지솔루션에 이어 3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반도체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에 이은 만년 2위라는 꼬리표를 떼고 인텔의 낸드플래시 사업부 인수를 통해 글로벌 반도체 '톱 티어'로 도약했다. 지난해 업계 최초로 개발한 고부가·고성능 제품인 HBM3D램, 업계 최대 용량 24Gb(기가바이트) DDR5 등이 대표적이다.

그래픽=SK하이닉스

'통큰 투자'로 반도체 역사 다시 쓴다

SK하이닉스 인수 10년 만에 세계 반도체 매출 3위로 우뚝 섰지만 앞으로 10년을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이 높다. 당면한 과제는 D램과 낸드에 집중된 사업구조의 다각화다. D램과 낸드는 SK하이닉스 매출의 90%를 차지한다. 

SK하이닉스는 대규모 인수합병을 통해 치중된 매출 구조에 변화를 시도한 바 있다. SK하이닉스는 2020년 10월 인텔의 낸드 사업부를 90억 달러(10조원)에 인수했다. 국내 역대 기업 최대 인수합병 기록이다. 하이닉스반도체 인수 금액(3조4000억원)을 2배 이상 뛰어 넘었고 2016년 삼성전자가 전장기업 하만 인수를 위해 지출한 9조원을 웃돈다. 

SK하이닉스는 인텔 낸드 사업부 인수를 통해 이전까지 매출의 70~80%를 차지했던 D램 쏠림 현상을 완화한다는 계획이다. 인텔 낸드 사업부 인수 작업은 2025년 3월 완료 시점까지 1, 2차로 나눠 진행 중이다. 지난해 말 중국 등 8개 경쟁당국 심사를 통과하며 1차 인수대금 70억 달러를 납부했다. 이에 따라 인텔이 보유했던 중국 다롄 공장과 SSD(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 사업을 넘겨받았다. 인수합병이 마무리되면 SK하이닉스 낸드 사업 비중은 현재 20% 수준에서 40% 이상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SK하이닉스는 또 한 번의 대규모 인수합병을 통해 활로를 모색한다.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이 SK하이닉스의 지속 성장을 강조했다. 사진제공=SK하이닉스

박정호 SK스퀘어 대표이사(부회장)은 지난달 28일 열린 SK스퀘어 주주총회에서 "(가능하다면) 4월에 실리콘밸리에서 협의를 이어나갈 것"이라며 영국 반도체 기업 ARM(암) 인수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리고 같은 달 30일 열린 SK하이닉스 10주년 기념식에서도 "ARM은 한 회사가 인수할 수 있는 기업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전략적 투자자들과 함께 컨소시엄으로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답했다. SK하이닉스는 ARM 지분 인수를 계기로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_와 시스템 반도체 사업 강화를 모색한다. 일본 소프트뱅크의 자회사인 ARM은 모바일 반도체 설계 시장의 95% 이상을 차지하는 기업으로 최근 미국 엔비디아가 인수를 추진했다가 경쟁당국의 반대로 포기했다. 

이미 지난해 10월 8인치 파운드리 업체인 키파운드리 지분 100%를 5758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2004년 하이닉스가 경영난을 이유로 매각했던 회사를 다시 사들였다. 현재 SK하이닉스는 8인치 파운드리 자회사 SK하이닉스시스템IC를 보유하고 있다. 시스템IC의 웨이퍼 처리량은 키파운드리와 비슷한 규모로 이번 인수로 파운드리 생산 능력이 두 배로 커졌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달 30일 키파운드리 인수를 승인했다. 이번 인수가 파운드리 시장의 경쟁 구도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봤다. 

또 다른 과제는 지지부진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사업이다. SK하이닉스는 10년간 120조원을 퉂자해 반도체 공장 4곳을 지을 예정이다. 하지만 2019년 계획 발표 후 3년이 지나도록 시작도 못하고 있다. 지난해 1월 착공을 계획했지만 정부의 심의 지연과 지방자치단체 반발 및 클러스터가 들어설 용인 원삼면 주민 반발로 토지보상이 지연되면서 이미 다섯 차례나 연기했다. 여기에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패권 경쟁 지속도 부담이다. 미국 정부가 중국에 첨단 반도체 장비 수출을 막으면서 공정 업그레이드에 필수적인 장비를 제때 공급받지 못할 위기에처했다. 

10년 전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 과감한 결단으로 승부수를 띄운 최 회장의 결단이 앞으로 10년을 결정지을 중요한 변곡인 지금, 어떤 형태로 이어질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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