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 제재 확대로 강달러·고유가 지속…본격적 스태그플레이션 우려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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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방 제재 확대로 강달러·고유가 지속…본격적 스태그플레이션 우려 나와
  • 권상희 기자
  • 승인 2022.03.08 17: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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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종가 기준 9.9원 오른 1237.0원에 거래 마쳐
두바이유 62.3% 상승한 배럴당 125.19달러
전쟁에 따른 수출 경기 악화로 슬로플레이션 국면 진입할 수도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권상희 기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3차 회담이 별다른 진전 없이 마무리되고 서방 제재 확대 가능성이 언급되면서 환율이 1230원대로 급등했다. 여기에 유가가 폭등하고 원자재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인플레이션 압력을 더하는 모양새다. 

이러한 상황으로 인해 시장에서는 스태그플레이션(경기둔화 속 물가상승)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수출이 위축되면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이다. 

원유·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환율 상승…상단 1250원 예상

8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전날보다 9.9원 오른 1237.0원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 달러·원 환율이 1230원대로 올라선 것은 2020년 5월 29일(1238.5원) 이후 1년 9개월만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미국이 러시아산 석유 수입을 금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유가가 급등해 투자심리를 크게 위축시켰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준 국내로 수입되는 원유의 기준인 두바이유 가격은 배럴당 125.19달러로 지난해 말과 비교해 62.3% 올랐다. 같은 기간 브렌트유(선물)과 서부텍사스원유(WTI·선물) 가격은 123.12달러, 119.40달러를 기록하면서 각각 58.4%, 58.8% 올랐다. 

여기에 원자재 가격 급등도 환율 상승에 큰 요인을 차지했다. 런던금속거래소(LME)에 따르면 7일(현지시간) 2차전지 핵심 소재인 니켈 가격은 한때 톤당 5만5000달러(약 6768만원)까지 치솟았다. 이는 지난 2007년 5만1800달러를 훌쩍 뛰어넘은 것이다. 

지난 4일 니켈 가격은 장중 한 때 톤당 3만달러를 넘긴 했지만 마감 종가는 3만달러를 하회했다. 그러나 주말이 지나고 서방의 경제 제재로 러시아 수출이 제한되면서 니켈 가격은 천정부지로 솟아올랐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전날 LME에서 니켈 가격은 장중 한때 111% 급등해 역대 최고가인 t당 10만1365달러까지 치솟았다. 이후 급등세가 완화하며 t당 4만8078달러로 거래를 마쳤으나 이미 시장은 혼란에 빠진 후였다. 

백석현 신한은행 연구원은 "니켈 가격이 하루에 두 배씩 뛰는 상황이 되다보니 중국 건설은행(CCB)의 자회사가 마진콜(증거금 추가 납부 요구)을 받는 소동이 벌어졌다"며 "트레이더들 입장에서는 달러를 살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크라이나발 악재가 계속 전해지는 상황이다 보니 트레이더들이 유동성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다"며 "이번주 내로 달러·원 환율 상단을 1250원까지 열어놓고 있다"고 말했다. 

안영진 SK증권 연구원은 "기본적으로 전쟁 이슈가 환율에 큰 영향을 미쳤다"며 "시장 내에서 위험을 강하게 회피하는 현상이 주식시장, 외환시장, 원자재시장을 막론하고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서 "위험자산의 대표격인 원화는 약세가 진행되고 환율은 급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제유가 150달러·소비자물가상승률 4% 전망 나와

앞서 에너지경제연구원은 러시아산 원유와 석유제품 거래에 대한 기피 현상이 심해질 경우 국제유가가 15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이상열 에경연 미래전략연구팀장은 "에너지 수출입 부문에 스위프트 제재 부과 또는 러시아산 석유·가스의 대규모 공급 중단 상황 발생 시 일시적으로 최대 150달러 수준까지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유가가 더 오르면 물가 상승 압력도 동반해서 커지게 된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0월 3.2%를 기록한 뒤 11월(3.8%), 12월(3.7%), 올해 1월(3.6%), 2월(3.7%)까지 5개월째 3%대를 유지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여기에 국제유가가 물가에 본격적으로 반영되면 소비자물가상승률이 4%까지 뛸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에경연에 따르면 유가가 10% 오를 경우 국내 물가는 약 0.1%포인트 상승하며, 전체 산업 생산비를 0.67%포인트 끌어올리는 요인이 된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에 따른 수출 경기 악화로 저성장과 고물가가 동시에 나타나는 슬로플레이션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진단했다. 

향후 한국 경제의 방향성을 결정짓는 리스크 요인으로는 ▲슬로플레이션 ▲수요 견인 인플레이션 구조 ▲오미크론 대유행 등을 꼽았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 우리 경제는 사실상 스태그플레이션 국면에 진입했다고 봐야 한다"며 "올해 초부터 소비자물가지수가 높았으며 추가적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이 벌어졌기 때문에 경제적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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