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사업④] 명품마을 만들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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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사업④] 명품마을 만들려면
  • 박범준
  • 승인 2017.06.23 15: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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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의, 주민에 의한, 주민을 위한 사업

 

[박범준 농촌전문가] “갑자기 뭔 돈이 있어서, 마을에 꽃길을 만들고 담장에 벽화 그리고, 마을회관을 고치는가?”

“아아! 그거 몰랐어? 이번에 우리마을에 무슨 마을사업을 한다고 하던데, 지원금이 2억정도 된다나봐.”

“그래? 근데 왜 나는 몰랐지? 너는 알았어?”

“아니! 나도 몰랐어! 저번에 꽃길을 만드는 것 보고 철수 한테 물었더니, 무슨무슨 사업이 결정되서, 그 돈으로 꽃길도 만들고, 체험장도 만들고 그런다고 들었지”

“야? 2억원이면 작은 돈도 아닌데, 저거 해서 우리한테 실제 도움이 되는게 뭐가 있냐?”

“그러게 말이야. 나도 그렇게 생각해.”

“그냥 2억원을 가구당 몇 백만원씩 공평하게 나눠주면 좋겠네. 그려”

“나도 그랬으면 좋겠는데. 정부에서 지원하는 돈을 나눠갖게 하면 안된다나봐.”

“그거야 알지! 그냥 해본 소리야. 그나저나 저 돈을 어떻게 써야할 지 우리 주민들한테는 왜 안 물어본거야?”

우리나라 농촌을 살기 좋게 만들기 위해 지원하는 사업은 무수히 많다. 중앙부처에 따라 정보화마을, 문화마을, 친환경 생태마을, 전통테마마을, 장수마을 등등이 있고 광역자치단체 독자적으로 지원하는 사업으로 새농(새농어촌건설운동사업)사업 등등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사업이 있다.

근데 대개의 경우 마을사업이 추진은 되고 있는데, 정작 마을 주민들은 마을 사업의 내용을 모르는 경우가 다반사이고, 설혹 안다고 하더라도 이미 다른 곳에서 결정된 사항을 통보 받는 정도이지, 주민들의 생각이나 요구를 마을 사업에 반영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진짜로 성공한 마을 [명품마을]

 

각종 마을사업이 추진된 지 어느덧 15년 이상이 경과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마을사업을 추진했던 마을치고 마을내 크고 작은 갈등이 없는 마을을 찾아보기란 하늘의 별따기 만큼이나 어렵다.

그렇다고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주의깊게 살펴보고, 마을 현장으로 찾아가서 주민들과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누다 보면 마을 주민들 다수가 마을지도자를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는 경우를 아주 드물지만 경험할 때가 있다.

행정서류상 ‘성공한 마을’이라고 수상을 하고 매스컴에 널리 홍보한 마을중에도 현장을 가서 확인해 보면 ‘명품마을’이 있고, 무늬만 명품일 뿐, ‘짝퉁마을’인 경우가 있다.

한국 농촌이 위기라고 하는 이유의 하나는 바로 엄청나게 많은 돈이 투여되었지만, 불행하게도 명품마을보다는 짝퉁마을이 너무도 많다는 점일 것이다.

 

자! 그러면 비록 숫자는 적지만 명품마을의 특성은 무엇일까? 명품마을은 어떻게 만들어진 걸까? 혹시 명품마을이 만들어지는데 마을사업의 영향은 어떠할까? 즉 마을사업이 없었다면, 마을에 지원이 없었다면 명품마을은 안 만들어졌을 것인가?

아니면 마을에 돈이 지원되지 않았더라도 명품마을은 만들어지지 않았을까?

 

70년대로 거슬러 올라가서 새마을 운동이 태동하게 된 배경을 살펴보면, 당시 박정희 대통령이 가난한 농촌마을이 잘 살기 위한 방법을 고민하던 중, 농촌마을에 시멘트와 모래를 주고서 이를 어떻게 사용하는지 살펴보았다고 한다.

일정기간이 종료되고 나서 농촌마을을 순시하면서 확인해보니, 어느 마을은 시멘트와 모래를 이용해서, 마을길을 포장하기도 하고, 또 어느 마을은 마을내 공동창고를 지어서 마을주민들이 유용하게 활용하기도 하였다.

반면 어떤 마을은 마을 어귀에 시멘트와 모래가 보급됐던 상태 그대로 방치되어, 시멘트는 돌덩어리처럼 굳어서 쓸모없게 되고, 모래도 마찬가지였다.

박정희 대통령은 시멘트 모래를 잘 활용한 마을과 그렇지 않은 마을을 조사하게 하였더니, 결국 마을내에 열정적이고 사명감이 있는 마을지도자가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시멘트와 모래를 잘 활용하고, 혹은 방치해서 못쓰게 만들었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되었다.

결국 농촌마을이 잘 살기위해서는 열정적이고 헌신적이며 사명감이 투철한 마을지도자의 육성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께닫고, 새마을지도자를 육성하였다. 결국 새마을 운동이란 올바른 지도자를 육성하여 농촌의 변화를 일으켜보고자 했던 정신혁명 운동이라고 규정할 수 있을 듯하다.

 

그렇다면 1993년 문민정부이후 농업분야 특히 농촌분야에는 눈 먼 돈이 엄청나게 쏟아부어졌다. 오죽하면 “농촌지역의 개들이 10만원짜리 수표를 물고 돌아다닌다”는 웃지못할 이야기가 전국적으로 회자되었겠는가?

명품마을의 지도자에게 물어 본적이 있다. “만약에 마을사업이 없었다면, 명품마을이 만들어졌겠는가?”라고

마을지도자는 “도움이 된 건 사실이다. 생각했던 것 보다 몇 년정도 앞당겨진 것일뿐, 마을지원 사업이 없었어도 우리는 명품마을을 만들었을 것이다”

명품마을의 지도자는 대개의 경우 매사에 성실하여 주민들 다수로부터 신임을 얻고 있고, 정의로우며, 마을주민들을 배려하고 존중하며, 남의 의견을 존중해서 경청하는 습관이 몸에 배어있다.

무언가를 결정할 때는 매우 신중하고, 결정이 된 일에 대해서는 높은 책임감을 갖고, 강한 추진력을 발휘한다.

 

훌륭한 마을지도자가 있고, 없음이 명품마을을 만들고 못만들고의 가장 결정적인 요소라 할 것이다.

명품마을은 훌륭한 지도자를 중심으로, 합리적, 효율적이며 민주적인 회의를 정례적으로 하고있고, 회의에서 결정된 사항에 대해서는 가급적 많은 주민들이 각자 역할을 분담하여 적극적으로 참여하게끔 한다.

복잡하고 전문적인 분야에 대해서는 시간을 갖고 관심이 있는 사람들 중심으로 학습토론을 하고, 그래도 궁금증이 풀리지 않을 때는 전문가를 초빙하여 자문도 듣고, 도움을 받아서 최선의 방법을 찾는다.

특히 돈과 관련해서는 투명성을 생명으로 여긴다. 마을지도자는 절대로 돈을 만지지 않고, 부녀회장이나 부녀회 총무등이 통장을 맡고, 도장은 마을지도자가 관리한다. 정당한 지출사유가 발생하였을 경우(회의에서 결정된 사항을 중심으로), 통장 관리인, 도장관리인, 재정담당 마을 지도자 3인이 모여서 확인하고 공동 책임(서명 날인 및 근거 마련)하에 돈을 지출하고, 매월 1회 마을주민 모두에게 마을기금의 입 출금 내역을 공개하여 승인을 받는다.

그리고 정부가 지원하는 사업에 대해서는 회계보고가 의무화되어 있다. 이 또한 전문적인 영역으로서, 회계의 전무성과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마을지도자들은 세무사나 회계사에게 월 일정액을 주고 업무를 위임처리한다. 마을에서 돈을 관리하는 사람은 세무사 회계사의 지시하에 입금전표와 출금전표만 작성하여 제출하고, 그러면 전문가는 회계분류표상 적절하게 분류하여 회계보고를 완성한다.

이러한 회계 보고자료를 마을총회에 제출하고, 아울러 행정이 요청할 때 제출하면 된다.

이렇게 하다보니 돈의 투명한 관리와 정확한 관리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돈과 관련해서는 그게 얼마가 돼도 마을에 분란이 발생하지 않게된다.

명품마을의 지도자들은 행정이나 전문가가 마을사업을 추천하더라도, 그게 우리마을의 실정에 맞는 것인지? 사업비의 규모에 상관없이 더 급하고 딱 맞는 사업은 없는 지를 마을 지도자들과 의논한다.

그리고 만약 마을사업의 필요성이 확인되면, 지원자금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사용하는 것이 좋을 지, 마을 사람들의 의견을 구하고, 이렇게 해서 만든 사업계획서 초안을 [마을총회]에 제출하여 마을주민 다수에 설명하고, 빠진 부분이나 수정할 사항을 확인한 이후에 사업계획을 최종 확정한다.

명품마을 지도자들의 특성의 하나는 사업을 추진하면서 정례적으로 추진상황을 점검하고, 중간 중간 평가를 통해서 조금은 더 나은 방법을 찾기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즉 용두사미, 말만 앞세우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이 맡은 일에 대해서는 끝까지 책임을 지고, 앞으로 더 나은 방법을 찾기 위해 학습 토론과 평가를 소홀히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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