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인 발언 소동…美 싸늘, 野 반발, 청와대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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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인 발언 소동…美 싸늘, 野 반발, 청와대 진화
  • 김송현 기자
  • 승인 2017.06.18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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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전략자산 전개, 한미 군사훈련 축소”…한미간 민감한 문제 언급

 

문재인 대통령의 이달말 방미를 앞두고 벌써부터 시끄럽다. 국회의 청문회 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은 상태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임명한 것도 그렇고,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의 발언도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문정인 특보는 16일 워싱턴을 방문해서 많은 말을 쏟아냈다. 외교관은 말을 잘해야 한다. 그는 문 대통령의 방미에 앞서 워싱턴의 미국 정치지도자들에게 한국 정부의 입장을 전하기 위해 미국을 방문했다.

문 특보의 발언 가운데 가장 예민한 문제는 “북한이 핵·미사일 활동을 중단하면 미국의 한반도 전략자산과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축소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두 내용 모두가 한미간에 협상을 통해 해결해야 할 문제인데, 그는 한국 특파원 간담회나 세미나와 같은 곳에서 발언한 것이다. 물론 사견임을 전제로 했다. 하지만 대통령 특보라는 분이 언론인들, 미국 오피니언 리더들 앞에서 한 말을 누가 사견으로 받아들이겠는가.

 

미국 국무부가 조용하게 한마디 했다. 싸늘한 분위기다.

앨리시아 에드워즈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대변인은 17일 미국의소리 방송(VOA)에 "우리는 이런 시각이 문 특보의 개인적 견해로 한국 정부의 공식적인 정책을 반영한 게 아닐 수 있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말은 문 특보의 발언이 한국정부의 공식적인 입장인지를 밝히라는 얘기다.

이에 청와대가 급히 진화에 나섰다.

문정인 교수의 발언은 학자적 견해라는 것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청와대 핵심관계자들은 18일 기자들을 만나 문정인 특별보좌관이 특보라는 지위는 있지만, 개인 자격의 방문이라고 분명히 했다. "청와대의 공식입장이 아니다"라면서 문 특보의 발언을 급하게 자른 것이다.

이 관계자는 "문 특보가 개인 학자적 견해라는 것을 전제로 이야기를 하셨다"며 "문 특보가 워낙 다양한 말씀을 많이 하시는 분이신데 조율이 된 것 아니다"라고 했다.

 

야당도 반발했다.

바른정당 소속의 김영우 국방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문재인 정부는 한·미 동맹에 금이 갈 만한 외교적 입장을 시리즈로 쏟아내고 있다"며 "문 특보는 북한 김정은의 안보특보 역할을 하려고 작정을 한 듯하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자유한국당 김명연 수석대변인은 서면 논평을 통해 문 특보의 발언에 대해 “한미 동맹과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발언"이라면서 "자칫 북핵 위협 앞에서 대한민국을 무장해제 하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한미 정상회담을 10여 일 앞두고 한미동맹 약화를 부추기는 발언을 한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며 "문재인 정부가 인사참사도 모자라 외교참사를 초래하려는 것인지 심히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국민의당 이용호 정책위의장은 문 특보의 발언에 대해 "미국은 (북한 억류로 혼수상태에 빠진) 오토 웜비어로 분노하는데, 유화 제스처로 엇박자를 보였다"고 비판했다.

 

문정인 특보의 발언은 학자로서 개인적인 견해라고 하지만, 국가 안보를 둘러싸고 큰 논란을 일으킬 소지가 있다. 북한은 늘상 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와 한미 연합훈련의 중단을 요구해왔고, 한국과 미국은 동맹의 기본정신에 입각해 미국 무기의 배치와 훈련을 해왔다.

이를 한국정부가 일방적으로 중단할 경우 군사 전력의 공백을 초래하는 큰 문제도 발생하거니와 한미 동맹에 균열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내부적으로 국내의 이념분쟁을 극대화할 가능성도 있다.

설사 협상의 카드로 쓸수 있다고는 하지만, 북한이 핵 포기든, 동결이든 어떠한 대응을 하기도 전에 카드를 꺼내 흔드는 것은 협상 전략의 부재요, 상대방에 이로움만 줄수 있는 발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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