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유업 홍 전 회장, '헐값 매각' 논란에 변심한 듯…낙농가·대리점만 피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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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유업 홍 전 회장, '헐값 매각' 논란에 변심한 듯…낙농가·대리점만 피눈물
  • 김리현 기자
  • 승인 2021.09.01 16: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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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유업, 주식매매계약 해제 통보…홍원식 “부도덕한 사모펀드”
한앤코 “계약 여전히 유효하다…무리한 사항을 선결조건으로 내세워”
‘매각가’ 두고 입장 차 커…일각에서는 ‘헐값 매각’ 이야기 나오기도

서울중앙지법, 홍 회장 측 주식 처분금지 가처분 신청 인용
남양유업 재매각 ‘난항’이지만 소송 시 한앤코도 부담 커질 듯

충청 지역 낙농가 및 대리점만 피눈물…소비자는 “불매 제일 쉬워”
2분기 영업 손실 212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2억 원 늘어나
홍원식 전 남양유업 회장.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리현 기자] 남양유업 매각 작업이 일단 파국을 맞았다. 매도인 홍원식 전 남양유업 회장과 매수인 한앤컴퍼니(한앤코·사모펀드(PEF) 운영사) 입장이 판이하게 갈리고 있다. 홍 전 회장은 한앤컴퍼니에 대해 주식매매계약 해제를 통보했다고 밝혔으나, 한앤코는 "계약은 현재도 유효하다"며 강경대응 방침을 분명히 했다. 

결국 계약 건을 사이에 둔 양사의 갈등이 소송으로까지 번질 가능성이 커지면서 사이에 낀 낙농가들과 남양유업 대리점만 피눈물을 흘리게 됐다. 온라인상에는 커뮤니티와 기사 댓글을 중심으로 벌써부터 “양아치 기업을 다시 이용할 일은 없을 듯”, “처음부터 팔 생각도 없었다”는 식의 비판이 줄을 잇고 있다. 

홍원식 전 회장vs한앤코…‘매각가’ 두고 입장 차 커

1일 오전 홍원식 전 회장은 입장문을 내고 한앤코와의 주식매매계약 해제를 통보했다고 밝혔다. 이유는 ▲사전 합의된 사항에 대한 입장 번복 ▲비밀유지의무 위반 ▲불평등한 계약 ▲남양유업 주인 행세 및 부당한 경영 간섭 주장 등이다.

홍 전 회장은 “매수자 측(한앤코)은 계약 체결 후 태도를 바꿔 ‘사전 합의 사항’에 대한 이행을 거부했다”며 “매도인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 등을 통해 기본적인 신뢰 관계마저 무너뜨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매매계약 체결 이후 일각에서 나오는 이야기와 달리 계약 당시 합의되지 않았던 그 어떠한 추가 요구도 하지 않았고, 매수자 측과 계약 체결 이전부터 쌍방 합의가 되었던 사항에 한해서만 이행을 요청했다고 주장했다. 

홍 전 회장은 “매수자인 한앤컴퍼니가 자신들에게 유리한 계약 이행만을 강행하기 위해 비밀유지의무 사항들도 위배했다”며 “아직 계약이 유효함에도 비밀유지의무를 위배하고 여러 차례 계약이나 협상의 내용을 언론에 알렸다”고 말했다. 

또한 “(한앤코가) 거래종결 이전부터 인사 개입 등 남양유업의 주인 행세를 하며 부당하게 경영에 간섭했다”고 주장했다.

이를 두고 홍 전 회장과 두 아들의 회사 내 거취 문제가 갈등의 한 요인이 됐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매각 발표를 전후한 인사내용을 보면 애초부터 매각할 의지가 없었던 게 아니냐는 의심마저 제기되고 있다.

지난 4월 회삿돈 유용 의혹으로 물러났던 홍 전 회장의 장남 홍진석 상무는 매각 발표 하루 전인 5월26일 전략기획 담당 상무로 복직했다. 차남 홍범석 외식사업본부장도 같은 날 미등기 임원(상무보)으로 승진했다.

홍 전 회장의 계약 해제통보에 한앤코는 즉시 반박문을 내고 “계약은 현재도 유효하다”고 밝혔다. 경영권 주식 매매계약의 해제 여부는 중대한 사안으로서, ‘8월31일이 도과해 해제됐다’는 홍 회장의 발표는 사실이 아니고 법적으로도 전혀 타당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이어 “당사(한앤코)가 말을 쉽게 바꿔서 부도덕하므로 임직원·주주·대리점·낙농주·소비자를 위해서 남양유업을 못 팔겠다고 하지만, 과연 누가 말을 바꿔왔는지, 지금까지 그 모든 분들의 한결 같은 목소리가 무엇이었는지 숙고해 보시기 바란다”고 입장을 분명히 했다. 

남양유업 매각 일지

한앤코는 지난 달 30일에도 입장문을 통해 “매도인 측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다 '무리한 사항'들을 선결 조건으로 내세워 협상을 제안해왔다”고 말하며 홍 전 회장을 비판한 바 있다. 당시에는 주식매매계약이 유효하기 때문에 비밀유지의무 규정에 따라 남양유업 측이 어떤 ‘무리한 사항’을 요구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1일 한앤코는 입장문을 발표하면서 “홍 회장 측이 가격 재협상을 요구하는 등 무리한 부탁을 해왔다”며 “당사가 수용하기 곤란한 사항들을 ‘부탁’이라며 제안했고 이후 선결조건으로 내세우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결국 무리한 사항 중 하나는 매각가 인상이었던 셈이다. 

남양유업은 지난 4월 불가리스 사태 이후 5월4일 눈물의 대국민 사과와 함께 회장직 사퇴를 발표했다. 그 후 5월27일 홍 전 회장 측은 한앤코와 홍 전 회장과 그 일가 보유 지분 53.08%를 넘기기로 한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하지만 ‘남양유업을 헐값에 넘겼다’는 이야기가 나오자 결국 홍 전 회장이 변심한 것으로 보인다. 거래 가격 3107억 원은 남양유업이 보유한 건물 등 유형자산의 순장부가액(3693억 원)에도 미치지 못할 뿐더러, 지분 매각 계약 발표 후 주당 36만 원선이었던 남양유업 주가가 폭등해 70만 원대를 넘어서자 홍 전 회장의 계약 파기에 큰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한앤코는 30일 입장문에서 “당사자 간 수차례 가격협상을 거쳐 본사 건물과 공장 등 영업용 부동산 및 현금가치를 반영한 매도인 측의 최종 인상안을 당사가 수용해 3107억 원의 인수가격(100% 지분 기준 약 5904억 원 시가대비 87% 프리미엄)에 주식매매계약을 5월 27일 체결했다”고 밝히며 ‘헐값 매각 논란’에 선을 그었다.

남양유업, 재매각 ‘난항’…소송시 한앤코도 부담

남양유업의 사상 초유 M&A ‘노쇼(예약 불이행)’와 일방적 계약 파기 사태에 금융투자업계는 물론이고 유통업계에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앤코는 해당 사태를 방치할 경우, 앞으로 M&A 시장에서 생길지도 나쁜 풍조를 막기 위해서라도 남양유업 인수를 마무리 짓겠다는 입장이다.

홍 전 회장은 약속했던 재매각 자체가 백지화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매도인은 본 건 계약에 대한 해제 통보를 계약 상대방 측에 전달하였으며, 해당 분쟁이 종결되는 즉시 남양유업 재매각을 진행할 것”이라며 제3의 인수자를 찾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어려워질 전망이다. 한앤코가 홍 회장을 상대로 제기한 전자등록주식처분금지 가처분 신청이 법원서 인용됐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홍 전 회장과 부인 이운경 고문이 보유한 남양유업 주식에 대해 처분을 금지하는 가처분 결정을 내렸다. 

결국 남양유업 오너 일가 지분 53.08%가 묶이게 되면서 또 다른 원매자를 찾기 어렵게 됐다. 현재 홍 전 회장은 LKB앤파트너스를 변호인으로 선임한 상태다. 지난 7월30일 열려야 할 주주총회를 돌연 연기한 후 한 달도 안 돼 변호인을 선임한 것으로, 홍 전 회장의 매각가 인상에 대한 의지가 확고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양 측의 소송은 장기전으로 치닫을 모양이다. 법원에서도 주식 처분금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한 만큼 소송전에서는 한앤코 측이 유리한 위치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법원도 남양유업의 단순 변심으로 계약 해제를 요구하는 상황임을 인정한 것 아니겠냐는 시각이다.

하지만 남양유업과의 거래 외에도 많은 거래를 반복하는 사모펀드 입장에서는 소송에 오랜 시간을 허비할수록 비용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또 ‘딜을 마무리 짓지 못했다’는 평판 훼손 등 이미지 실추도 한앤코에겐 부담이다.

1일 남양유업의 주식매매계약 해제 소식 기사에 네티즌들이 분노섞인 댓글을 달았다. 사진=기사 캡처

애꿎은 낙농가·대리점만 피해 커져

회사 매각으로 경영 정상화를 기대했던 낙농가 및 남양유업 대리점은 긴장하고 있다. 그간 충청지역 낙농가와 대리점들은 8년 전 본사의 대리점 갑질 사태부터 외손녀 황하나 마약 투약 논란, 중소기업의 특허권 표절 의혹, 사내 성차별 논란, 홍보대행사를 동원한 경쟁업체 비방 등으로 사회적 파문이 커질 때마다 덩달아 홍역을 치르곤 했다.

남양유업 노조는 “회사를 위기에 빠트리고 대책도 마련하지 않으며 책임을 지지 않는 오너의 무책임한 행동으로 남양유업 구성원 전체가 위기”라며 “주총을 돌연 연기하는 모습을 본 국민들은 ‘남양이 남양했다’, ‘남양스럽다’는 신조어까지 만들며 조롱 섞인 반응을 보였다”고 토로했다.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노조 측의 강경한 입장에도 불구하고 해당 사태는 쉽게 해결되지 않을 전망이다. 소비자들의 남양 불매운동이 재점화 될 가능성도 높아졌다. 일부에서는 홍 전 회장이 애초에 매각에 대한 생각이 있었는지 근본적인 의문도 제기됐다. 

회사 매각 의지가 확고했다면 매수인과 합의도 없이 임시 주총을 연기한 것도 모자라 소송 전문 변호인을 선임했겠느냐는 것이다. 게다가 사퇴를 약속한 후 홍 전 회장 뿐 아니라 두 아들, 부인 등 오너 일가 모두가 업무에 복귀하거나 승진한 상황만 보더라도 경영권을 놓지 못하는 모습이다. 

한 네티즌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주가가 올랐다고 맘이 변했는지는 모르겠지만 회사 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 본사 앞에서 시위하는 노조 측이나 남양유업에 원유를 납품하는 낙농가들, 대리점주들은 다 어떻게 할 거냐”며 “남양 불매가 제일 쉬울 지경”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한편 회사 경영 상황은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올 2분기 남양유업은 연결기준 영업손실 212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2분기 영업손실 120억 원 대비 92억 원 늘어난 규모다. 매출액은 같은 기간 1.9% 감소한 2396억 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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