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루·샤 잡아라”…백화점, 콧대 높은 ‘명품’ 포기 못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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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루·샤 잡아라”…백화점, 콧대 높은 ‘명품’ 포기 못하는 이유
  • 김리현 기자
  • 승인 2021.08.17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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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신세계·현대百, ‘명품’ 덕에 2Q 실적 개선
명품, 입점수수료율·마진율 낮아 수익성 낮은 편
백화점 고급 이미지에 제격…집객 효과도 뛰어나
‘에루샤’ 비롯한 신 명품 브랜드 유치에 사활
국내 주요 백화점들의 2분기 성적이 예상을 뛰어넘는 호실적을 기록한 가운데, 명품 매출 성장이 실적을 견인했다. 사진은 롯데백화점 본점 앞에서 샤넬 매장을 찾은 고객들이 줄을 서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리현 기자] 국내 주요 백화점들의 2분기 성적이 예상을 뛰어넘는 호실적을 기록했다. 코로나19 사태 속 보복소비 심리에 따른 명품 매출 성장 때문이다.

이에 백화점들은 신규 명품을 비롯해 '에루샤'로 불리는 3대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 루이비통, 샤넬을 유치시키기 위해  자진해서 계약 조건을 명품 업체들이 유리하게끔 하는 등 입점을 적극 어필 중이다.

1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 신세계, 현대백화점의 2분기 실적은 일제히 신장했다. 먼저 롯데백화점의 2분기 영업이익은 620억 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40.9% 증가했으며, 매출 역시 721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2% 증가했다. 롯데마트, 롯데슈퍼, 롯데온 등 롯데쇼핑의 대부분 계열사가 적자였지만 백화점은 예외였다.

신세계백화점과 현대백화점 역시 영업이익과 매출액이 동반 성장했다. 신세계백화점은 2분기 영업이익이 67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0.3% 증가했고, 매출액은 4969억 원으로 15% 신장했다. 코로나 이전인 2019년 비교해도 매출은 11.0% 신장하고, 영업이익은 56.5% 늘어났다. 현대백화점도 2분기 영업이익과 매출액이 653억 원, 5438억 원을 기록해 각각 148.9%, 28.1% 증가했다. 

국내 주요 백화점 모두가 실적 호조를 보인 것은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에 해외여행길이 막히자 일제히 명품 구매에 눈을 돌리는 등 보복소비 영향이 컸기 때문이다. 특히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을 비롯해 본점, 센텀시티점, 대구점 총 4곳에 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 브랜드 모두를 갖추고 있는 신세계는 2분기 명품 장르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55.4% 늘어났다. 

‘에루샤’를 다 갖추고 있는 백화점은 국내에 총 7곳이 있다. 그중 신세계백화점이 4곳을 차지하고 있어 명품 라인업 경쟁에서 월등히 앞서고 있는 상황이다. 이외 3대 명품 브랜드를 갖춘 곳은 롯데백화점 잠실점,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 갤러리아 압구정점이다. 당초 에루샤를 다 확보하고 있었던 현대백화점 대구점이 지난해 11월 에르메스에 이어 지난달 샤넬 매장까지 신세계 대구점에 빼앗긴 점은 뼈아픈 대목이다.

실제로 콧대 높은 명품 업체들은 지역 내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갖추고 있거나 매출이 더 좋은 백화점, 입점 시 계약 조건을 유리하게 해주는 백화점을 입맛대로 골라 해당 백화점과 계약한다. 백화점들은 명품 브랜드를 유치하기 위해 입점 판매수수료율을 낮추고 목 좋은 매장 위치와 넓은 공간을 제공하는 등 치열한 물밑 경쟁을 펼친다. 

한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과거 현대백화점 대구점이 오픈하자 그 전에 롯데백화점 대구점에 있던 샤넬이 결국 롯데백화점에서 철수하기도 했다”며 “백화점 입장에서는 명품 브랜드 유무에 따라 백화점 이미지가 달라지기 때문에 명품숍 유치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명품 부문은 마진율이 낮지만 명품을 구매하려고 온 소비자들이 백화점 내 다른 영역에서도 지갑을 열기 때문에 추가 소비가 이뤄진다”며 “명품을 통한 집객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라도 명품 유치는 굉장히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오는 20일 개점 예정인 롯데백화점 동탄점. 사진제공=롯데쇼핑

오는 20일 공식 오픈 예정인 롯데백화점 동탄점은 ‘에·루·샤’는 없지만 젊은 층의 수요가 높은 신규 명품들을 대거 입점 시켰다. 특히 ‘1층은 화장품 매장’이라는 백화점의 오래된 공식을 깨고, 해외 패션 브랜드들로 가득 채웠다. 

1층 면적의 약 70%가량을 차지하는 공간에는 ‘생로랑’, ‘발렌시아가’, ‘골든구스’부터 ‘몽클레어’, ‘발렌티노’, ‘토즈’, ‘돌체앤가바나’, ‘막스마라’, ‘알렉산더 맥퀸’, ‘로에베’ 등이 들어선다. 또 젊은 세대들에게 인기 있는 일본의 ‘꼼데가르송 컬렉션’ 매장도 입점한다.

신세계백화점 역시 오는 27일 대전에 ‘대전신세계 아트 앤 사이언스’ 점포를 선보인다. 에루샤는 아직 들어서지 않지만 구찌, 보테가베네타, 발렌시아가, 발렌티노, 셀린느 등 명품 브랜드와 함께 럭셔리 남성 전문관을 국내 최초로 오픈한다. 명품 주 고객으로 떠오르고 있는 젊은 남성층을 사로잡기 위해 구찌, 톰포드, 발렌시아가, 보테가베네타, 돌체앤가바나 브랜드의 맨즈 라인을 확보했다. 

또한 신(新) 명품이라 불리는 메종 마르지엘라, 르메르, 아크네, 아미(AMI), 메종키츠네, 마르니, 에르노도 대전 지역 단독 매장으로 구성해 차별화를 뒀다. 해당 브랜드들은 MZ세대(밀레니얼세대와 Z세대의 합성어, 1981~2000년대생)에게 특히 인기를 얻으며 매출 고공행진 중이다. 

백화점업계 관계자는 “에루샤 같은 경우 백화점 개첨 초기부터 입점하는 경우가 거의 없고, 향후 백화점의 실적과 운영 현황 등에 따라 계약을 맺는 식이다”며 “특히 고가의 명품 브랜드들은 이미지를 위해 매장 1~2곳만 운영하기 때문에 지역 백화점들의 물밑경쟁이 더욱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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