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빈후드는 밈 주식일까, 숨은 보석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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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빈후드는 밈 주식일까, 숨은 보석일까
  • 김지은 기자
  • 승인 2021.08.05 16: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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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상장한 로빈후드...4일 장중 한 때 80% 이상 폭등
밈 주식 거래장에서 밈 주식으로 변모
캐시우드의 대거 매입은 장기적으로 긍정적
로빈후드의 주가가 급등하면서 '밈 주식'이 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사진은 로빈후드 창업자 블라드 테네브(좌)와 바이주 바트(우). 사진=연합뉴스
로빈후드의 주가가 급등하면서 '밈 주식'이 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사진은 로빈후드 창업자 블라드 테네브(좌)와 바이주 바트(우).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온라인 주식거래 플랫폼 로빈후드의 주가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지난밤 뉴욕증시에서는 장중 한 때 80% 이상 폭등하며 수차례 거래가 중지되기도 했다. 종가 기준으로는 상승폭이 다소 줄었지만, 여전히 50%대 급등한 채 거래를 마쳤다. 

한 때 게임스톱 및 AMC엔터테인먼트 등 이른바 '밈 주식'의 거래 중심지였던 로빈후드가 입이 벌어질만한 폭등세를 연출하면서 이제는 새로운 밈 주식으로 탄생한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다만 '돈 나무 언니'라는 애칭을 얻으며 국내에서도 유명한 캐시 우드가 이끄는 아크인베스트 펀드가 로빈후드를 대거 사들였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이 회사의 장기적인 전망이 밝다는 기대감도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밈 주식'이 돼버린 로빈후드...한 때 80% 폭등

로빈후드의 첫 성적표는 실망스러웠다. 지난달 29일 공모가 희망범위의 최하단인 38달러로 거래를 시작한 로빈후드는 거래 첫날 8% 이상 하락하며 부진한 성적표를 안겼다. 

반전은 이번주부터 시작됐다. 지난주 30달러대이던 주가는 이날 장중 84.12달러까지 치솟았으며, 종가 기준으로 70.39달러를 기록했다. 상장 후 불과 5거래일만이다.

시가총액은 589억달러에 달하며, 이는 자동차 제조업체 포드나, 식료품 대기업 크래프트 하인즈 등을 넘어서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다우존스마켓데이터 자료를 인용해 미국 주식시장에서 두번째로 활발한 거래가 이뤄진 주식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토록 변동성이 높은 모습을 보이자 일각에서는 로빈후드가 '밈 주식'이 됐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밈'이란 '모방'이라는 뜻으로, 온라인 상에서 유행어 등을 모방해 새로운 영상을 만드는 것을 말한다. '밈 주식'이라고 하면 온라인 상에서 너도 나도 달려들어 투자에 나서는 주식을 말한다. 

올해 연초 게임스톱과 AMC엔터 등 '밈 주식'은 로빈후드를 무대로 삼아 극심한 변동성을 보여줬고, 이에 로빈후드가 이들 주식의거래를 제한하면서 미 정치권에서도 논란이 된 바 있다. 

밈 주식의 거래 장(場)이었던 로빈후드가 이제는 이들 밈 주식과 유사한 폭등세를 기록하면서 로빈후드마저도 밈 주식이 됐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올해 초 많은 개인 투자자들이 밈 주식에 올라타기 위해 이용했던 로빈후드가 이제는 밈 주식의 특징을 고스란히 갖게 됐다"고 평가했다. 

밈 주식이 됐다는 평가까지 나올 정도로 폭등할 수 있었던 데에는 캐시우드 아크 인베스트 최고경영자(CEO)의 힘이 컸다.

이날 CNBC는 캐시우드가 아크 핀테크 이노베이션 상장지수펀드(ETF)를 통해 로빈후드 주식을 8만9622주(420만달러) 사들였다"며 "지난주부터 로빈후드 주식을 315만주 가량 취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캐시우드는 월가에서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인물 중 하나로 국내에서도 유명하다. 캐시우드의 아크이노베이션ETF는 파괴적인 혁신 기업에 투자하는데, 지난해 테슬라와 스퀘어, 로쿠 등에 투자하면서 무려 150%에 달하는 수익률을 기록한 바 있다. 이에 캐시우드를 추종하는 투자자들도 상당하다. 

월가의 유명인사인 캐시우드가 로빈후드를 대거 매입하면서 이를 추종하는 세력이 확산된 것이 로빈후드의 주가를 끌어올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브레이크아웃포인트의 설립자인 이반 코소비치는 "(미 대형 커뮤니티인) 레딧의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 캐시우드에 대한 상당한 지지가 있다"며 "로빈후드는 초반에는 실망스러운 기업공개(IPO)였지만, 캐시우드가 나서자 많은 개인 투자자들이 그를 따르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즉 캐시우드의 등장이 개인 투자자들의 FOMO(fear of missing out, 좋은 기회를 놓칠까 두려워하는 것) 심리를 자극했고, 이로 인해 로빈후드에 대한 개인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대거 유입되면서 모멘텀이 살아났다는 설명이다. 

"밈 주식 결론은 이미 본 적 있어" 전문가들 '경계'

그러나 로빈후드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만 있는 것은 아니다. 로빈후드가 밈 주식의 특성을 갖고 있다면, 앞서 게임스톱이나 AMC엔터 등과 마찬가지로 폭등 이후에는 폭락이 불가피함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게임스톱의 경우 연초 한 때 483달러까지 치솟았으나,  지난 4일 종가 기준 146달러로 3분의 1토막이 난 상태다. AMC엔터테인먼트는 지난 6월초에는 70달러를 넘어서기도 했지만 4일 종가 기준 29달러를 기록중이다. 

오안다의 수석 시장 분석가인 에드워드 모야는 "우리는 이전에도 이 영화를 본 적이 있다"며 "로빈후드 투자자들은 수익률에 기뻐하겠지만, 이러한 열기는 오래 지속되지 않을 것이고, 많은 투자자들에게 좋은 결과를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로빈후드의 옵션 거래에서도 이같은 우려는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WSJ에 따르면, 이날 로빈후드의 주가 급등은 옵션 거래 급증과 맞물렸는데, 이날 가장 인기가 있었던 옵션은 로빈후드의 주가 상승에 베팅하는 콜옵션이었다. 그런데 전체적으로 보면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풋옵션이 콜옵션에 비해 더 많았던 것.

특히 로빈후드 주가가 20달러, 30달러까지 떨어진다는 것에 베팅하는 옵션도 상당한 인기를 끌었다는 것이 WSJ의 설명이다. 

이는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로빈후드의 주가가 상승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과, 20달러 혹은 30달러대로 폭락한다는 전망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음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펀더멘털 측면에서도 꾸준한 상승세를 유지하기란 쉽지 않다는 전망도 나온다. 로빈후드의 수익은 거래량에 의존하고 있는데, 코로나19 시대 거래량이 기록적인 수준으로 늘어나면서 로빈후드도 성장할 수 있었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완화되고, 주식시장이 다소 침체될 경우에는 로빈후드의 수익도 눈에 띄게 줄어들 수 있다. 

워싱턴 조지타운 대학교의 리나 애그가왈 교수는 "로빈후드의 전체 사업모델은 규제 강화에 의해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며 "투자자들은 '나만 의심하고 있는 것이 아님'을 느끼고 있고, 시장 전체가 회사 미래에 대한 의구심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개인 투자자의 높은 비중이 문제라는 지적도 내놓고 있다. 포브스에 따르면 이날 거래량의 81%가 개인 투자자들에 의해 이뤄졌다. 

존 해거티 애틀랜틱 애널리스트는 "이 정도 규모의 주식이 이렇게 빨리 움직이는 것은 정상이 아니다"면서 "이같은 변동성은 기관 투자자들의 참여를 꺼리게 만들 수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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