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톺아보기] '이통3사-CJ ENM', 콘텐츠 가격 논쟁…OTT가 변수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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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톺아보기] '이통3사-CJ ENM', 콘텐츠 가격 논쟁…OTT가 변수될까  
  • 정세진 기자
  • 승인 2021.05.23 10: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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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제작사 vs IPTV 사업자간 콘텐츠 가격 협상
그간 '선공급 후협상'..."CP가 협상력 갖기 어려워"
OTT 등장으로 콘텐츠 수요 늘면서 협상력에 변화
향후 콘텐츠 제작 생태계에 영향 줄 수 있어
CJ ENM이 제작한 오리지널콘텐츠들. 사진=CJ ENM
연일 터지는 정치·사회 뉴스에 빠져 정작 세상의 변화를 주도하는 IT트렌드를 놓치기 일쑤죠. IT기술, 인포테인먼트 소식입니다. 흐름을 놓쳤다간 금방 시대에 뒤처지게 됩니다. 오피니언뉴스는 매주 주요 IT, 과학기술, 게임 소식들을 모아 소개합니다. 먼 미래가 아닌 가까운 미래에 영향을 줄 IT뉴스를 주로 다루려합니다. [편집자 주]

[오피니언뉴스=정세진 기자] 지난주 CJ ENM과 KT·SK브로드밴드·LG유플러스 등 인터넷TV(IPTV) 3사간 콘텐츠 공급 가격을 놓고 논쟁이 벌어졌습니다. 

콘텐츠도 상품이다 보니 파는 쪽에선 너무 ‘싸다’는 입장이고, 사는 쪽은 비싸다고 맞섭니다. 어느 거래나 있는 가격 흥정이지만, 업계에서는 이번 논쟁에 온라인동영상스트리밍서비스(OTT)의 성장에 따른 콘텐츠 시장 구도 변화가 영향을 줬다고 보고 있습니다. 

CJ 그룹은 지난 10년 이상 '리스크'를 감수하며 국내 영화와 콘텐츠에 제작에 꾸준히 투자를 했습니다. 업계에서는 이미경 부회장 등이 경영진이 적자를 감내하면서도 미래를 위해 양질의 콘텐츠 제작능력을 축적했다고 평가합니다. 

지난해 기생충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관왕을 받는데도 CJ그룹 역할이 적지 않았습니다. 봉 감독은 2009년작 '마더'부터 2013년 '설국열차'와 기생충까지 CJ와 인연이 깊습니다. 4000만달러(약 448억원)에 달하는 설국열차 제작비는 해외 투자자 유치 없이 CJ가 전액을 부담하기도 했습니다.  

CJ ENM이 제작해 전세계적인 인기를 끈 기생충과 사랑의불시착 포스터. 사진= CJ ENM 

콘텐츠 제작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에는 인식이 많이 바뀌었지만 10년전까지만 해도 CJ를 제외하곤 대기업이 문화 산업에 투자하긴 어려웠다”며 “대기업일수록 돈 한푼을 써도 왜 써야하는지 철저하게 분석해 가능성을 따지는데 문화산업은 그렇게 계산할 수가 없다”고 말합니다.  

최근에는 분위기가 바뀌었습니다. 올해 한국 콘텐츠에 5억 달러(약 5500억원)을 투자한다는 넷플릭스에 맞서 SKT가 운영하는 웨이브는 2025년까지 1조원을, KT는 향후 3년간 4000억원을 투자한다고 밝혔습니다.  

상황이 이렇게 바뀌자 콘텐츠 시장의 수요자와 공급자 사이의 협상력에도 변화가 생기면서 이번 갈등이 발생했다는 겁니다. 

그간 각종 영화와 드라마 등을 만든 콘텐츠제공업체(CP)는 케이블이나 IPTV 등 유료방송사업자(SO)와 방송채널사업자(PP)에게 연초에 콘텐츠를 먼저 공급한 후 가격 협상은 연말에 했습니다. 

극장 개봉 이후에는 마땅히 콘텐츠를 공급할 플랫폼이 없다보니 협상력에서 국내 케이블 TV와 IPTV가 우위에 설 수밖에 없었습니다. 선호 콘텐츠, 콘텐츠에 따른 시청률, 소비자 시청 패턴 등 관련 정보에 있어서도 SO나 PP는 CP보다 우위에 있습니다. CJ ENM 같은 대기업 CP까지도 그간 ‘콘텐츠의 제값을 받지 못했다’고 말하는 배경입니다. 

그런데 이제 콘텐츠를 공급할 플랫폼이 케이블 TV와 IPTV외에도 더 생겼습니다. 바로 OTT입니다. 특히 ‘K콘텐츠’에 대한 전세계적 인기에 힘입어 이제 CJ ENM처럼 경쟁력 있는 콘텐츠 제공업체의 협상력이 올라간 겁니다. 수준 높은 K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CP는 적은데,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어났습니다. 

KT·SK브로드밴드·LG유플러스 등 국내 IPTV 3사는 "대형 콘텐츠 사업자의 콘텐츠 공급가 25% 이상 인상 요구는 비상식적인 수준"이라는 입장입니다. 이통 3사가 직접 명시하진 않았지만 여기서 말하는 대형 콘텐츠 사업자는 CJ ENM입니다. 

이에 대해 CJ ENM 측은 "가격인상 요구가 과하다는 IPTV 3사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음악·영화·웹툰 등 다른 콘텐츠 플랫폼은 고객들이 낸 콘텐츠 이용료의 50~70%를 CP에게 배분하고 있다"고 반박했습니다.

이어 "IPTV 3사는 고객으로부터 받은 채널수신료 매출과 홈쇼핑 송출수수료 매출 중 불과 16.7%만을 CP에 지급하고 있다"며 "같은 논리라면 최근 5년간 홈쇼핑 채널에서 받는 송출수수료를 연평균 39.3%씩 올린 것은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냐"고 말합니다.

올해 디즈니플러스(+)를 시작으로 HBO 맥스 등 글로벌 OTT업체가 한국에 진출할 예정입니다. 국내 지상파의 영향력은 계속 줄고 있습니다. 이 상황에서 케이블 TV와 IPTV 시장을 장악한 이통3사와 CP가 콘텐츠 가격을 놓고 맞붙은 겁니다. 

사실상 국내 최대 미디어 기업인 CJ ENM과 통신3사의 결정은 향후 OTT 업계와 콘텐츠 제작 생태계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큽니다. K콘텐츠의 제작환경에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양측의 갈등이 어떻게 정리되느냐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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