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어린이 대통령 '로블록스', 美증시 화려한 데뷰...월가는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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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어린이 대통령 '로블록스', 美증시 화려한 데뷰...월가는 "글쎄"
  • 김지은 기자
  • 승인 2021.03.11 15: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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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직상장 첫날 50% 넘게 폭등...시총 450억달러
코로나19 대표 수혜주로 지난해 매출 등 크게 늘어
전문가 "코로나19 이후 성장여력 의문"
온라인 게임 플랫폼 로블록스가 뉴욕증시 상장 첫 날 50% 폭등하며 화려하게 데뷔했다. 사진=로블록스 홈페이지 캡쳐
온라인 게임 플랫폼 로블록스가 뉴욕증시 상장 첫 날 50% 폭등하며 화려하게 데뷔했다. 사진=로블록스 홈페이지 캡쳐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어린이들이 열광하는 게임업체 로블록스가 뉴욕 주식시장에서도 환호를 받았다.

상장 첫 날 뉴욕증시에서 무려 50% 넘게 폭등하며 증시에 성공적으로 데뷔한 로블록스에 대해 월가에서는 기대감을 표하면서도 과열 양상에 대한 우려를 동시에 내비치고 있다. 

환호 받은 로블록스, 어떤 회사길래 

10일(현지시간) 로블록스는 기준가 45달러 대비 54.44% 폭등한 69.50달러로 거래를 마감, 주식시장에서의 첫 무대를 화려하게 장식했다. 종가 기준 시가총액은 약 450억달러에 달했다. 

로블록스는 전세계 어린이들이 열광하는 무료 온라인 게임 플랫폼이다. 플레이어들은 로블록스 플랫폼 안에서 스스로 게임을 만들거나 다른 사람이 만든 게임에 참여할 수 있다.

로블록스 플랫폼 내에는 수천만개의 게임들이 존재하고 있다. 단순히 게임만 있는 것이 아니라 가상 테마파크를 만들어 방문하기도 하고, 콘서트에 참석하기도 하며 생일파티를 열기도 한다. 무엇이든 가능한 가상세계 놀이터인 셈이다. 

로블록스 내에서는 '로벅스'라는 가상화폐를 사용해 아이템이나 아바타를 위한 악세사리 등을 구매할 수 있다. 이것이 로블록스의 수익으로 연결된다. 

BBC에 따르면, 영국의 10세 어린이 2명 중 1명, 미국의 9~12세 어린이 4명 중 3명이 로블록스를 즐겨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암페어애널리시스의 수석 게임 분석가인 루이스 싱크하우스는 "로블록스는 단순히 게임을 즐기는 곳이 아니라 게임을 창조하기 위한 플랫폼"이라며 "이곳에서는 모험게임, 슈팅게임, 퍼즐게임 등 여러가지 중에서 어느 것을 할 지 고를 수 있고, 게임 뿐만이 아닌 다양한 놀이도 자유롭게 이어질 수 있어 아이들에게 인기있는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분석가들은 로블록스에 대해 '메타버스'의 선두주자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메타버스란 '초월'이라는 뜻의 '메타'와, 우주 혹은 세계를 뜻하는 '유니버스'의 합성어로, 가상세계를 뜻하는 미래 기술이다. 

로블록스의 최고 경영자(CEO)인 데이비드 바스주키는 "우리는 2021년에 사람들이 놀고 일하고 배우는 방식에서 변화를 볼 것"이라며 "이러한 변화 중 일부는 메타버스로의 이동일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사람들이 수백만개의 가상 세계 속에서 원활하게 소통을 하게 될 것이고, 이것은 전화나 인터넷만큼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BBC는 이를 전하며 "바스주키 CEO는 게임을 넘어서는 더 큰 야망이 있다"며 "로블록스가 게임 뿐만 아니라 일과 학습 등 가상세계인 메타버스의 중심이 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고 평가했다. 

코로나19 수혜주...2021 성장세 이어질까

로블록스는 코로나19 수혜주로도 꼽힌다.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해 아이들이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로블록스의 매출도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따르면, 로블록스의 지난 한 해 하루 평균 이용자 수는 전년대비 85% 급증한 3260만명으로 나타났다. 월 이용자수도 75% 늘었으며, 이들의 평균 게임 이용시간은 2배 이상 길어졌다. 지난해 매출 또한 총 9억2390만달러로 전년대비 82% 급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로블록스는 코로나19 기간 번창한 기업 중 하나"라며 "이제 회사는 코로나19 이후에도 자신들이 성장성을 유지할 수 있음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로블록스는 실적 신장세를 유지할 수 있다면서 자신감을 피력했다. 

바스주키 로블록스 CEO는 "지난해 만큼의 매출 증가는 어려울 것으로 보이지만, 코로나19가 끝난 이후에도 성장 여력은 남아있다"고 말했다.

지난해까지는 미국을 중심으로 큰 수익이 발생했지만, 최근 중국의 텐센트 홀딩스와 손을 잡고 중국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는 점에서 성장 여력이 있다는 것이다. 

그는 "중국에는 놀라운 게임 인재들이 모여있고, 중국에서 로블록스가 자리를 잡으면 전세계에서 점점 더 많은 개발자들이 자신의 창조물을 공유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회의적인 시각을 보내고 있다.

가장 큰 우려는 코로나19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고 있는 현 시점에서 지난해만큼의 성장성을 이어가기란 쉽지 않다는 것. 코로나19가 끝나면 게임을 대하는 사람들의 행태도 변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비디오 게임 산업을 연구하는 주스트 반 드루넨 뉴욕대 교수는 "현재 투자자들은 코로나19가 진정되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다"며 "로블록스를 플레이할 시간이 훨씬 줄어들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본 금융자문사인 아스트리스 어드바이저리의 데이비드 깁슨 최고투자책임자(CIO)는 "2020년 수익면에서 그들이 거둔 큰 실적의 대부분은 (코로나19가 심각했던) 미국에서였다"며 "그것이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일부 언론은 로블록스 주가가 지나치게 높다는 점도 지적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칼럼을 통해 "지난해 가을 로블록스가 상장을 신청했을 당시 목표액이 80억달러였는데, 몇 달만에 가치가 약 6배 상승한 것은 지나치게 광적이라고 볼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경쟁사인 액티비전 블리자드의 주가는 자유현금흐름의 33배 수준인데, 로블록스가 111배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는 점을 지적했다. 경쟁업체와 비교하더라도 주가가 지나치게 고평가됐다는 것이다. 

또한 로블록스의 매출 구조가 애플과 구글의 모바일 앱스토어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제기됐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해 로블록스 전체 매출의 35%는 애플 앱스토어에서, 19%는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발생했다"며 "만일 애플이나 구글이 로블록스와 관련된 정책을 변경한다면 매출에도 큰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로블록스의 경우 개별적으로 승인을 받지 않고 자신의 앱을 통해 다른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앞서 애플은 마이크로소프트(MS)와 페이스북에 대해서는 '애플의 앱스토어에 개임 앱이 전시되고 서비스가 제공되기 위해서는 개발자가 개별적으로 애플에 가이드라인 심사를 요청해야 한다'며 이들 게임 어플을 앱스토어에 올리는 것을 거부한 바 있다.

애플이나 구글이 로블록스에 대해서도 정책을 변경한다면 매출에 상당한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지적했다. 

이 언론은 "로블럭스에 대한 최상의 시나리오가 이미 주가에 반영됐을 수 있다"며 "로블록스의 데뷔 무대는 놀라웠지만 큰 단점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당초 로블록스는 지난해 12월 전통적인 기업공개(IPO) 방식을 통해 상장할 예정이었으나 직상장(Directing Listing)으로 방향을 바꿨다.

일반적으로 상장을 할 때에는 새로운 주식을 발행해 시장에 내다 팔아 자금을 조달하지만, 직상장은 기존의 주주들이 보유하고 있던 주식만을 증권거래소에서 공식적으로 판매한다.

새로운 투자자금을 모으는 대신 그동안 발행했던 주식을 증권시장에서 공식적으로 거래를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앞서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인 스포티파이와, 슬랙 테크놀로지, 팔란티어 테크놀로지 등 일부 기업들이 직상장을 선택한 바 있다. 

바스주키 로블록스 CEO는 "비전통적인 방식을 택한 것에 대해 후회하지 않는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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