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민-요기요 독점" 공정위 결론 낼까...코로나에 독점기준도 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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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민-요기요 독점" 공정위 결론 낼까...코로나에 독점기준도 흔들
  • 권상희 기자
  • 승인 2020.12.23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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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오전 10시부터 세종시에서 공정위 전원회의 
공정위 "배달의민족 인수하려면 요기요 팔아라" 조건 제시
스타트업 업계 반발… "글로벌 디지털 경제 특성 고려 안했다"
배달 앱 요기요와 배달통을 운영하고 있는 딜리버리히어로(DH)의 배달의민족(우아한형제들) 합병심사 결과가 23일 최종적으로 나온다.

[오피니언뉴스=권상희 기자] 배달 앱 요기요와 배달통을 운영하고 있는 딜리버리히어로(DH)의 '배달의민족(우아한형제들)' 합병심사 결과가 23일 최종 정리될 예정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날 오전 10시 세종시에서 전원회의를 열고 양사간 기업결합과 관련된 최종 심의를 진행했다. 회의에는 공정위 기업결합과 관계자와 딜리버리히어로 법무팀 등이 참석했다.

앞서 딜리버리히어로는 지난해 말 우아한형제들의 가치를 40억달러(약 4조7500억원)로 평가하고, 국내외 투자자 지분 87%를 인수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또 양사는 50대50 지분으로 싱가포르에 합작회사인 '우아DH아시아'를 설립하기로 했다. 

이처럼 아시아 11개국 배달 시장에 진출하려던 양사의 계획은 공정위의 반대로 물거품이 됐다. 공정위는 지난달 딜리버리히어로에 배민 인수합병 승인을 위해서는 '요기요'를 매각해야 한다는 조건을 제시했다. 사실상의 불허에 가까운 셈이다. 

공정위가 이러한 판단을 내린 것은 국내 배달 앱 1위와 2위 사업자인 배민과 요기요가 결합할 경우 시장 점유율 90% 이상에 달하는 독점적 사업자가 탄생할 것을 우려해서다. 이에 따라서 배달수수료 등 가격인상 압력이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딜리버리히어로는 당혹스러운 입장이다. 요기요를 매각할 경우 당초 계획했던 아시아 시장 진출이나 향후 사업에 차질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배민 인수를 없었던 일로 하기도 곤란한 노릇이다. 업계 관계자는 "합병 당사자인 딜리버리히어로가 최근 한달동안 공정위 위원들을 얼마나 잘 설득했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당초 9일로 예정됐던 전체회의가 23일로 미뤄진 것을 고려하면 공정위 또한 장고를 두고 있다는 얘기도 나왔다.  후발주자의 한 업체 관계자는 "빨리 결과가 나왔으면 좋겠다"며 "타사 입장에서는 공식적으로 결과가 나와야 마케팅이나 사업을 어떻게 할 지 결정할 수 있기 때문에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배달앱시장, 강력한 신규사업자 언제든지 등장 가능"  

스타트업 업계는 거세게 반발하는 분위기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지난달 입장문을 내고 "공정위 매각 결정은 국가간, 산업간 경계가 무너지는 디지털 경제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판단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픈커머스, 인터넷포털, 대형유통업체 등 배달앱 기업이 아닌 사업자도 쉽게 배달시장에 진출할 수 있기 때문에, 시장 특성상 자본을 앞세운 강력한 신규 사업자의 진출이 얼마든지 열려있다는 지적이다. 코로나 팬데믹 위기에 비대면 비지니스가 급속 확산되면서 배달앱시장이 군웅할거시대를 맞은 것은 상징적이라고 할수 있다.

정미나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실장은 "배달 앱 시장은 진입장벽이 매우 낮아 배민이랑 요기요의 점유율만 보고 판단할 수 없다"며 "쿠팡이 지난 1년 사이 3위 사업자로 치고 올라온 것만 봐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빅데이터 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주요 배달 앱 사용자 수는 지난달 기준 2535만4284명으로, 올해 1월의 1921만8594명에 비해 약 24% 증가했다. 쿠팡이츠 사용자는 185만5020명으로 전체 중 3위를 차지했다. 

스타트업의 엑시트가 위축될 수 있다는 문제도 제기됐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올해 국내 벤처캐피탈(VC)이 투자 자금을 회수한 경우 중 인수합병(M&A) 비율은 0.7%에 불과했다. 미국의 경우 엑시트의 97%가 M&A인 것과 비교하면 국내 스타트업의 엑시트 방안은 많지 않은 셈이다. 

코스포는 "국내 대표 유니콘인 배민과 글로벌 기업 딜리버리히어로의 결합은 국내 최대규모의 M&A를 통한 글로벌 엑시트라는 상징적인 사안"이라며 "유니콘 육성도 중요하지만 스타트업의 종착지는 엑시트"라고 강조했다. 

"스타트업 기업의 엑시트 기회도 적극 보장해야"

글로벌 디지털 경제가 활성화된 환경에서는 스타트업의 엑시트를 독려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정 실장은 "국내 상황만 단편적으로 놓고 독점 여부를 따지는 발상 자체가 플랫폼 산업을 억누르는 것"이라며 "중국 배달앱 중에는 기업가치가 300조원이 넘어가는 것도 있는데 고작 4조원에 팔린 배민이 경쟁이 되겠느냐"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 역시 "현 상황을 독점으로 규정하는 것은 스타트업의 동기를 꺾는 것"이라며 "스타트업이 성장해서 유니콘이 된 후 그걸 매각해서 엑시트하건 더 큰 대기업으로 만들건 그건 최고경영자(CEO) 선택인데 이를 무턱대고 비난할 수는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양사 기업합병에 관한 최종 결과는 이르면 다음주 중으로 공개될 전망이다. 공정위 기업결합과 관계자는 "전원회의가 끝나고 나면 최종 심의 결과와 관련된 의결서를 작성해서 양사에 통보하고 외부에 공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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