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진원 칼럼] 윤석열 여론조사 1위라는 웃기고 슬픈 자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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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진원 칼럼] 윤석열 여론조사 1위라는 웃기고 슬픈 자화상
  •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 연구소 전임연구원·교수
  • 승인 2020.11.14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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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현상', 정상적 정당·의회 정치 세우지 못한 탓
美 바이든 당선, 미국 정치 양극화와 포퓰리즘 극복하려는 모습
우리도 극단적 진영논리·포퓰리즘 벗어나야...국민통합과 협치로
채진원 경희대 교수
채진원 경희대 교수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 연구소 전임연구원·교수] 요즘 여의도정가를 뜨겁게 달구는 화제는 무엇일까? 단연코 추미애 법무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간의 설전과 혈투이다. 이들의 혈투는 이전투구로까지 확대되면서 진흙탕 투견싸움을 방불케 하는 난투극이 되고 있다.

윤석열 1위에 '대략난감' 여의도 정치 

이런 난투극의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한 상황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이 대권주자 1위에 올랐다는 한 여론조사 결과 보도는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이 여론조사 결과는 여야정치권 모두를 어리둥절하게 만들고 있다. 특히, 윤석열의 등극에 야권인 국민의힘은 마땅한 대권주자 없이 인물난을 겪으면서 당의 존재감이 없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대략난감한 입장이다.

지난 11일 <한길리서치>는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 조사결과에서 윤석열 검찰총장(24.7%)이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22.2%)와 이재명 경기도지사(18.4%)를 제치고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 1위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윤석열 총장의 지지율은 국민의힘 지지층(62.0%)과 국민의당 지지층(31.9%)을 결집하고 무당층(23.7%)과 기타정당 지지층(39.0%) 등에서 가장 높은 지지를 받았다. 정치성향별로 보수층(34.7%)과 중도층(27.3%)에서 높은 지지를 받았고 진보층(13.0%) 지지율은 낮았다. 지역별로 충청(33.8%)에서 가장 높은 지지율을 보였고 부산·울산·경남(30.4%)와 대구·경북(27.3%)에서도 높은 지지를 받았다.

양강구도인 이낙연·이재명에 이어 3위의 윤석열이 1위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치적 중립이 요구되는 현직 검찰총장이 이런 정치적 여론조사에 계속 이름이 오르는 것만도 부자연스러운데, 내쳐 1등까지 했다고 하니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다. 공식적인 야당후보가 아닌 현직 검찰총장이 여권도 아닌 야권의 가장 유력한 대권주자로 떠오른 것은 기이한 현상이 아닐 수 없다. 여야정치권은 이 기이한 현상을 어떻게 보고 있는 것일까?

‘원조 친노(친노무현)’인 유인태 전 의원은 13일 윤석열 검찰총장이 차기 대권 주자로 높은 지지를 받는 것에 대해 “정치 불신으로, 이 뻘밭에 와서 오래 뒹군 사람은 식상하기 때문에 이 뻘밭에서 안 굴러야 뜨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유 전 의원은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 “정치가 국민에게 혐오의 대상과 같이 되고 불신이 심하다 보니 이런 현상이 늘 있었다. 안철수 고건 반기문도 그런 현상이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12일 당 비대회의에서 “어제 한길리서치 여론조사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이 대선주자 지지도 1위로 나타났다”며 운을 떼면서 “그 총장에 대해 지나치게 정치권과 법무부 장관이 이러쿵저러쿵 얘기하다보니까 결국 일반 국민이 심판해준 게 여론조사 결과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은 “윤석열 대망론을 키워준 쪽은 문재인 정권이고, 날개를 달아준 쪽은 지리멸렬한 야권”이라며 “여든 야든 빨리 정신 차리지 않으면 윤석열의 마법이 차기 대선 정국을 완전히 휩쓸어 버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차기 대권주자중 한 사람인 정세균 국무총리도 윤석열 총장의 지지율을 키우는데 1등 공신이 추미애 장관이라는 것을 의식하면서 당사자 양쪽을 견제하는 데 나섰다. 정세균 총리는 10일 취임 300일을 맞이한 기자회견에서 수사지휘권 발동과 특수활동비 감찰 등으로 충돌을 이어가고 있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윤 총장을 향해선 “자숙하셨으면 좋겠다”고 했고, 추 장관을 향해선 “점잖고 냉정하면 좋겠다”고 했다.

윤석열
윤석열 검찰총장이 대선후보 지지율 여론조사에서 처음으로 1위를 기록, 여의도정치권에 당혹감을 안겼다. 사진= 연합뉴스

무당층 증가세 급증...정치불신감 커져있어

여당후보도 야당후보도 아닌 현직 검찰총장이 대선후보 여론조사에서 1위를 하게 되는 이런 기이하고 이례적인 현상은 여야 모두에게 난감하다. 그렇다면 이런 당황스럽고 기이한 ‘윤석열 현상’을 초래한 주범은 누구일까?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그 핵심에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민주당 정부 그리고 야당이 있다는 것을 부인하기 어렵다. 여의도정치로 상징되는 여야정치권 모두가 정상적인 정당정치와 의회정치를 바로 세우지 못하면서 초래한 결과라는 점에서, 착잡하고 씁쓸하다. 한마디로 요즘 젊은이들이 사용하는 말로, 웃기면서 슬프다는 의미에서 ‘웃픈 여의도 정당정치의 자화상’이라고 말할 수 있다.

지난 8일 추미애 법무부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갈등에 대해 추 장관 책임이 더 크다고 보는 시민이 많다는 여론조사 결과는 이런 여의도 정당정치의 한계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한국리서치>가 밝힌 여론조사에서는 ‘윤 총장 책임’(24%)보다 ‘추 장관의 책임이 더 크다’는 답변이 36%로 나왔고, 추 장관과 윤 총장 책임이 비슷하다는 답변이 34%로 결코 적지 않았다.

이런 여의도 정당정치의 무능력은 제도정치권에 대한 국민의 불신도를 말해주는 지표로서, 최근 무당층의 증가세에서 크게 드러난다. 한국갤럽이 지난 10월 23일 공개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무당층은 국민의힘 지지율인 17%보다 훨씬 많고, 민주당 지지율인 35%에 육박하는 34%였다.

이런 무당층의 증가는 공공성이 없이 이전투구와 진영논리에 열중하는 현 제도정치권에 대한 국민들의 정치불신감이 얼마나 큰 것인가를 보여준다. 이런 무당층의 증가세는 대화와 타협의 공화정치가 사라진 가운데 ‘중도수렴 부재의 포퓰리즘 정치’가 초래한 결과이다. 여의도 정당정치가 자초한 결과라는 점에서 정치권 모두의 자성과 혁신이 요구된다. 

이른바 ‘윤석열 현상’은 여야정치권이 전체 국민의 이해와 요구를 반영하려는 중도수렴과 숙의적 정당정치보다는 당파적인 자기 지지층 결집에 따른 국민분열에만 열중하면서 인기영합적인 포퓰리즘 정치에 골몰한 타락의 결과물로 보는 게 적절하다.

미국 정치, 정치 양극화해소 · 포퓰리즘 극복 나서 '대조적'

이런 ‘윤석열 현상’은 “증세없이 기본소득이 가능하다”는 사이다 발언과 각종 포퓰리즘정책으로 등극한 이재명 현상과도 연결된다는 점에서, 최근 미국 대선에서 포퓰리스트인 트럼프 대신에 온건한 의회민주주의자인 바이든을 선택하여 방향전환을 모색하고 있는 미국 유권자들의 민심과도 대조적이다.

지난 10월 24일자 뉴욕타임스(인터네셔널판)는 대통령선거 2주전부터 조지 W 부시 때 법무차관보를 지낸 하버드대 골드스미스(Jack Goldsmith)와 버락 오바마 때 백악관 자문역을 지낸 바우어(Robert F Bauer) 등의 학자와 의원들이 초당파적으로 미국 국론과 나라를 분열시키는 트럼프 대통령의 포퓰리즘노선을 막기 위한 제도개선에 나섰다고 전하고 있다.

즉, 미국 공화·민주당 행정부에 참여한 학자들이 트럼프의 군 통수권 남용, 사면권 남발, 언론 협박 등이 재발하지 않도록 대통령 권한을 제한하는 청사진을 마련한 뒤 의원들과 함께 초당적인 입법조치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다.

온건한 의회민주주의 노선으로 전환하려는 이런 미국정치의 흐름은 한국과 대조적이다. 온건한 의회민주주의자 바이든을 선택한 미국시민들은 포퓰리즘의 극복에 나섰다. 하지만 한국정치는 사이다 발언으로 등극한 포퓰리스트 이재명에 이어서 윤석열의 부상을 키우면서 미국정치의 흐름과 반대로 가고 있다.

윤석열 총장이 대권주자로 부상한 이상 검찰수사 불신-법무부·여당의 공세-윤 총장 지지율 상승의 악순환은 가속화할 것이다. 검사들이 풍파에 휩쓸리고 사법기관에 대한 신뢰가 추락하는 부작용이 우려된다. 검찰개혁이란 이름으로 정치적 라이벌을 죽이지도 못하고 거꾸로 대선주자로 키우는 게 ‘진영정치의 역설이자 함정’임을 빨리 깨달을 필요가 있다.

코미디 같은 일이지만 윤석열이 여론조사 1위에 등극한 것은 윤석열이 잘해서라기보다는 추미애 장관과 민주당이 정치적으로 죽이지도 못하고 반사이득으로 키운 게 큰 요인이라는 점이다. 집권당과 반대당으로 나뉘는 대통령제와 친화적인 양당제에서 라이벌 상대를 완전히 죽이지 못한다는 것을 가장 단적으로 보여주는 실례는 프랑스 혁명에서의 자코뱅당 로베스피에로에 맞서는 ‘테르미도르의 정변’이다.

윤석렬 총장이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하는 것이 검찰개혁이라고 하면서 프랑스 혁명시의 검찰을 언급한 바 있다. 그가 프랑스 혁명의 검사를 언급한 것을 보면, 아마도 추미애 장관을 자코뱅 독재의 상징인 로베스피에로로 보고 자신을 테르미도르 정변의 주역인 바라스로 본 것은 아닐까?

프랑스 자코뱅당과 공화정 몰락의 역사는 난투극에 빠진 추미애 법무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미래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프랑스 혁명을 자유보다 평등쪽으로 몰고 가기 위해 공포정치와 자코뱅 독재를 사용한 로베스피에르에 대해 자코뱅당 온건파인 바라스 등이 테르미도르 정변을 일으켰다.

하지만 양쪽 모두는 개혁의 승자가 되지 못했다. 양쪽의 혈투가 벌어지고 권력공백상태에 빠진 사이 어부지리로 권력을 장악한 것은 공화정을 부정하고 중앙집권적인 황제정을 추구한 나폴레옹 3세였다. 나폴레옹 3세에 의해 혁명과 개혁의 상징인 공화정이 타도되고, 그들 모두는 단두대에 목이 잘리는 비참한 신세가 되었다.  

그렇다면 포퓰리스트인 트럼프 대신 온건한 의회민주주자인 바이든에게 당선승리를 안겨준 미국 유권자들의 표심은 무엇일까? 한마디로, 정당정치와 의회정치의 정상화이다. 의회민주주의와 국민통합의 복원을 통한 정치·경제적 양극화 해소와 포퓰리즘 극복으로 해석된다.

미국 바이든의 당선이 한국정치에 주는 시사점은 뭘까? 한국정치도 극단적인 진영논리와 포퓰리즘에서 벗어나 국민통합과 협치로 정상화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한국에서 비참한 프랑스 자코뱅당 몰락의 역사가 반복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좌우극단의 양극화 정치를 멈추고 포퓰리즘 정치에 맞서 중도수렴의 공화정치를 회복해야 한다는 점이다.

● 채진원 박사는 비교정치학 전공으로 정치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경희대 공공거버넌스 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재직중이다. 주요 저서로는 「공화주의와 경쟁하는 적들」(2019), 「무엇이 우리 정치를 위협하는가」, 「노무현의 민주주의(공저)」,「정당정치의 변화, 왜 어디로(공저)」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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