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거래분석원' 설치? 전문가들 "불법행위 감시, 탈세 예방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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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거래분석원' 설치? 전문가들 "불법행위 감시, 탈세 예방 기대"
  • 손희문 기자
  • 승인 2020.09.04 12: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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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전문가들 "실수요 중심 시장거래를 유도할 것" 긍정적 평가
비실거주 목적 투기적 거래 해소에 도움될 것
진성준 민주당의원, 강한 시장 감시기능 부여해야 주장
차현진 박사 "탈세 문제와 시장 문제를 구분해야"

 

정부가 부동산거래분석원을 설치하고 부동산 시장의 불법행위를 더욱 강하게 단속·처벌할 방침이다.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부동산거래분석원을 설치하고 부동산 시장의 불법행위를 더욱 강하게 단속·처벌할 방침이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손희문 기자] 정부가 부동산거래분석원을 설치하고 부동산 시장의 불법행위를 더욱 강하게 단속·처벌할 방침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5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부동산 시장 교란행위 차단을 위한 조직 강화 방안으로 부동산거래분석원을 도입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홍 부총리는 지난주 발표한 국토부의 실거래 조사 결과 등을 언급하고 "이러한 시장 교란행위 대응이 일회성에 그쳐서는 안되며 시스템적으로 대응해나가야 한다고 판단했다"며 "현재의 불법행위 대응반 인력으로는 전국적으로 발생하는 수많은 불법행위 등에 대응하는 데 현실적인 한계가 있는 게 사실"이라며 분석원의 설치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부동산거래분석원 설치 방안은 현재 국토교통부 산하에 설치된 '불법행위 대응반'을 확대 개편하는 것이다.

앞서 정부가 부동산감독기구 검토 계획을 밝힌 이후 조직과는 독립된 대형 감독기관이 출범하는 것 아니냐는 예상도 나왔지만, 부처 협의 과정에서 국토부 산하에 조직을 두는 방식으로 정리된 셈이다.

현재 운영 중인 불법행위 대응반은 국토교통부, 검찰, 경찰, 국세청, 금융감독원 등 7개 기관 13명으로 구성된 임시조직(TF)이다. 정부는 이 대응반을 부동산거래분석원으로 확대 개편해 약 100명 규모 이내의 전문인력을 두고 부동산시장 이상거래·불법행위 대응을 총괄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부동산거래분석원은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 및 자본시장조사단 등과 비슷한 위상을 갖게 될 전망이다.

지난 2001년 금융위원회(금융위) 산하기관으로 설립된 FIU는 금융거래 정보를 분석을 통해 자금세탁 등을 감시하는 감독기구다.

FIU는 금융회사에서 접수한 의심 거래 또는 2000만원 이상 고액 현금 거래 등을 분석하게 되며, 불법금융 관련 수사에 있어 중요한 단초를 금융위를 비롯해 검찰, 국세청 등 수사기관에 넘겨주는 역할을 맡는다. 2000만원 기준은 지난 2018년 1000만원으로 강화됐다. FIU는 전세계적으로 테러 지원자금의 불법세탁을 막기위한 국제적인 공조와 맞물리면서 국내에서도 큰 반발없이 설치법이 통과됐다. 개인정보 유출등에 대한 논란도 당시에는 크지 않았다.

부동산분석원은 은행 등 금융기관에 대출 계좌 정보를 요구할 수 있으며, 효과적인 조사를 위해 분석원이 개인 금융·과세 정보를 조회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도 마련될 예정이다.

국세청 세금 납부 내역 조회 권한과 수사권까지도 가질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국토부 산하 소속이지만, 사실상 막강한 감독기구로서의 권한을 갖게된다.

수사권 부여에 대해서는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적극적인 의견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진 의원은 지난 2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관료들의 손을 거치며 용두사미가 된 것처럼 보인다”며 불만을 나타냈다 그는 "국토교통부 소속 임시조직인 ‘부동산시장 불법행위 대응반’을 확대·개편하는 정도로 과연 공정하고 투명한 부동산시장을 조성하고 상시 관리·감독할 수 있을지 매우 의문스럽다”며 수사권 부여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그는 부동산거래분석원이 “불법행위가 일어난 뒤에 조사·조치하는 기존 역할에 그칠 게 아니라 애초에 일어나지 않도록 예방할 수 있는 항구적인 시장관리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러기 위해서는 시장을 상시로 관리하고 감독할 수 있는 체계를 확보해야 하고 투기 예방시스템을 만들고 수사 기능을 확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진 의원이 생각하는 수준을 보면, 부동산거래 조사를 통해 탈세여부를 가려내는 정도의 역할이 아니다. 오히려 시세조정 같은 불공정거래를 감시 감독하는 금융감독원 수준을 염두에 두고 있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은 일물 일가 시장이 아니라는 점을 감안할 때, 시장 감시가 불공정거래에 초점을 맞출 경우 큰 논란이 빚어질 가능성도 있다.

정부는 이런 점 등을 감안해 부동산 거래와 관련한 금융 정보와 탈세여부를 쫓는데 초점을 맞추려는 것으로 보인다. 

◆ 전문가들 "결국 운용이 중요, 부동산 불법행위·탈세 예방은 정당”

전문가들은 설치에 개인정보 침해 등에 대한 우려를 표하면서도, 실수요자 중심 시장을 만들기 위해 시장거래를 투명하게 유도하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불가피한 조치라는 반응인 것.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전반적으로 부동산시장 불법행위에 대한 감시망이 촘촘해져 거래가 투명해지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개인 입장에서는 자금거래가 다 노출되므로 매입 전 자금출처가 문제시 되지 않도록 신경을 써야한다"고 말했다.

이번 조직 신설로 비실거주 목적의 투기적 거래 역시 해소될 것이란 전망도 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 랩장은 "거래위축에 대한 우려는 부동산거래분석원 보다는 지난 6.17 대책과 7.10 대책, 코로나19 등이 겹쳐져 발생한 영향이 더욱 크다고 볼 수 있다"며 "또한 분석원이 정상적인 거래까지 막을수는 없다고 보며, 외지인이나 법인 거래, 20대 미만이 초고가 아파트를 매입하는 등의 증여세포탈 등 세금회피 거래가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함 랩장은 "올해말 임대사업자 대상으로 임대료 증액 제한과 임대의무기간 준수 여부를 확인한다고 정부가 밝힌 바도 있고, 내년 임대차 3법의 전월세신고제 도입 등의 이슈로 부동산거래분석원이 맡는 업무가 상당할텐데 이 과정에서 신뢰를 줘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부동산거래분석원에 대해 "실수요자 중심의 시장으로 재편하는 하나의 과정"이라면서 "투기 수요를 차단하고 세금 부과의 적정성을 확보하는 의미도 있다"고 언급했다.

정부의 움직임에 반대하는 입장을 나타내기 어려운 시장 전문가들은 개인정보 유출 문제에 대해 얼마나 심각하게 봐야하는지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하는 인상이다. 때문에 신중한 접근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없지 않다.

차현진 한국은행 연구조정역은 최근 <오피니언 뉴스>에 보낸 칼럼 "국가채무와 부동산 감독기구 신설은 정답이 아니다"는 제목의 칼럼에서  "두 살짜리 아이가 여러 채의 집을 보유한 채 임대사업을 하고 열한 살짜리 중학생이 19채의 주택을 소유한 게 우리 부동산시장의 현실이라는 모 국회의원의 주장은 탈세의 문제이지, 부동산시장의 문제가 아니다"며 "어느 정부에서나 청와대 직원을 사칭한 사기꾼들이 있기 마련인데, 그것이 청와대의 문제는 아니기에 청와대 감시기구를 두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는 "금융감독원의 경우 정부가 설립을 인가한 금융기관을 일차적 감시 감독하고, 개인과 기업은 부수적인 감시대상"이라며 "이에 비해 부동산시장 감시기구는 온 국민의 매매와 임대차 계약을 감시하고 온 국민을 향한 '전방위적' 조사·감독은 사생활을 침해하기 쉽고, 실효성을 담보하기도 어렵다"고 신중한 접근을 주문했다. 

한편 금융정보분석원(FIU)의 경우 의심거래 고액현금 거래보고 건수는 막대한 양을 확보하고 있지만, 그 정보들의 정확성엔 의문이 남는다.  

지난 2018년 FIU가 국회 정무위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금융기관이 법 집행기관에 정보를 제공해 처리된 건수중 33%만이 검찰 기소나 고발 추징까지 이뤄졌다. 나머지는 '정상이 참작되는' 사례였다는 것. 이는 상대적으로 검찰 기소 전단계에서 FIU가 개인정보를 열어본 것이고, 이런 경우가 남용된다면 정보유출도 우려된다는 것이다. 부동산거래분석원 출범을 앞두고 꼼꼼히 짚어가며 준비해야 할 대목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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