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시의회, '임대료 동결법'도 강행..."시민의 주거권 보장해야"
임대기간은 기본 10년...임대인이 고액의 소개료 부담, 임차인 안바꿔
보유세는 낮은 반면 거래세 부담은 커...현금 거래땐 '자금세탁' 의심받아
전월세 관련 3法 도입에 대해 찬반 여론이 뜨겁다. 정부는 임대계약 기간을 제한하고, 임대료 상한제를 실시하는 것은 선진국에서 이미 시행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전월세 3法이 집주인의 재산권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에 대한 반론이다. 실제 주요 선진국들은 임대차 제도를 어떻게 운영하고 있을까. 또 이들의 이해를 어떻게 조정하고 있을까. '오피니언 뉴스'가 미국, 일본, 독일, 프랑스, 호주, 홍콩 등 선진국 통신원 들을 가동해 선진국의 임대차 등 주택 정책을 비교 점검해봤다. [편집자 주]
[오피니언뉴스=최수정 베를린 통신원] 독일은 신용사회다. 독일에서 집을 찾는 것은 쉽지 않다. 특히 신용이 좋지 않은 사람에게는 절대 호의적이지 않다. 독일에서는 모든 사람들이 집을 구할 때 '슈파(Schufa)'라는 신용평가서를 제출한다. 그 슈파에는 신용평점 등의 가공정보 뿐 아니라 계약지불의무 불이행과 같은 정보도 포함되어 있다. 임차인의 과거 임차내력상 부정적인 내용(임차료 미지급, 임대주택 파손으로 인한 법률소송 등)이 있는 경우 사실상 정상적 임차인이 되기 어렵다.
독일은 신용사회에 대한 사회기반이 매우 엄격한 편이라 임대차계약 및 경제활동상 불미스러운 행위가 지속적으로 발생한 경우 사회생활 자체가 매우 어렵다. 독일의 이러한 신용사회 시스템 속에서 독일인들은 어떤 주택임대차 및 주택구입 활동을 하는지 살펴보자.
집주인에게 부과되는 높은 임대 소개료
독일에서 자가 주택자가 될 때와 임차인이 될 때에 따라 비용 규모는 달라진다. 독일에서는 18세가 되면 대부분 자기 집을 떠나 직장 또는 학교를 다니게 된다. 당연히 그들에게 주택문제는 가장 큰 골칫거리다. 학교기숙사에 당첨되지 않으면 대부분 학교주변에 세를 얻는다. 직장이 없는 학생이 구할 수 있는 집들은 공동주택(Wohngemeinschaften, WG)의 방 한 칸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WG의 삶은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을 가진 후에도 계속된다.
결혼이나 파트너십(동거) 등을 이유로 방 2개 이상인 집을 구하려할 때부터 임대차에 대한 고민이 시작된다. 독립된 아파트를 임차하려면 월임대료과 함께 보증금이 월임대료의 3배 정도 필요하다. 이 보증금은 임대기간 만료 후 퇴거 시 이 주택에 대한 손해보상 목적으로 설정된 것이다.
집을 깨끗하게 쓰지 않은 경우 이 보증금을 돌려받기 쉽지 않다. 그래서 입주 시 분쟁발생을 방지하기 위해 임차인은 꼼꼼히 점검해야 한다. 부동산 소개업자와 함께 주택 내 하자 등을 확인하고 사진을 찍은 후 공증을 받는다. 집주인인 임대인이 부동산 소개업자에게 지불하는 부동산 소개료는 월임대료의 2배 정도로 상당히 비씨다.
임대기간, 특이사항이 없는 한 '무기한' 계약
특이한 것은 독일에서는 임대계약기간이 설정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많는 점이다. 이럴 경우 대부분 10년을 기본으로 본다. 만약 10년이 안된 아파트를 임차했을 경우 집주인이 세입자를 마음대로 내쫓을 수 없다. 그 사이 집주인이 바뀌면 어떻게 되나? 그 계약은 그대로 유지되기 때문에 새로 집을 살 사람은 이런 사정을 부동산으로부터 미리 설명을 듣고 사야 한다. 이런 집들은 대부분 집세(월세)를 받을 투자목적으로 구매한 집들이다. 따라서 만약 실거주를 하고자 할 경우 이런 아파트를 구매하면 안 된다. 이런 아파트들은 실거주용 아파트보다 약간 싸게 매매시장에 나온다.
이런 점을 이용해 임대인이나 직계가족이 실거주하겠다며 임차인을 내쫓을 수 있을까?
임대인(집주인)이나 직계가족이 다른 거주지가 없다는 것을 증명한다면 법적으로 가능은 하다. 그러나 이런 경우에도 임차인이 다양한 이유를 대고 버티면 쫓아내지 못한다. 예를 들어 임차인이 취학연령의 아동을 키우는 가정의 부모인 경우, 추가비용을 내 이사를 할 여력이 없다고 주장하면 집주인은 쫓아내지 못한다.
아무리 위치가 좋고 시장성이 있다할지라도, 독일에서는 이런 아파트를 사서 임차인을 내쫓고 들어가면 바로 '철면피'라는 소리를 듣게 된다. 때문에 그런 생각으로 아파트를 구입하려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또 임차인이 자주 바뀌는 경우도 흔치 않다. 값비싼 부동산 소개료 때문에 임대인(집주인) 입장에서는 짧은 임차기간 설정을 절대 선호하지 않는다. 외국인들이 2~3년기간으로 임차를 하려고 할 경우 독일인들은 십중팔구 싫어한다. 때문에 외국인이 임차할 경우 임대료가 다른데 비해 더 높아진다. 집주인 입장에서는 2, 3년뒤에 다시 임차인을 구해야 하고 임대료의 2배나 되는 소개료를 또 지불해야 하는 것이 부담이다. 임차인이나 임대인이나 일단 임차계약을 체결하면 적절한 선에서 지속적인 임대계약이 유지되는 것을 선호한다.
대도시 주택임차료 급등 문제, 정부가 나선다
그럼에도 대도시를 중심으로 주택임대료 급등 문제가 발생하고 있어 독일 정부는 2014년부터 '주택임대료 브레이크정책(Mietpreisbremse)'을 실시하고 있다. 이 정책은 주택임대료가 가파르게 상승하는 지역에 한해 새로운 임대계약 체결 시 해당지역의 임대료수준(Ortsüblichen Miete)의 초과 10%를 넘지 못하도록 하는 정책이다. 다만 새로 건축된 주택, 리모델링한 주택, 주인이 임대사업을 처음 시작한 주택 등에 한해 예외를 둬 이같은 제한을 적용하지 않는다.
이런 연방정부의 임차인보호 정책에도 불구, 베를린의 경우 지난 10년간 베를린 임대료가 2배로 폭등했다.. 이는 독일내 인구이동 때문이 아니라 노령인구가 증가하자 노동력 확보차원에서 이민확대 정책을 실시한 것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베를린은 외국인의 비율이 가장 높은 단일도시다. 지난 2019년 전체인구의 20% 가량이 외국인이며, 32.5%는 외국인으로서 독일 국적을 갖는 비율이다.
베를린이 IT도시로의 변화를 추구하면서 많은 외국 IT인력이 모여들자 이들이 모여사는 지역의 주택이 기존 베를린시민들의 주택보다 높은 가격에서 형성되고 있다. 당연히 젠트리피케이션 현상(도심 임대가격 상승으로 원주민이 외곽으로 내몰리는 현상)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베를린 의회는 지난 2월 30일 '임대료동결법(Mietendeckel)'이라는 실험적인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주택임대료를 지난 2019년 6월 18일 이전에 정해진 임대료 기준으로 5년간 동결한다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 법의 적용대상은 2014년 이전에 지어진 주택으로 한하며, 약 150만~190만 호로 될 것으로 추산된다.
이 법을 발의한 좌파당은 “시정부는 시민들이 지붕이 있는 곳에서 잠을 잘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야당인 기독민주당연합(CDU)과 자유민주당(FDP)은 이미 연방정부가 정해 놓은 임대료상한법과 충돌한다며 반발했다.
이런 의견충돌이 팽팽한 가운데 주목해야 할 법원의 결정이 나오기도 했다. 바이에른주의 임차인연합과 사민당(SPD)가 주도한 '6년간의 임대료정지(Mietenstopp)에 관한 국민청원'이 지난 7월 17일 바이에른주 헌법재판소에 의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았다. 이와 매우 비슷한 정책인 베를린의 '임대료동결법' 또한 베를린 헌법재판소에 계류된 상황이다. 다만 지난 2006년 개정된 연방법에 따라 주택정책이 지방정부 관할이 된 점을 고려한다면 바이에른주와 같은 판결이 나올지는 미지수이다. 앞으로 당분간 베를린의 주택 임대료는 시장인플레이션 수준 이상으로 오르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주택매매 억제 위해 보유세보다 '거래세 더 높게' 책정해
이렇게 주택임대 시장이 요동치자 독일에서는 최근 10년간 부동산 시장 전반의 불안정성이 주요 대도시들 중심으로 매우 커졌다. 지난 2018년에는 베를린의 주택가격 상승률은 세계 주택가격 상승률중 최고치인 20.5%를 기록했다. 이런 동향은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그 탓에 많은 베를린 주민들은 내국인이나 외국인이나 할 것없이 주택을 구입하려고 한다.
그러나 독일의 주택구입 절차는 그리 간단치 않다. 정규직의 상당한 연봉을 가진 안정된 사무직군에게는 주택대출이 열려 있지만 비정규직이거나 외국인인 경우 주택구입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돈만 있으면 되는 것이 아니다. 만약 부동산 금액 전부를 현금으로 지불할 경우 주택을 구입할 수 있겠지만, 은행은 자본조달 능력이 없는 사람이 주택을 구입하려할 때 곧바로 '자금세탁'을 의심한다. 5천 유로 이상의 자금이동은 모두 기록 대상이기 때문이다. 독일인들은 금융당국의 세무조사가 늘 가까이 있다고 생각한다.
보통 독일의 주택정책은 보유세보다 취득세를 높게 가져감으로써 빈번한 주택거래를 억제하고 있다. 예를 들어 독일에서 주택을 구입하려면 주마다 조금씩 다르기는 하나 평균적으로 12~14%의 추가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예를 들어 1백만유로(약 14억원)의 집을 사면 총 11억 4천유로(약 16억원)이 든다는 얘기이다. 여기에는 부동산수수료(7.14%), 취득세(6.0%), 공증변호사비용(1.50%), 등기부등재비용(0.50%)이 포함된다. 1백만 유로의 집을 거래하면 부동산 소개소는 7만유로(약 9800만원)의 수익을 올리게 된다.
이에 비해 부동산 보유세는 높은 편이 아니다. 보유세는 지방세로서 부동산가치평가, 부동산고유세율 및 지방소득세율을 반영해 정한다. 각 지방마다 세율이 조금씩 다르며, 보유세를 가장 높게 매기는 도시는 비텐, 뒤스부르크, 베를린 순이다. 베를린의 경우 약 0.2%(취득가 기준)의 보유세를 부과하고 있는데, 1백만 유로의 집을 갖고 있으면 매년 2천유로(280만원) 정도를 낸다.
사회적 약자 보호를 위한 임대차보호정책 실시
독일에는 `사회약자 계층을 위한 임대주택입주권(Wohnberechtigungschein, WBS)'이라는 제도가 있다. 이 입주권이 있어야 임대주택에 입주할 수 있고 그 기준은 오로지 소득에 따라 결정된다. 베를린의 WBS 기준은 1인 가정 월소득 1800유로 이하, 2인가정 2700유로 이하인 경우 이 입주권을 신청할 수 있고, 아파트의 크기는 1인 가정은 50㎡, 4인 가정은 80~90㎡까지 신청할 수 있다.
임대주택은 지방정부가 독자적으로 구입하거나 건설하기도 하고, 기존의 주택 중 임대인의 요청에 따라 별도로 WBS 입주가 허용되는 아파트도 있다. 따라서 어떤 아파트가 임대주택인지 구분하기는 어렵고 누가 WBS의 자격으로 입주해서 사는지 알 수 없다. 물론 그것을 추적해 알고자 한다면 알 수 있겠지만 그렇게 하는 독일인들은 거의 없다. 임대주택 자녀에 대한 한국사회의 차별이 별나라 이야기로 들리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임차비용 급등 문제 완화는 "정부 책임" 한목소리
독일은 주택거래 비용을 높게 해 잦은 주택거래를 못하도록 묶고 있다. 따라서 독일인들은 주택을 한번 사면 평생 실거주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그리고 주택을 임대한다 하더라도 임대차계약 또한 빈번하게 작성하지 않는다. 부동산 거래비용이 높기 때문이다. 임대인들은 임차인이 오랫동안 자기 집에서 사는 것을 원한다.
다만 2010년 이후 대도시의 주택임대가격이 급등한데 따라 정부 개입이 많아진 것도 사실이다. 정부가 주택임대 시장에서 약자의 위치에 있는 임차인의 부담을 줄이는 것을 국가의 책임으로 이해하는데 아무도 이의가 없다. 방법에 대해서는 다양한 연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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