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차 해외는] ② 일본, 주택자금 대출시 종신보험 가입은 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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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차 해외는] ② 일본, 주택자금 대출시 종신보험 가입은 상식
  • 김보예 일본 칼럼니스트
  • 승인 2020.08.05 17:26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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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서 집구하기, 평생 갚아야 할 빚
주택구입자금 대출시 종신보험 가입 보편화
주택임대 보증금은 1~2개월 월세...
보증금 돌려받기는 쉽지 않아
전월세 관련 3法 도입에 대해 찬반 여론이 뜨겁다. 정부는 임대계약 기간을 제한하고, 임대료 상한제를 실시하는 것은 선진국에서 이미 시행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전월세 3法이 집주인의 재산권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에 대한 반론이다. 실제 주요 선진국들은 임대차 제도를 어떻게 운영하고 있을까. 또 이들의 이해를 어떻게 조정하고 있을까. '오피니언 뉴스'가 미국, 일본, 독일, 프랑스, 호주, 홍콩 등 선진국 통신원 들을 가동해 선진국의 임대차 등 주택 정책을 비교 점검해봤다. [편집자 주]     

 

김보예 일본 칼럼니스트.
김보예 일본 칼럼니스트.

[오피니언뉴스=김보예 일본 칼럼니스트] 한국과 마찬가지로 일본에서도 내 집 마련은 동경의 대상이다. 일본에서 내 집 마련이 젊은이들의 꿈의 대상이 되기 시작한 것은 종신고용제도의 붕괴와 관련이 깊다.

일본의 고도 성장기라 불리는 196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일본 기업은 종신고용 제도를 도입했다. 그러나 1980년대 후반부터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는 장기불황은 종신고용제를 유명무실화 시켰다. 종신고용제도의 붕괴가 내 집 마련은 때론 죽을때 까지 이뤄질 수 없는 몽상으로 탈바꿈 시켜 버렸다. 

종신고용 제도와 내 집 마련은 무슨 관계 일까. 일본에서 주택 임대 혹은 구입 융자는 장기 대출이다. 일본 주택금융지원기구가 실시한 '2017년도 민간 주택융자 동향 조사'에 의하면, 평균 주택담보대출 기간은 25.6년이었다. 일본 국토교통성(우리나라 국토교통부에 해당함)이 발표한 '2017년도 주택시장 동향 조사 보고서'에 의하면 토지 구매 여부에 따라 평균 주택담보대출 기간은 31.1~33.2년 사이였다. 주택관련 대출은 최장 35년까지 가능하다. 긴 시간 동안 매달 갚아야 하는 대출이기 때문에, 내 집 마련에 있어서 안정적인 직장은 필수사항이다.

내 집 마련은 종신 보험과도 관계가 있다. 일본은 주택융자 대출을 내서 집을 구매하는 것이 보편적이다. 일본에서 주택담보대출과 종신보험(생명보험)은 하나의 세트라고 봐도 무방하다. 주택관련 대출을 받을 때 은행에서는 종신보험 가입을 추천한다. 이는 세대주(대출을 받은 사람, 보편적으로 세대주가 대출을 받는다)가 대출 상환기간이 남은 상태에서, 불의의 사고로 사망하였을 경우, 남겨진 가족이 안고 가야 할 경제적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이다. 

“일본에선 은행에 주택 대출받아 집을 샀는데, 아빠가 돌아가면 빚은 사라지고 집은 재산으로 그대로 남는데. 가장이 혼자 희생하면 집이 생기는 거지”라는 말이 있다. 이는 종신보험이 세대주가 남기고 간 주택관련 대출의 잔액을 해결해 주고 가기 때문이다. 즉, 세대주가 죽으면 빚은 없어지나, 가족들에게 돌아가는 사망보험금은 없다고 생각하면 된다.

일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파트 전경. 사진=위키피디아.
일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파트 전경. 사진=위키피디아.

日 내집마련 평균...30~40대 직장인, 자녀는 2명

일본에서는 내 집 마련이란 결혼과 출산이며, 가정을 일구기 위한 결심이라 할 수 있다. 일본은 아이가 생겼을 때, 내 집 마련에 대해 생각해 보기 시작한다. 국토교통성의 '2017년도 주택시장 동향 조사 보고서'에 의하면 평균 3.5인 가족이 가장 많이 주택 구매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인 가족은 19.4%, 3인 가족은 29.2%, 4인 가족은 32.7%, 5인 가족은 10.1%, 6인 가족은 5.2%로 내 집 마련을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내 집 마련 나이대는 만 나이로 30대가 48.1%로 가장 높았고, 그다음으로 40대가 26.6%로 높았다. 정확한 나이로는 만 39.5세로 집계되었다.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에 가장 많이 내 집 마련을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다. 연봉으로는 첫 내 집 마련은 400만~600만 엔(한화 4500만~6700만원), 두 번째 시도일 때는 600만~800만 엔(한화 6700만~8700만원)수준 이었다. 이를 종합하면 평균 연봉이 670만 엔(약 7500만 원)인 40세 정도  두 아이의 가장이 일본의 내 집 마련의 전형적인 모델이라 할 수 있다.

일본 주택금융지원기구에서는 2018년에 '35년 장기 주택융자(フラット35)'를 받은 사람들의 자금조달명세를 조사하였다. 이들은 구입하고자 하는 주택의 10~20%의 초기자금을 지불하고, 남은 금액을 대출로 상환했다. 일본은 10~20%의 초기자금과 80~90%의 대출로 내 집 마련하는 것이 보편적인 상식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러나 요즘은 초기자금 0엔 주택 융자도 늘고 있다.

일본의 주택융자 대출은 20~30년 동안 빚을 갚아야 한다. 주택융자 대출을 받으면 빚이라 하더라도 내 집이 생긴다. 내 집이 생기면 국정자산세(자산세)를 지불해야 한다. 그리고 관리비에 수리비, 주차비 등 각종 지출이 발생한다. 거기기에 종신보험료까지 지급해야 한다.

국토교통성의 '2017년 주택시장 동향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첫 주문주택 구입일 경우, 신축은 4082만 엔(약 4억 6000만 원), 기축은 3128만 엔(약 3억5000만 원)의 집을 평균 구매한다. 구매자는 약 30년 간의 주택 융자 대출을 내고, 매달 평균 10만9000 엔(약 123만 원)씩 갚아간다. 거기에다 매달 나가는 종신보험료와 각종 집에 드는 관리비를 생각하면, 내 집 마련은 만만치 않은 자금을 요구한다. 

일본 고베 의 공공주택 전경. 사진=위키피디아.
일본 고베 의 공공주택 전경. 사진=위키피디아.

日, 주택임대 보증금은 유럽 수준...환불은 멋대로 

일본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부동산 어플이 존재한다. 그 수는 약 30개가 넘는다. 원룸, 아파트, 맨션, 주택, 토지 등 모든 부동산 매물을 스마트폰 손바닥 안에서 검색할 수 있다. 정보 검색 또한 역, 도로, 지역 등으로 임차인이 원하는 방식으로 검색이 가능하다. 한국의 부동산 어플과 흡사하다.

일본역시 집 임차계약은 직접 보고, 부동산을 통해서 하는 것이 안전하다는 인식이 강하다. 어플로 간편하게 검색한 후, 매물을 직접 보고 부동산을 통해 계약하는 것이 보편적이다.

일본에선 집주인을 야누시(家主) 혹은 오야(大家)라고 부른다. 야누시(家主)는 소유자를 뜻하고, 오야(大家)는 임대주를 뜻한다. 둘 다 같은 의미로 통용되나, 미묘한 차이로 세입자들은 집주인을 오야(大家)라고 많이 부른다. 적어도 한국처럼 (집)주인이라는 표현을 써 임차인이 종속되는 듯한 뉘앙스는 아니다. 

우리나라도 임대∙월세 계약을 하면 복비와 보증금이 필요하듯이, 일본도 레이킹(礼金)과 시키킹(敷金)이 든다. 

레이킹은 '레이(礼)=사례', 킹(金)=돈' 사례금이다. 누구에게 사례를 하냐면 집을 빌려줘서 감사하다는 뜻으로 오야에게 주는 돈이다. 부동산 중개업자에게 중개료(복비)를 주는 한국과는 달리, 오야에게 감사비(사례비)를 준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다. 월세의 1~2달분에 준하는 금액을 지불한다. 이 돈은 우리나라 복비처럼 돌려받는 돈이 아닌, 지불하는 돈이다. 집을 구할 때, 부동산 중개업자에게 내는 ‘복비’ 대신 집주인에게 ‘사례비’를 지불한다 생각하면 간단하다. 즉 유럽에서 주택임차시 보증금에 해당하는 한두달치를 오야에게 지불하는 셈이다. 

시키킹은 '시키(敷) = 바닥에 깔다, 킹(金)=돈' 보증금이다. 개념은 한국의 보증금과 일치하나, 금액은 저렴하다. 월세의 1~2달분에 준하는 금액만 내면 된다. 그러나 한국처럼 보증금이 다 돌아오는 것은 아니다. 일본은 집을 사용한 사람이 나갈 때, 집 컨디션을 원상복구 해 주고 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래서 계약이 만료될 때, 청소비와 수리비 등이 제외된 소정의 금액만 돌려받는다. 나갈 때, 집 컨디션이 안 좋을 경우에는 청소비와 수리비를 추가로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최근에는 레이킹 0엔, 시키킹 0엔인 집도 생겨났다. 임대인이 임대 계약시 집의 약점을 숨긴 후  막상 계약 종료시  임차인이 사는 동안 집에 문제가 생겼다고 주장하며 수리비를 임차인에게 전가하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일본의 모습은 예전에 한국에서 알고 있듯이 정확하지만은 않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는 부분이다.  

때론 0엔...조부모 사시던 일본 시골집의 비밀 

뉴스에서 한번 쯤, 일본의 고령화 현상으로 빈집이 증가하고 있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집이 0엔이라니? 이웃 나라 일본이라도 좋으니, 외국인 매입만 가능하면 구매하고 싶다고 생각해 봤을 것이다. 그런데 왜 무료일까. 

실제로 일본의 빈집은 증가하고 있다. 지난 2018년 10월 시점, 일본 전국의 빈집 비율은 13.6%를 차지했었다. 2013년의 총무성(우리나라 행정안전부에 해당함) 조사에 의하면 일본 전국의 빈집 수는 약  820만 채로, 7채 중에 1채가 빈집이다. 총무성에서는 오는 2033년에 빈집이 2150만 채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예측대로 된다면  3채 중 1채가 빈집이다.

그런데 빈집이 증가하는 이유는 고령화 말고 다른 이유가 하나 더 있다. 바로 상속세와 관리비의 문제이다.

예컨대 시골에 사시던 할머니께서 돌아가셨다. 할머니의 임종과 동시에 시골집은 빈집이 되었다. 시골집은 외진 곳에 있어서, 팔려고 해도 팔리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이 빈집을 내 앞으로 옮기면 상속세가 발생한다. 상속세, 재산세, 토지세, 가구 처분비, 철거비 등 최소 1000만 엔(약 1억 1000만 원)이 든다. 0원에 매매한다고 해도 그 속내는 0원이 아닌 셈이다. 즉, ‘공짜로 집을 드릴게요’가 아닌, ‘집 앞으로 드는 각종 비용을 해결해 주실 수 있는 분께 무료 양도해요’가 정확한 표현이다.

일본에 빈집이 모두 외진 곳에 있진 않을 것이다. 그러나 위치와는 별개로 소유자가 무료 매매를 하기로 하는 것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당장 눈에 보이는 0엔이 전부라면, 일본에서 내 집 마련의 꿈이 동경의 대상이 되진 않았을 것이다.

김보예 일본 칼럼니스트는 일본 쓰쿠바 대학에서 교육학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현재 박사학위 논문을 집필하면서 일본어 번역가 및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칼럼을 통해 한일관계와 관련한 역사, 문화, 정치, 경제 등 인문학을 재미있게 풀어나가며, 대중들과 소통해 나아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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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6-08 09:41:00
본문중 틀린게있는데,
礼金、敷金、不動産手数料、紹介手数料
복비 따로 발생합니다.
입거시 5개월치는 나간다고 바야되요.

김선호 2020-08-05 18:39:47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