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 오지날] 연예계 사건사고, 카메라가 비추지 않는 곳도 바라봐야
상태바
[대중문화 오지날] 연예계 사건사고, 카메라가 비추지 않는 곳도 바라봐야
  • 강대호 칼럼니스트
  • 승인 2020.07.23 11: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예계의 단골 뉴스로 떠오른 갑질
매니저와 연예인의 관계 느슨할 때 다양한 문제 발생
매니지먼트의 정확한 정의와 범위를 정하는 게 중요
연예인의 과도한 폭로와 해명은 대중들에게 피로감만 주는데
'오지날'은 '오리지날'과 '오지랖'을 합성한 단어입니다. 휴머니즘적 태도를 바탕으로 따뜻한 시선으로 대중문화를 바라보겠다는 의도입니다. 제작자의 뜻과 다른 '오진'같은 비평일 때도 있을 것이라는 뜻도 담고 있습니다. 

 

강대호 칼럼니스트
강대호 칼럼니스트

[강대호 칼럼니스트] 연예인과 매니저 사이가 종종 뉴스에 나온다. 그런 뉴스는 방송에서 보지 못한 연예인의 사적인 모습 혹은 매니저의 행태를 고발한다. 최근에는 연예인의 매니저에 대한 갑질이 이슈이지만 매니저가 연예인에게 행한 갑질도 뉴스가 되곤 했다. 하지만 권력이, 혹은 힘의 균형이 누구에게 쏠려 있느냐만 다르지 그 뉴스의 내용은 비슷했다.

매니저가 연예인에게 행하는 갑질은 주로 수익 배분과 부당한 대우에 관한 것이다. 데뷔하기 전 지망생이나 신인 혹은 아직 인기를 얻지 못한 연예인이 매니저의 수익 배분의 불공정과 부당대우를 폭로하면서 벌어진다. 매니저가 연예인의 갑질을 폭로하는 것도 경제적인 문제와 부당대우가 관련된 게 많다.

배우 신현준. 사진=연합뉴스
배우 신현준. 사진=연합뉴스

연예인과 매니저는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

연예인이나 매니저가 갑질을 하거나 당하기 쉬운 직업일까. 그렇다기보다는 두 직업 사이 관계성의 독특함 때문에 벌어지는 일들이 때론 부당한 처우로 연결된다. 연예인은 스타가 되고 싶어 하고, 매니저는 그 꿈을 이루기 위한 일을 한다. 그 일에는 일정 소화를 위한 운전, 프로젝트 영업과 계약, 프로젝트 진행과 사후 관리 등이 포함된다.

프로젝트 진행과 사후 관리가 연예인과 매니저 사이에 애매한 지점이 될 때가 있다. 프로젝트는 배우의 경우 드라마나 영화, 가수의 경우 음반 제작과 방송 활동 혹은 각종 행사 등을 들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원활한 진행을 위해 ‘아티스트의 컨디션까지 매니징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이순재의 경우 이 문제가 쟁점이 되었다. 처음에 연예인 측은 “그게 왜 문제지?”라는 반응이었지만 당사자 매니저의 반응은 “이런 것까지 해야 하나!”였다.

매니저들의 커뮤니티에 의하면 다양한 갑질이 있다. 술자리를 갖는 연예인을 위해 차에서 대기하는 일명 ‘술대기’는 흔하고, 얼굴 알려져 집으로 음식 배달시키기 부담스러운 연예인을 위해 휴일에 ‘음식 셔틀’까지 하는 경우도 있다고. 심기를 거스르면 잘리기 일쑤다. 직책은 매니저이지만 집사가 따로 없다.
 
사후 관리는 주로 수익 배분과 관련이 많다. 이번에 터진 신현준의 경우 연예인 본인이 직접 입출금 관리를 한 모양이다. 매니저는 자기가 한 만큼 혹은 약속한 만큼의 수입이 없었다는 것이고. 그에 대한 신현준의 생각은 많이 달라 보였다.

매니지먼트 사업은 관계로 시작해 관계로 끝나는 비즈니스

연예인과 매니저 사이는 관계 맺음이 중요하다. 둘은 어떤 관계로 일할 것이고, 그 관계의 정의는 어떠하며, 또한 범위는 어떠한지가 중요한 그런 관계 말이다. 다른 말로 관계의 경계를 정확히 긋는 게 중요하다. 그 관계가 명확하다면 문제가 생기지 않을 테니까.

신현준의 경우 둘은 친구 사이였다고 한다. 연예인과 그의 친한 일반인이 함께 일하기 시작했다. 둘 사이의 관계가 좋을 땐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그러다 점점 관계의 경계선이 애매해지기 시작했을 것이고. 친구 사이도, 주종 관계도, 그렇다고 치밀한 조항의 계약서가 동반된 고용이나 피고용 관계도 아니었다. 그 끝은 폭로와 해명. 또 폭로와 다시 해명의 연속이다.

이순재의 경우 현장 매니저가 문제를 제기했다. 흔히 말하는 로드 매니저. 오래전에는 ‘가방모찌’라 부르기도 했다. 예전에 연예인들 곁에 가방을 들고 다니며 시중을 드는 사람들을 보고 나온 말이다. 요즘에는 학교에서 괴롭힘당하며 다른 사람 가방을 들어 주는 이를 일컫기도 한다. 이순재는 모든 일을 “자신의 부덕의 소치”라고 사과했지만 오랜 관행이 그의 습관을 굳어지게 한 것도 같다.

이번 일이 터지고 이순재의 예전 인터뷰가 새삼 화제가 되었다. 당시 그는 ‘좋은 매니저의 조건’을 언급했다. 이순재는 “매니저는 평범한 사람을 연예인으로 만드는 일”이라며 “자신의 생활을 포기하고 인내심, 기다림을 아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좋은 매니저가 되고 싶은 사람들이라면 귀담아들어야 할 말이다. 매니저는 일단 사생활은 포기해야 하고 때론 ‘연예인의 심기까지 매니지먼트 해야 하는’ 직업이란 걸.

이 와중에 김서형과 매니저의 일이 또 터졌다. 그 둘도 한때 친분이 두터웠던 관계라 한다. 친구였던 그들이 서로의 갑질을, 불공정한 수익 배분을, 계약 불이행을 폭로하고 나섰다. 다른 연예인들과 비슷한 양상이다. 폭로가 나오면 해명이 나오고, 해명은 또 다른 폭로로 이어지는.

배우 김서형. 사진=연합뉴스
배우 김서형. 사진=연합뉴스

더는 신비하지 않은 연예인들의 사생활

대중들이 굳이 알고 싶지 않은 연예계의 일들이 점점 많아진다. 그 과정에서 꼭 짚고 넘어가야 하는 일들은 다른 쟁점에 가려 잘 보이지 않기도 한다.

한때 MBC의 ‘전지적 참견 시점’이 인기였다. 물론 지금도 인기가 있지만 처음의 화제성을 따라잡기는 힘들 것 같다. 이유는 프로그램의 정체성 혹은 진정성 때문일 것이다. ‘전지적 참견 시점’은 관찰 카메라를 기본으로 하는 예능 프로그램이다. 다만 카메라가 쫓는 피사체가 연예인이 아니라 매니저인 게 다르다.

처음에는 그랬다. 평소에는 알 수 없는 매니저의 세계를 보는 재미가 있었다. 진짜 가족 같아 보이는 연예인과 매니저의 관계가 프로그램의 인기에 한 몫을 보탰다. 물론 업무에 서툰 매니저들의 성장 서사도 작은 감동을 주었다.

그런데 지금은 방송에 나오는 모습이 진짜일까 하는 의문이 든다. 매니저보다는 연예인이 더 잘 보인다. 그래서일까 불편함도 움튼다. 진심으로 저렇게 대하는 걸까. 친구 같고, 형 누나 동생처럼 보이는 관계가 과연 사실일까. 어쩌면 카메라에는 담지 못하는 진짜 모습이 있지 않을까 하는 의문이 생기는 게 사실이다.

연예인을 향한 매니저의 투철한 업무 태도가 보는 시각에 따라 잔심부름과 수발을 드는 모습으로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본인들은 설사 진심으로 즐기며 일한다 하더라도 그걸 보는 시청자 아니 가족들도 그렇게 생각할까.

아무튼 연예인의 사생활은 대중들의 관심이 쏠리기 때문에 미디어는 관련 콘텐츠를 더욱 많이 노출할 것이다. 물론 연예인과 관계자들이 스스로 터뜨리는 폭로와 해명도 그들에게는 좋은 이슈가 될 것이고. 이런 일들이 많아지면 대중들은 자극에 무뎌지고 웬만한 건 그저 관행이겠거니 하고 넘어갈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면 미디어들은 더욱 자극적인 사건을 찾게 될 것이다.

연예계에 대한 과잉 정보의 세상에서 대중들은 현상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카메라가 비추는 곳만 쳐다보는 것이 아닌 렌즈가 잡지 못한 사각지대도 바라볼 수 있는 열린 눈을 가진 대중이 되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넘치는 폭로와 해명이 이제는 피곤하기만 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