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라오어2', 왜 비난의 끝에 서게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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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라오어2', 왜 비난의 끝에 서게 됐나
  • 김상혁 기자
  • 승인 2020.07.08 16:14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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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가 기대하던 게임 '라오어2', 출시 후 비난
이해할 수 없는 캐릭터·스토리, 제작진의 조롱 겹쳐
게임샵은 중고 매입 불가 선언, 신품은 악성 재고로
중고 게임과 교환 등 소진 위한 고육지책 등장

[오피니언뉴스=김상혁 기자] ※ 라오어2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음. 

"출시한 날 다음주부터 하루 하나꼴로도 안 나가요. 그런데 환불 문의는 엄청나게 들어오더라고요. 요즘에는 아예 물어보는 전화가 없다시피 합니다."

경기도의 한 게임 타이틀 판매점에 '더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2(이하 라오어2)' 판매 상황을 물어보자 깊은 한숨과 함께 돌아온 답이다. 아마도 이곳 뿐 아니라 다른 지역, 다른 국가에서도 들을 수 있는 한탄으로 생각된다.

지난달 19일 출시된 플레이스테이션의 독점작이자 너티독의 신작 '라오어2'는 전세계 게이머, 평론가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던 게임이었다.

'더 라스트 오브 어스'는 최고의 게임 중 하나로 손꼽히는 걸작이었다.
'더 라스트 오브 어스'는 최고의 게임 중 하나로 손꼽히는 걸작이었다.

20세기 영화 최고의 걸작으로 칭송받는 '시민케인'에 비견될 정도였던 '라오어1'의 후속작이기 때문이다. 당시 평론가, 게이머 모두 찬사를 보냈고, 출시된 지 7년이나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반드시 해봐야할 게임 중 하나로 손꼽힌다.

마스터피스로 취급됐던 '라오어1'이기에 '라오어2'는 출시 직전 스토리 일부가 유출되는 치명적인 사고가 있었음에도 기대감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다. 먼저 접한 평론가들도 대부분 후한 평가를 내렸다.

하지만 출시 직후 플레이해 본 유저들의 반응은 정 반대였다. 전문가들이 매긴 메타스코어는 94/100점이지만 유저스코어는 2.4/10으로 극과 극을 달렸다. 다만 유저스코어는, 논란이 있지만, 현재 5.3점으로 상당히 오른 상황이다.

◆ 그래픽은 좋다. 그런데 그것 뿐

'라오어2'를 구동시키는 PS4는 2014년 11월, PS4 PRO는 2016년 11월 출시된 콘솔이다. 상당한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어지간한 사양의 PC에 비교해도 크게 뒤쳐지지 않는 그래픽과 인물들의 움직임은 호평을 받고 있다.

전작에서 극찬 받았던 액션 역시 상당히 개선됐다. 적들의 AI 능력도 향상돼 전투는 긴장감을 준다. 듀얼쇼크(조종기)로 기타를 연주할 수 있게 만든 요소도 신선하다. OST 역시 좋은 평가 요소 중 하나다.

문제는 가장 중요한 '스토리'가 엉망이라는 것이다. 산으로 가다 못해 개연성, 몰입감 등 어느 하나 유저들에게 만족을 안겨주지 못했다. 이를 느끼는데 걸리는 플레이 시간은 두시간도 채 되질 않는다. 

'좀비 곰팡이'가 전세계로 퍼진 포스트 아포칼립스 시대가 배경인 '라오어1'에서 주인공 조엘과 엘리는 오직 생존을 위해 서로를 의지한다. 조엘은 엘리에게서 사고로 죽은 친딸을 떠올리다가 진짜 딸처럼 여기게 됐고, 시니컬한 소녀 엘리는 그런 조엘을 친아버지처럼 여기고 따르게 된다. 아무런 관계가 없던 두 사람이 염세적인 세계에서 목숨을 걸며 서로를 지켜주면서 감동을 안겼다.

'라오어2' 논란의 중심에 선 캐릭터 애비.
'라오어2' 논란의 중심에 선 캐릭터 애비.

하지만 '라오어2'는 이런 추억과 감동을 다양한 방향으로 뒤틀어버린다.

우선 캐릭터들의 성격이 붕괴됐다. 전작에서 조엘은 모르는 사람은 전혀 안 믿던 인물이지만, '라오어2'에서는 의심스러운 무장 집단에 들어가 스스로 '자기 소개'를 한다. 엘리 역시 14세였던 과거에는 살육집단이나 좀비들 사이에서도 살아 남는 독종이었지만, 5년이 흐른 '라오어2'에서는 총 하나 지키지 못하는 멍청한 모습을 자주 보여준다.

하이라이트는 새로운 등장인물인 '애비'다. 뜬금없이 등장한 애비는 유저들이 깊이 감정이입했던 조엘에게 골프채를 휘둘러 사망케 한다. 나름대로의 까닭은 있지만 이런 막장 세계관에 어울리는 이유는 아니다.

인물이 새롭게 등장하고 작가가 그를 돋보이게 하는 것은 흔한 일이며 충분히 납득할 수 있다. 하지만 '라오어2'의 문제는 조엘과 엘리를 심각하게 격하시켰고, 이런 과정에서 억지스러운 부분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조엘은 어이없이 죽었고 엘리는 전작에서의 모든 인물과의 연결 고리를 애비에 의해 잃는다. 그런데 애비는 복수에 성공하는 것은 물론 생채기 하나 없이 끝까지 멀쩡하게 살아남는다. 이 과정에서 애비 앞에 닥치는 각종 사건과 시련은 많은 부분 우연에 힘입어 해결된다. 이런 '데우스 엑스 마키나'스러운 클리셰는 몰입감을 상당히 떨어뜨린다.

캐릭터에 대한 제작진의 편애도 노골적이다. '라오어2'를 관통하는 주제는 증오다. 그런데 제작진은 증오를 애비에겐 적용시키면서 엘리에겐 그러지 않았다.

엘리는 조엘을 죽인 애비를 추적하며 증오심을 키워간다. 하지만 막판에 가더니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충동적으로 애비를 용서한다. 이 과정에서도 제작진은 억지스럽게 애비의 과거를 플레이하게 만들면서 유저들에게 불쾌감을 안긴다.

1998년 발매된 게임 '서풍의 광시곡'은 3가지 멀티 엔딩으로 마무리된다. 그 중에는 주인공 시라노가 복수에 눈이 멀어 모두를 적으로 돌리고 파멸하는 엔딩이 있는데, 정사로 취급받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복수'와 '증오'라는 주제를 굉장히 잘 녹여내 상당히 좋은 평가를 받은 바 있다. 그런데 지금의 게이머들은 '라오어2'가 22년 전 게임 '서풍의 광시곡'과 비교해도 발전이 없다고 혹평하고 있다.

중고 게임을 가져오면 '라오어2'로 바꿔준다는 파키스탄의 한 게임샵.

악성재고로 쌓이는 '라오어2', 이 와중에 디렉터는 팬들 조롱

출시되고 며칠 되지도 않아 유저들의 평가가 나락으로 떨어지자 웃지 못할 광경이 전세계 곳곳에서 펼쳐지고 있다. 게임샵들이 '라오어2'가 악성재고가 될 것이 눈에 뻔하자 고육지책을 마련하고 있는 것이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건 가격이다. 가장 기본 버전인 스탠다드에디션은 6만원 중반대였지만 현재 4만원 초반대에 형성돼있다. 일반적으로 출시된지 한달도 안 된 게임은 세일 하지 않는데, '라오어2'의 가격은 수직 하락 중이다. 이 추세라면 오래된 혹은 인기 없는 게임에게나 붙는 '50% 이상 할인 딱지'가 금방일 것으로 보인다.

대만에서는 가격을 내려도 팔리지 않자 다른 게임 3개를 사면 '라오어2'를 얹어주는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파키스탄에서는 중고 게임을 가져오면 '라오어2'로 바꿔주는 이벤트를 연 게임샵이 있다. 오히려 중고 게임이 팔릴 가능성이 더 크기 때문으로 보여진다.

일본을 비롯한 전세계 곳곳에서는 수십만원 상당의 한정판 버전도 팔리지 않아 골치를 썩이고 있다. 이는 국내도 마찬가지라 한 커뮤니티에서는 큰 마음 먹고 한정판 50개를 들여왔지만 고작 2개만 팔렸다는 한 매장 주인의 한탄이 떠돌기도 했다.

제작사 너티독은 '라오어2' 판매량이 출시 3일 만에 400만장을 돌파했다며 SNS를 통해 자축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게임샵들이 매입한 숫자로 실제로 소비자들에게 전달된 수치로 보기는 어렵다.

일본에서는 출시 후 1주일만에 판매량이 85%가 감소했고, 중국에서도 가격이 절반으로 떨어졌다. 아시아 다른지역이나 유럽에서도 판매량이 급감했다. 때문에 400만장 이후 다른 소식이 들려오지 않고 있다.

혹평하는 팬들에게 조롱성 트윗을 올린 닐 드럭만.

이처럼 전세계 게이머들이 성토하고 있지만 너티독의 부사장이자 '라오어2'의 디렉터인 닐 드럭만은 팬들을 조롱하면서 기름을 끼얹고 있다.

특히 그는 트위터를 통해 "우리는 우리의 팬을 굉장히 사랑하고 존경한다. 하지만 먄약을 대비해서 이 말을 해야겠다. 사랑하고 존경한다해서 무조건 들어주는건 아니라고"라는 글을 올리면서 엘리가 머리를 톡톡 치는 모습이 담긴 클립도 함께 업로드했다. 이 제스처는 '생각 좀 해라'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평론가 허지웅은 '라오어2'에 대해 이런 평을 남겼다.

"전편이 미래에 살릴 수 있는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보다 눈 앞에 단 한명의 소녀를 살리는 게 더 중요하다고 이야기했을 때 그건 도덕적 딜레마를 감수하는 용기있는 결말이었다. 그러나 속편은, 복수란 순환된다는 사실을 제작진을 제외한 모든 이가 이해하지 못하고 있으며 그러므로 오직 제작진만이 특별한 심미안과 도덕적 판단능력으로 세상을 정화할 수 있다는 듯 행동한다. 그런 태도로 전편의 주인공을 진심으로 사랑했던 이들을 모욕하고 깔보고 조종하며 설교한다. 요컨대 교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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닐드럭만뻐큐 2020-07-12 09:42:32
애비플레이 젤 괴로웠고 도중하차 했음 도저히 할 맘이 안생기더라

아나킨 2020-07-09 13:26:24
오랜만에 속 시원한 기사 잘 봤습니다. ^^
많은 기사들이 핵심을 외면하기 위해 애를 쓰는 모습에 실망했습니다만, 이 기사는 현상과 반응을 아주 정확하게 잘 지적하신 듯 합니다.
감사합니다.

흐음 2020-07-08 17:34:05
그런데도 아직도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면서 옹호하는 분들이 있다죠... 재미있게 했다는건 개인의 경험이니 충분히 인정하고 존중해 마땅하지만 그런데 왜 너는 재미없냐? 라는 비난이 결국 비판자 <-> 제작자와의 설전이 비판자<->옹호자의 설전으로 전이되어 버렸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