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은, '크라이시스 파이터'로 역할 다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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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열 "한은, '크라이시스 파이터'로 역할 다할 것"
  • 유호영 기자
  • 승인 2020.06.12 14: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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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70주년 기념사 "새로운 역할론 강조"
"역대 최저기준금리 경기회복때까지 유지할 것"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사진=연합뉴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유호영 기자] 한국은행이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 통화정책을 완화적으로 운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중앙은행의 준재정적 역할 범위의 확대에 관련해서도 내부적 고민을 통한 사회적 컨센서스를 도출해 나가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12일 한국은행 창립 제 70주년 기념사에서 "코로나로 한국 위기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회복세가 전망될 때까지 금리를 포함한 정책수단을 적절히 활용해 나갈 것"이라며 "정책효과가 극대화되도록 정부와 긴밀히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 총재, 통화정책 완화 당분간 지속...유례 없는 획기적 조치 시행

한국은행은 지난 3월 16일 '빅컷'을 단행하며 1.25%였던 기준금리를 0.75%로 인하했고 2개월 만인 지난 5월 28일 0.5%로 0.25%포인트 낮췄다. 이 총재의 이번 발언은 현재의 금리인하 기조 유지에 대한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이 총재는 "다만, 통화정책을 당분간 완화적으로 운용하는 가운데, 신용의 과도한 팽창이나 자산가격 거품과 같은 금융불균형 누증이 또 다른 위기가 될 수 있기에 중장기적으론 이러한 이례적 조치들을 단계적으로 정상화하는 방안도 미리 준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국은행은 1950년 창립 이후 한국의 경제개발 초기 단계에선 산업화를 통한 성장을 이루는데 지원을 집중했다. 두 차례 오일 쇼크 등으로 고인플레이션을 경험한 후엔 물가안정 기반을 구축하는데 역량을 집중시켰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엔 금융안정에 대한 책무를 적극적으로 수행해왔다. 

그러나 최근 코로나사태로 인해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폭이 확대, 세계교역이 급감, 주요국 경제 침체 등으로 한국은행 입장에선 우리 경제에 영구적인 손실로 이어지지 않도록 획기적 조치 시행이 불가피했다. 

이에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인 0.5%로 낮추고, 미 연준과의 통화 스와프 자금을 활용한 외화대출과 무제한 RP매입을 통해 달러 및 원화 유동성 공급을 대폭 확대했다.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 대상 금융중개지원 대출을 증가시켰고, 신용시장 안정을 위한 비은행 금융기관과 회사채·CP 매입기구에 대한 대출도 실시했다. 

이 총재는 "정부와 한국은행의 적극적인 대응으로 금융시장 불안이 진정되고 있지만 실물경제 위기를 완전히 극복하기까지는 많은 난관이 남아있다"고 밝혔다.

코로나 전개양상에 따라 실물경제의 회복 시기와 속도가 크게 좌우될 것이며, 고용사정 악화와 민간 채무상환능력 저하 또한 회복세를 제약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총재, 한은의 준재정적 역할 범위 확대는 신중하게

이 총재는 이번 위기 대응 과정에서 중앙은행의 역할 범위 확대에 대한 논의도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발권력은 국민이 부여한 권한이지만 기본적으로 국민의 재산이기에 신중하게 행사하는 것이 중앙은행이 지켜야 할 기본원칙이다"라며 "다만, 이번 위기에서 중앙은행이 ‘크라이시스 파이터(crisis fighter)’로서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중앙은행의 준재정적 역할에 대한 요구를 어디까지 수용해야 하며, 정당성은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 중앙은행의 시장개입 원칙을 어떻게 정립할 것인지에 대해 내부적으로 치열하게 고민하고 사회적 컨센서스를 도출해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지난달 29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3차 추가경정예산 브리핑에서 추경 편성에 따른 국고채 공급 부담 완화를 위해 한은이 국고채 물량을 흡수해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올해 발행하는 적자국채 물량이 97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면서 채권금리 상승(채권가격 하락)을 방어하기 위해 한은이 나서야 한다고 직접적으로 밝힌 것이다. 

이 총재의 이번 발언은 이러한 국채매입 압박에 대해 신중하게 접근하겠다고 답변한 것으로 풀이된다. 

◆코로나사태로 인한 경제 환경 급변, 디지털 기술·시스템 혁신 등으로 대처할 것

이 총재는 코로나사태로 인한 경제적 위기로 다양한 방면에서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고 진단하며 포스트 코로나에 대응하기 위한 대처 방안도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이 총재는 "코로나 위기를 계기로 탈세계화가 본격화되며 글로벌 공급망이 약화되고 자유무역 질서가 크게 흔들릴 위험이 있다"며 "비대면 경제활동 확산이 사회 전반의 디지털화를 촉진시켜 4차 산업혁명을 가속화하고 글로벌 경쟁 또한 심화 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 과정에서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소득 양극화, 부채 누중 등 각 부문의 불균형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경제환경 변화를 고려할 때 위기 극복에 전력을 기울이는 가운데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준비하는데 만반의 준비를 하겠다는 방침이다.

민간의 자율성과 창의성이 활발히 발휘되도록 해 지식·기술에 기반하는 생산성 주도의 성장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이 총재는 디지털 혁신이 민간부문을 넘어 중앙은행 고유의 지급결제 영역까지 파급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지급결제제도의 안전성과 효율성을 위해 이러한 흐름에 능동적으로 대처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한국은행은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에 대한 연구·개발을 진행 중이다. 

한은은 올해 2월 CBDC 전담 연구조직인 디지털화폐연구팀을 신설해 기존의 이론 연구에서 나아가 기술 관련 연구를 심도있게 진행하고 있다. 

한은은 지난 4월  ‘코로나19 확산이 최근 주요국 지급수단에 미친 영향’ 보고서를 통해 코로나19 확산으로 현금 사용이 줄어들고 비대면·비접촉결제가 늘면서 각국이 디지털 화폐 및 CBDC 발행을 앞당길 수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이에따라 한은은 올해 9월까지 CBDC의 대략적인 설계와 요건 정의, 구현 기술 검토를 마치고, 이어 CBDC 발행 권한과 법화성, 한은·시중 금융 기관·민간과의 법률관계 등을 고려해 올해 안에 관련법 개정 필요성 등 방안을 마련한 뒤, 내년 파일럿 시스템을 구축해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갈 방침이다. 

한은은 지난 9일 필요시 CBDC 도입을 위한 준비 작업을 추진하겠다는 내용을 포함한 중장기 발전전략 BOK2030도 공개했다.

이 총재는 "BOK 2030은 장래 경제 패러다임의 급속한 변화에 대한 한국은행의 능동적 대응책으로 한은의 역할을 새롭게 정립하기 위한 중장기 발전전략"이라며 "직원 개개인을 각 분야에서 최고의 전문가로 육성하는 한편, 조직의 유연성과 시너지 제고로 한국은행의 정책역량이 극대화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은행의 핵심역량인 조사연구의 수준을 높이는 동시에 최신 디지털 기술을 도입, 경영인사 시스템 혁신과 조직문화 재정립을 통해 일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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