닷컴버블시기 맞먹는 美 IT주 '이상 급등'...'미스터리 상승'도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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닷컴버블시기 맞먹는 美 IT주 '이상 급등'...'미스터리 상승'도 등장
  • 김지은 기자
  • 승인 2020.06.11 15: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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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스닥 사상 최초로 1만선 안착...대형 IT주 강세가 이끌어
일각에서는 닷컴버블 연상된다 의견도...
과거에 비해 체력 강해진 것은 긍정적
Fangdd 등 이름만 비슷해도 주가상승...미스터리 상승세도 등장
FANG으로 대표되는 기술주의 과열 양상
"경기 불확실" 발언도..IT주는 호재로 받아들여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지난 10일(현지시각) 미국 나스닥 지수가 1만선 고지를 넘어섰다. 사흘 연속 사상 최고치 기록을 새로 쓴 나스닥 지수는 지난 1971년 나스닥 출범 이후 처음으로 종가 기준 1만선에 안착했다. 

나스닥 지수를 이끈 것은 미국의 대형 IT주다. 시가총액 1위~4위인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닷컴, 페이스북 등은 모두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 역시 나흘 연속 상승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닷컴버블 연상되는 FAMANG의 급등..체력은 과거와 다르다

소위 FAMANG(페이스북·애플·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닷컴·넷플릭스·구글)이라고도 불리는 이들 대형 IT주의 강세는 코로나19로 인해 글로벌 금융시장이 출렁이던 시기에도 유독 두드러졌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많은 이들이 자택에 머물며 애플,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닷컴 등을 이용하는 시간이 길어지자 주가가 여타 종목 대비 빠른 반등을 보여왔다. 팬데믹이 오히려 IT기업들에게는 우호적인 환경으로 자리를 잡은 것이었다.

코로나19는 완화되는 추세지만, 코로나19 이후, 즉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접어들면서 IT 업종에 대한 수요가 유지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주가를 추가적으로 끌어올린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IT주의 두드러지는 강세를 두고 '닷컴 버블이 연상된다'는 평가도 내놓고 있다.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미국 프로농구 NBA 댈러스 매버릭스의 구단주이기도 한 마크 큐반은 "지금 상황은 확실히 그것(닷컴버블)과 똑같이 느껴진다"며 "최근 당일매매가 급증했는데, 이 역시 90년대 후반과 똑같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이들 기술주들의 체력이 닷컴버블 당시와는 다르게 견조하다는 것에 초점을 맞추기도 한다.  

포브스는 "기술은 현재 모든 산업을 거의 이끌고 있고, 다른 산업에 비해 이익률이 높은 고부가가치화로 지속 가능한 업종"이라며 "이는 닷컴 버블과 현재 상황이 다름에 대한 확실한 근거"라고 설명했다. 

나스닥 지수 추이.
나스닥 지수 추이.

빅IT주가 이끄는 나스닥 강세...이름 비슷한 종목, '급등' 미스터리

닷컴버블 논란은 차치하더라도, 대형 IT종목이 여타 다른 종목과는 상반되는 움직임을 보인다는 점에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나스닥 지수가 1만선에 안착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지난 10일 다우지수는 1%가 넘는 하락세를 보였다. S&P500 지수 역시 0.5% 하락했다. 나스닥만 상승세를 유지했다는 것은 일부 대형 IT주의 강세 흐름이 나스닥 지수 전체를 끌어올렸음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실제로 앞서 언급한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닷컴, 페이스북, 알파벳 등 빅5의 시가총액은 5조9000억달러(약 7000조원)로, 나스닥 전체 시가총액에서 40%에 달한다. 

일부 종목이 이끄는 주식시장의 강세는 그리 바람직하지는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입장이다. 고른 상승세가 이어질 때 지속 가능한 랠리를 기대할 수 있지만, 일부 업종에 치우친 랠리의 경우 오히려 과열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골드만삭스 애널리스트들이 지난달 빅IT 기업들의 S&P500 지수 비중을 분석한 결과, 빅5 기업의 비중은 20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바 있다.

반면 이들 기업의 실적은 여전히 불확실성에 쌓여있는 상황이다. 애플의 경우 지난 4월말 실적 발표에서 다음 분기 실적 전망은 생략한 바 있으며, 아마존 역시 매출은 늘었으나 순이익은 오히려 줄어들었다. 불확실한 실적 전망 속에서 주가가 급등한다면, 이는 과열양상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것은 또 있다. 대형 IT주 중 마이크로소프트를 제외하고, 흔히 FANG(페이스북·애플·넷플릭스·구글)  혹은 FAANG(페이스북·애플·아마존·넷플릭스·구글)  이라고 일컫는 경우가 많은데, 이들 IT기업과 전혀 관계없는 'Fangdd(팡둬둬)'라는 중국 부동산 업체의 주식예탁증서 가격이 치솟은 점 역시 과열양상을 반영하는 부분이다. 

중국 선전에 본사를 둔 중국의 부동산 업체 팡둬둬 네트워크 그룹(Fangdd Network Group Ltd)이 나스닥 시장에 상장한 주식예탁증서 가격은 지난 9일 전일의 4배에 가까운 395% 급등한 채 거래를 마감했다.

장 중 한 때 1200% 넘게 뛰기도 했다. 지난 9일 주당 가격은 장 중 129.04달러까지 올랐는데, 직전 사상 최고가는 주당 16.60달러 수준이었다. 거래량 역시 20만주를 넘어섰는데, 이는 5월까지 평균 거래량의 약 50배에 달한다. 

팡둬둬 회장은 이날 성명을 통해 "회사의 통제력을 벗어난 여러가지 이유로 회사의 예탁증서 거래가격이 유의미한 변동성을 보일 수 있다는 점에 대해 투자자들에게 주의를 당부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주요 외신들은 일부 개인 투자자들이 팡둬둬(Fangdd)를 FANG으로 착각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FANG 주식이 힘을 얻고 있던 날 이유가 무엇이든 팡둬둬(Fangdd)는 아무런 이유 없이 다섯배로 뛰어올랐다"며 "이는 그저 파블로프의 열광이었는지도 모른다"고 언급했다.

'FANG' 주식을 사야 한다는 조건반사식 투자 열망으로 인해, 단순히 이름이 비슷한 이 주식이 급등했다는 설명이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 사진=연합뉴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 사진=연합뉴스

제롬 파월 연준 의장 "경기, 여전히 불확실해"..IT는 "그것도 호재"

경기에 대한 조심스러운 전망 역시 IT주에는 호재가 됐다. 

제롬 파월 미 연방제도(Fed, 연준) 의장은 이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기준금리 동결 결정 이후 기자회견을 갖고, "경제회복 속도는 매우 불확실하다"며 "완전한 경제회복은 사람들이 광범위한 활동에 다시 나서기에 안전하다고 확신할 때까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 경기에 대해 여전히 조심스러운 태도를 유지했다. 

파월 의장은 "가능한 한 강한 회복을 위해 모든 수단을 사용할 것"이라는 의견도 내놨다. 2022년가지 제로금리를 유지하겠다는 것은 물론, 그간 증시 상승세의 바탕이 된 강한 유동성 공급책을 지속적으로 사용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파월 의장의 경기에 대한 조심스러운 전망은 여타 주식들을 다시 하락세로 이끌었지만, IT주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IT주는 팬데믹 상황 속에서도 강세를 유지해왔던 만큼, 경기가 당분간 반등하지 않더라도, 성장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판단이 주를 이뤘던 것.

여기에 경기를 살리기 위해 모든 수단을 사용할 수 있다는 연준의 강력한 발언도 IT주를 강세로 이끌었다.

종합해보면 IT주는 경기가 악화된다 하더라도 자택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 혜택을 받고, 연준의 경기부양책이 더해지면 이 역시도 호재가 된다는 지나치게 낙관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연준에 맞서지 말라'는 오랜 증시 격언을 언급하며, 연준의 경기부양책은 주식시장을 상승세로 이끌 수 있다고 설명한다. 증시를 띄우는 것이 연준의 주된 목적은 아니지만, 경제를 위해 뿌리는 현금은 대부분 주식시장으로 귀결된다는 것. 

이는 주식시장의 거품을 오히려 부채질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어 투자자 입장에서는 더욱 조심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연준이 자산매입 등 부양책을 시작한 3월의 주식시장은 그야말로 난장판이었지만, 현재 시장은 정크 채권마저 투자처가 되며 지나치게 잘 돌아가고 있다"며 "투자자들은 연준이 기업의 도산을 가로막고 있다고 분명히 믿고 있다"고 지적했다. 

램클리 자문그룹의 최고 투자책임자인 피터 부크바 역시 "시장은 이제 잘 돌아가는데 왜 연준은 아직도 국채를 대거 사들이고 있는가?"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워싱턴포스트는 "파월 의장이 위험관리 모드를 유지한다고 밝히면서 시장 투자자들은 얼마나 많은 장애물이 남아있는지 조심스럽게 전망하기 시작했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연준이 증시 거품을 부채질하고 있는 것은 (주식시장의) 또 다른 도전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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