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금융회사 임원, 징계기준 모호" 지적...금융권 논란 재점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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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금융회사 임원, 징계기준 모호" 지적...금융권 논란 재점화
  • 유호영 기자
  • 승인 2020.03.23 15: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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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파생결합증권(DLF) 손실 사태로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중징계에 대한 효력 정지 결정을 내렸다. 사진=연합뉴스
법원이 파생결합증권(DLF) 손실 사태로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중징계에 대한 효력 정지 결정을 내렸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유호영 기자] 법원이 파생결합증권(DLF) 손실 사태로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금융당국으로부터 받은 중징계에 대한 효력 정지 결정을 내렸다. 이에 금융감독원의 금융회사에 대한 처분 권한이 또 다시 수면위로 올라오며 논란이 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손 회장을 비롯해 함영주 KEB하나금융지주 부회장에 대해 중징계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적용한 금융사지배구조법에 대한 해석을 정반대로 뒤집은 판결이 나왔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지난 1월말 DLF사태 조사를 마치고 금융사 제재수위를 정하면서, 금융사지배구조법에 따라 대통령령으로 금융권 임원에 대한 징계권한을 금융감독원장 전결 사항으로 위임받았다고 밝혔었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20일 서울행정법원은 손 회장이 금감원을 상대로 낸 '문책경고 징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판결문에는 금감원장 전결로 확정한 손 회장 등에 대한 중징계가 월권적 해석일 수 있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이에 따라 앞으로 금감원이 금융권 임원에 대해 징계시 금감원장 전결 사항의 폭이 축소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는 지난 20일 손 회장에 대한 금감원의 문책(중징계) 효력이 유지돼 연임이 불가능해지는 경우 손 회장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제35조 제1항 제3호에 따라 손 회장 등 은행 임원 징계권한이 원칙적으로 금융위원회에 있음을 밝혔다. 이는 그동안 금감원이 금융사 지배구조법에 따라 금융사 임원에 대한 금감원장 전결 논리를 뒤엎는 판결이다. 

금감원이 그동안 이런 논리를 폈던 것은 대통령령에 따른 법리 해석때문이었다.  

금융위원회는 대통령령에 따라 권한의 일부를 금융감독원장에게 위탁할수 있다. 그러나 재판부는 "관련 규정들을 통해 상호저축은행 외의 금융회사 임원에 대한 문책경고 권한은 금융위원회가 갖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밝히며 위탁 범위에 대해 선을 그었다. 

금감원은 이번 재판에서 금융위로 부터 은행 임원에 대한 문책경고 권한을 포괄적으로 위임받았다고 주장했다. 이에대해 재판부는 "금감원이 근거규정으로 주장한 법들을 포괄적 위임규정으로 볼 수 있는지 명확하지 않는데다, 개인(손 회장)의 이익을 침해할 수 있는 행정처분의 근거가 되는 행정법규는 엄격하게 해석하고 적용해야한다"며 "금감원이 은행임원에 대한 문책경고까지 직접 위임한 규정으로 해석할 수 있을지는 본안에서 심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재판부는 "임원 문책경고에 대한 징계기준이 '비위의 정도가 심하거나 중과실이 있을 경우'라는 추상적이고 포괄적 사유만 있을뿐 구체적·개별적 기준이 없다"며 금감원의 징계재량권에 명확한 기준이 없음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제재 처분에 관한 규정과 시행세칙에 불확정 개념을 사용하고 있어 제재 예측가능성과 일관성·형평성을 해칠우려가 있다"고 밝힌 감사원의 금감원에 대한 지난 2017년 지적사항을 판단근거로 삼았다. 

이번 재판으로 금감원의 징계 권한에 대한 모호성으로 인한 소모적 논란을 줄이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금감원이 금융사고 예방과 건정성 감독에 집중하기 보다 금융회사 위에 군림하려고 한다는 지적이 있어왔다"며 "금융위와 금감원을 합치고 감독 독립성을 보장해주는 쪽으로 가야한다"고 말했다. 

그는 "금융위는 정책 입안과 감독집행 업무를 담당하고 금감원은 감독업무만 맡다보니 금감원이 거시적 안목으로 금융시장 발전을 도모하기 보다는 사후 징계에 치중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두 부처가 합쳐지면 금융정책 입안 권한이 생기면 금융시장 발전을 도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만 정치권 등의 외풍에 시달리지 않기 위해 금융위와 금감원의 결합 과정에서 독립성확보가 사전에 전제돼야한다"며 "한국은행처럼 법으로 명시해 금융정책을 중립적으로 수립하고 자율 집행하게 규정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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