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 자체에 의미를 두는 한일정상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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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 자체에 의미를 두는 한일정상회담
  • 김인영
  • 승인 2015.10.28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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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술에 배부르랴…과거사 딛고 미래로 나가는 첫걸음 되길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간의 첫 정상회담이 오는 11월 2일 예정되면서 두 정상이 무엇을 논의할지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김규현 외교안보수석은 28일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갖고 "제6차 한일중 정상회의가 박 대통령 주재 하에 1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개최될 예정"이라며, "박 대통령과 아베 일본 총리가 내달 2일 서울에서 첫 한일 정상회담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번 한일 정상회담은 두 정상간 만남 자체에 큰 의미를 두는 시각이 적지 않다. 두 정상이 정식으로 만나는 것은 양국의 현 정부가 출범한 이후 처음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 3월 리콴유(李光耀) 전 총리의 국장과 지난해 11월 베이징(北京)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등에서 아베 총리와 만났으나, 환담을 나누는 데 그쳤다.

양국 정상회담이 2012년 5월 당시 이명박 대통령과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총리 간의 회담 이후 끊겼다는 점을 감안하면 3년 반만에 이뤄질 것으로, 이번 한일 정상회담은 양국관계 개선의 모멘텀으로 삼아야 한다는 전망이다.

▲ 지난 2014년 11년 15일 호주 브리즈번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연합뉴스 자료사진

 

과거사에 발목 잡힌 한일관계

우선 한일 양국 사이에는 과거사가 발목을 잡고 있다. 2012년 8월 이명박 당시 대통령이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는 독도를 처음 방문하고, 이듬해인 2013년 12월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이후 한일 관계는 악화일로를 걸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핵심으로 하는 과거사 문제는 그동안 박 대통령과 아베 총리간 정상회담이 이뤄지지 못했던 사실상의 걸림돌이었다. 우리 정부는 미래지향적 한일관계를 위해서는 위안부 문제에서의 진전이 중요하다는 점을 그동안 누차 일본 측에 강조해왔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6월 22일 일본대사관주최로 열린 한일수교 50주년 기념식에서 "올해가 미래를 향해 나갈 수 있는 역사적 기회"라면서 그 방법과 관련, "과거사의 무거운 짐을 내려놓을 수 있도록 만들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어 박 대통령은 나아가 '신뢰가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뜻의 사자성어 '무신불립(無信不立)'을 언급하면서 "신의를 보다 깊게 할 수 있도록 필요한 조치들을 양국이 함께 취해 나가자"고 강조한 바 있다.

이는 한일 관계의 미래를 만들어나가기 앞서 과거에 대한 일본의 조치가 어느 정도 필요하다는 것을 말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일각에선 한일간 조율을 거쳐 아베 총리가 진전된 입장을 내놓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일본 정부의 법적 책임인정 문제와 어떤 명목으로 피해자에게 재정 지원을 할 것인지 등에 대해 양국간 이견차를 좁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에 등떠밀려 하는 한일 회담

이번 한일 정상회담은 우리 정부가 한중일 3국 정상회담을 주도하는 과정에서 부수적인 성격을 띠거니와, 미국의 압력을 수용하는 차원에서 이뤄진다는 점에서 큰 기대를 하기 어렵다는 시각이 많다.

우리 정부로서는 10월초 열릴 한일중 정상회의 의장국으로 아베 총리와의 정상회담을 거부하는데 부담이 따랐을 수 있다. 특히 북핵 문제 등과 관련해 안보협력 필요성이 여전한 상황에서 과거사 문제로 악화했던 한일관계를 더는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이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한미일 공조체제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한일관계의 개선을 강조하는 미국의 희망도 외면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분석된다.

게다가 박근혜 정부로서는 내년 총선, 2017년 대선을 앞두고 있다는 점에서 올해가 한일관계 개선과 위안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관측이 나온다. 올해를 넘기면 아베 총리의 임기가 끝나는 2018년까지도 관계개선의 계기를 마련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됐다.

이번 정상회담은 3국의 다자 정상회의 성격을 띠므로, 이를 계기로 상호 방문형식의 정상회담도 기대할 수 있다.

 

회담 앞서 치열한 샅바 싸움

이번 회담에서 큰 기대를 하기엔 여전히 한일관계의 현실이 녹록지 않다는 시각도 많다. 이는 이번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일간에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맞물려 치열한 신경전과 샅바싸움이 전개된데서도 잘 알 수 있다.

우리 정부가 다음달 2일 한일정상회담을 제안했다고 극히 이례적 발표를 한데 대해 일본측에서 "그런 보도를 들은 바 없다"는 반응을 내놓는 등 외교적 관례에 비춰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졌다. 아베 정부가 한국측 제안을 받아들였다는 사실도 일본 언론 보도를 통해 나왔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과거사 문제는 앞으로도 계속 논의를 하되 어렵사리 마련한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화해의 불씨를 살려 나가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첫술에 배부르랴, 성과집착 말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조세영 동서대 일본연구센터 소장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3년가량 정상회담이 없어서 우리 외교에도 부담되니 이를 다소 완화하는 것만 해도 소기의 성과라고 본다”며, “경색된 국면을 좀 풀고 상황을 '관리하는 모드'로 간다는 것을 목표로 잡는게 게 합리적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박영준 국방대 교수도 “이번 정상회담은 한일관계를 본격적으로 개선하고 우리의 주변국 외교를 좀 더 정상적으로 가져가기 위한 '첫걸음'으로 삼았으면 한다”고 전제하고, “ “첫술에 배부르랴라는 말이 있듯 우리가 바라는 대로 모든 것이 합의되지는 않을 것이지만, 이번 회담을 통해서 (해결 방안을) 좀 더 구체적으로 풀어나갔으면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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