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오는 기후위기]① 지구 곳곳 기상이변...'현실' 외면하는 각국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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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오는 기후위기]① 지구 곳곳 기상이변...'현실' 외면하는 각국 정부
  • 김지은 기자
  • 승인 2020.01.25 08: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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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2050년까지 1조유로 투자해 유럽 그린딜 이행
중국, 가파른 경제성장에 탄소배출량 계속 늘 듯
호주, 기후변화 대응 요구 목소리에도 정부는 "친석탄"
미국, 파리협약 탈퇴...트럼프 "아직 비관할 때 아냐"
미국 국립기상청(NWS)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지부는 트위터를 통해 '나무에서 떨어지는 이구아나를 조심하라'는 경고를 전했다. 사진=연합뉴스
미국 국립기상청(NWS)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지부는 트위터를 통해 '나무에서 떨어지는 이구아나를 조심하라'는 경고를 전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나무에서 떨어지는 이구아나들을 보더라도 놀라지 마십시오"

미국 국립기상청(NWS)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지부는 최근 트위터를 통해 경고 메시지를 전했다. 냉혈동물인 이구아나는 기온이 화씨 50도(섭씨 10도) 아래로 떨어지면 움직임이 느려지고, 더 추워지면 몸이 마비된다. 플로리다에서 이날 저녁 예상 기온이 화씨 30~40도(섭씨 -1~4도)로 예상돼 나무 위에 있던 이구아나들의 몸이 마비되면서 떨어질 수 있으니 놀라지 말라는 경고였다.

겨울철 플로리다 기온은 화씨 65도(섭씨 18도) 아래로 잘 떨어지지 않는 편이다. 흔치 않은 한파탓에, 이구아나를 조심하라는 흔치 않은 예보가 나온 것이다. 

호주에서는 5개월째 산불이 계속되고 있다. 최근 몇년간 극심한 가뭄이 이어지면서 극도로 건조해졌고, 섭씨 40도에 육박하는 폭염이 지속되면서 산불이 좀처럼 진화되지 않고 있다. 최악의 산불과 함께 골프 공만한 우박까지 떨어지면서 피해도 속출하고 있다. 우박이 쏟아지는 와중에도 산불이 좀처럼 잡히지 않는 등 호주는 그야말로 최악의 상황을 맞닥뜨렸다. 

지구 곳곳에서 이상기후로 몸살을 앓기 시작하면서, 세계 각국의 정상들은 물론 기업인들까지 '기후변화'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올해로 50주년을 맞는 스위스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에서도 핵심 의제로 다뤄질 정도로 그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기후변화'. 세계 각국 정상들도 뒤늦게 지구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나섰다. 
 
EU, 유럽 그린딜 이행 위해 2050년까지 1조유로 투자

유럽연합(EU)은 지구 온난화로 인한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1조유로(약 1290조원)에 달하는 투자 계획을 내놨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지난 16일(현지시각) '유럽그린딜' 이행 관련 투자계획을 발표하면서 이의 일부인 '공정전환 체계' 제안서를 공개했다.

제안서에는 유럽이 녹색경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타격을 받을 수 있는 지역과 노동자를 지원하기 위한 기금 활용 방안 등이 담겼다.

특히 석탄이나 원자력 발전에 기금을 지원하지 않겠다는 내용도 포함돼 눈길을 끌었다. 지난해 12월초 취임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신임 EU 집행위원장은 2050년까지 EU를 최초의 탄소중립대륙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인 '유럽그린딜'을 역점사업으로 두고 있다. 탄소 순배출 총량을 '0'으로 만든다는 목표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중국을 비롯한 다른 국가들에게도 탄소 절감을 위한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그는 21일(현지시각) 다보스포럼에서 탄소국경조정기구를 설치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는데 이 역시 유럽그린딜의 일환이다. 탄소국경세는 이미 지난해 말부터 제기돼온 방안으로, 온실가스 배출규제가 약한 국가에서 EU로 수입되는 제품에 막대한 관세를 부과하는 조치다. 그는 "해외에서 CO2 수입을 늘린다면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만 줄이는 것은 의미가 없다"며 "이는 공정성의 문제"라고 언급했다.

현재 유럽위원회는 세계 무역기구 규정에 위배되지 않는 방법으로 국경 매커니즘을 어떻게 고안할지 여부를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집행위원장이 다보스포럼에 참석해 탄소국경조정기구를 설치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사진은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집행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집행위원장(왼쪽)이 다보스포럼에 참석해 탄소국경조정기구를 설치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사진은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집행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온실가스 최대 배출국 중국..온실가스 감축 다짐

기후변화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중국은 가장 관심을 기울이게 되는 나라 중 하나다. 세계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나라인데다, 총량 기준으로 현재 가장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있으며, 높은 경제성장률을 이어가면서 그 배출량이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폰데어라이엔 EU집행위원장 역시 다보스포럼에서 중국을 언급했다. 중국산 철강제품은 폰데어라이엔 EU집행위원장이 강조하는 '탄소국경세'에 포함될 수 있는 대표적인 품목이다.

중국 정부 역시 '기후변화'에 대한 세계적인 추세에 발을 맞추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중국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파리기후협약에 서명하며,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을 다짐한 바 있으며, 최근의 5개년(2016~2020년) 계획에서도 이를 포함시켰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현재 중국은 국내총생산(GDP) 단위의 에너지 사용량 및 탄소 배출량 감축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2017년과 2018년에 GDP당 배출량을 각각 5.1%, 4% 줄이는 등 계획을 진행하고 있다. 

다만 세계 각국은 중국이 경제성장을 지속하고 있는 만큼 전반적인 탄소 배출량은 계속 증가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중국은 2018년 화석연료가 전체 에너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9%로 낮아지면서 목표 비중이었던 58% 달성이 가까운 듯 보였지만, 전체 에너지 총량은 2013년 최고 수준에 근접할 정도로 크게 늘었다. 석탄 파이의 조각은 줄어들고 있지만, 전체 파이는 여전히 커지고 있어 의미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 정부는 총 에너지 사용량이 증가하는 만큼 천연가스는 물론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늘리기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지난 2018년 기준으로 비(非)화석 에너지 비율은 14.3%로 늘었으며, 이는 당초 2020년까지 15%로 늘리겠다는 목표치에 근접한 수준이다. 또 수력과 원자력·풍력·태양열 에너지의 발전설비 용량은 약 756기가와트로, 특히 풍력과 태양광 발전설비 규모는 전세계 1위에 이름을 올렸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이 세계적인 규모의 신재생 에너지 발전설비를 갖추게 된 배경에는 중국정부의 보조금이 도움이 됐다"면서도 "하지만 중국정부는 현재 신재생 에너지가 경쟁력을 갖췄다고 여겨 보조금을 삭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호주, 5개월째 지속되는 산불..모리스 총리는 '친석탄'

최근 지속되는 산불로 깊은 시름에 빠진 호주의 기후변화 대응책에도 관심이 쏠린다. 특히 5개월간 이어지고 있는 최근의 화재로 인해 호주의 탄소배출량도 크게 늘어 우려되고 있다.

미 항공우주국(NASA)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8~12월까지 호주 뉴사우스웨일스 지역에서만 호주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의 절반에 가까운 2억6000만톤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번 화재의 경우 과거에 비해 극심한 수준이었던 탓에 그 수치 역시 큰 불확실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호주의 싱크탱크인 호주연구소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호주는 세계 3위의 화석 연료 수출국이자, 1인당 탄소 배출량이 가장 높은 나라 중 하나다. 2019년 기후변화 성과지수를 보면 호주는 온실가스 배출량·에너지 사용량·기후정책 분야에서 세계 57개국 중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당초 호주 내 연구기관들은 오래전부터 기후 변화로 인해 화재 시즌이 더욱 길어지고 더 큰 재앙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해왔지만, 스콧 모리슨 정부는 이를 간과했다"고 지적했다.

스콘 모리슨 총리는 호주의 석탄산업을 강력히 지지해왔다. 호주의 석탄산업은 전세계 석탄수출 가운데 3분의 1에 달하고 호주 시민들에게도 상당한 일자리를 제공한다는 이유에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호주 시민들 대다수가 기후변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연구조사 결과도 있었지만, 2007년 이후 호주 정부는 기후변화에 대해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오면서 이렇다할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말콤 턴불 전 호주총리는 "호주는 새 기후협정이 필요하지만 친석탄 정부에 의해 그 기회가 낭비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5개월간 지속된 호주 산불은 최악의 피해를 낳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미국, 파리기후협약 탈퇴..트럼프 "비관할 때 아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올해 다보스포럼에 참석해 "나무 1조그루 심기에 동참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보스포럼의 핵심 의제인 기후변화 혹은 지구 온난화에 대해 거의 언급을 하지 않았으며, "지금은 비관할 때가 아니라 낙관할 때"라고 말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후변화에 대해 줄곧 시큰둥한 반응을 보여왔다. 기후위기와 지구 온난화가 허구이며, 이에 대한 대응이 미국 기업을 비롯한 미국 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이유를 내세워 파리기후 협약 탈퇴를 대선 공약으로 내걸기도 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파리기후협약 가입 이후 3년이 지나 탈퇴가 가능해진 지난해 11월 유엔측에 파리기후협약 탈퇴 의사를 밝히고, 관련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1년에 걸친 절차가 마무리되면 미국은 오는 11월4일 협약을 공식 탈퇴하게 된다. 폼페이오 장관은 "협약이 미국 노동자와 기업, 납세자에게 부담을 준다"며 파리기후협약 탈퇴 이유를 트위터를 통해 밝히기도 했다.  

다만 연방정부와는 달리 캘리포니아나 워싱턴 등 주 정부나 자치단체 차원에서는 탄소배출 감축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이다.

캘리포니아의 경우 '자동차 탄소 배출 제로(ZEV, Zero Emission Vehicle)' 정책을 시행하는 대표 지역이다. 현재 약 35만대의 전기차가 운행되고 있는데, 2025년까지 150만대를 보급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추진하고 있다. 또 전기차와 수소차 판매를 2030년까지 500만대로 늘리기 위해 25억달러를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워싱턴주는 시신을 화장하거나 묘지에 매장하지 않고, 관이 없는 상태에서 흙속에서 급속히 부패시키는 인간퇴비화를 허용했다. 지난해 5월 시신을 '천연유기환원'과 '가수분해' 프로세스로 처리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법안이 통과됐으며 올해 5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시신을 매장하기 위한 땅이 한계에 도달했고, 화장을 할 경우 대량의 연료 소비 뿐 아니라 이때 발생하는 오염물질이 환경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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