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정상화 시급한데’…윤종원 IBK기업은행장, 사흘째 출근 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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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 정상화 시급한데’…윤종원 IBK기업은행장, 사흘째 출근 무산
  • 김솔이 기자
  • 승인 2020.01.07 14: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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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낙하산 인사 사퇴해야…대화 거부”
인사 및 중소기업 지원 등에 부정적 영향
“윤 행장, 文정부 이해도 높아” 의견도
윤종원 신임 IBK기업은행장이 7일 오전 서울 을지로 기업은행 본점에서 출근을 저지하는 노조원들을 마주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종원 신임 IBK기업은행장이 7일 오전 서울 을지로 기업은행 본점에서 출근을 저지하는 노조원들을 마주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솔이 기자] 윤종원 IBK기업은행장이 임기 사흘째에도 노동조합의 반대에 부딪혀 출근을 하지 못했다. 기업은행 노조는 윤 행장이 사퇴할 때까지 출근 저지 투쟁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이다.

윤 행장이 정상적으로 업무를 수행하지 못하면서 내부 경영에도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금융권에선 윤 행장의 관료 경험이 행장 역할에 모자라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윤 행장은 7일 오전 8시 40분께 출근을 위해 서울 을지로 본점에 도착했다. 그러나 미리 진을 치고 있던 노조가 윤 행장의 내부 진입을 막았다. 노조 측과 대화를 시도하려는 윤 행장의 노력도 역부족이었다. 결국 윤 행장은 이날도 집무실 대신 삼청로 금융연수원에 마련된 임시 집무실에서 업무를 보기로 했다.

오는 8일에도 윤 행장은 본점으로 출근할 예정이다. 그는 노조의 출근 저지가 이어질 경우 어떻게 할지 묻는 질문에 “열린 마음으로 풀겠다”며 대화를 통해 노조와의 갈등을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

◆ 노조, 윤 행장과 ‘대화 거부’ 방침

노조는 전형적인 ‘낙하산 인사’라는 이유로 윤 행장 임명에 반대하고 있다. 국책은행인 IBK기업은행장은 금융위원장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 다만 2010년 이후 세 차례 연속 내부 출신이 행장을 맡아왔다.

특히 전 정권에서 관치를 비난했던 정부가 자가당착에 빠졌다는 게 노조 측의 입장이다. 2013년 더불어민주당은 “관치는 독극물이고 발암물질”이라며 허경욱 전 기획재정부 차관의 기업은행장 임명을 저지하고 내부 출신인 권선주 전 행장 임명을 이끈 바 있다. 또 2017년에는 금융노조가 당시 후보였던 문재인 대통령 지지를 선언하며 더불어민주당과 ‘낙하산 인사 근절’ 내용이 담긴 정책 협약을 맺기도 했다.

윤 행장이 은행 영업 현장 경험이 없는 관료 출신이라는 점도 노조가 반발하는 이유다. 윤 행장은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과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 국제통화기금(IMF) 상임이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특명전권대사,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 등을 거친 정통 경제관료 출신이다.

노조는 윤 행장이 물러날 때까지 출근 저지 투쟁을 계속하기로 했다. 윤 행장과의 대화를 거부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윤 행장이 7일 출근길에서 노조와 대화하고 싶다는 의사를 드러내자 “안 된다”, “돌아가라”, “낙하산은 물러가라”라며 강경한 입장을 되풀이했다.

앞서 윤 행장은 출근 첫 날인 지난 3일에도 노조에 가로막혀 10분 만에 발길을 돌렸다. 이날에는 명동11길 은행연합회 건물에 위치한 금융연구원에서 업무를 봤다. 6일의 경우 출근 대신 관료 출신 행장으로 내부 신망이 두터운 고(故) 강권석 기업은행장의 묘소를 참배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그럼에도 3일과 6일에 각각 ‘2020 범금융 신년인사회’와 ‘2020 중소기업인 신년인사회’에 참석하며 대외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윤 행장이 7일 오전 노조원들에게 가로막혀 본점에 들어서지 못했다. 사진=연합뉴스
윤 행장이 7일 오전 노조원들에게 가로막혀 본점에 들어서지 못했다. 사진=연합뉴스

◆ 연일 출근 무산…경영 활동에 차질

당분간 윤 행장의 출근이 막히면서 경영 전략 수립, 인사 등 주요 경영 활동에도 제대로 임하지 못하는 상황이 빚어지고 있다. 현재 집무실 밖을 전전하며 업무를 수행하고 있지만 내부 소통이 쉽지 않은 탓이다.

특히 기업은행의 고유한 역할인 중소기업 지원‧육성에도 단기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한국 경기 부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미‧중 무역분쟁,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위험) 등 대외 불안 요인까지 겹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어느 때보다 기업은행의 역할이 중요한 시점에서 최고경영자의 활동이 제한되는 것에 대한 우려섞인 시선이다.

기업은행 내부적으로는 이달 임기 만료를 앞둔 부행장‧자회사 인사가 이뤄져야 한다. 이 역시 윤 행장이 직접 챙겨야 하지만 은행 외부에서 인사를 단행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조직 개편도 늦어질 가능성이 높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중소기업 지원, 계열사‧자회사 인사 등 중요한 경영 사안들이 있다”며 “조속히 노사 간 화합을 통해 경영 정상화를 이루고 은행 본연의 업무에 집중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 “외부 출신이지만 은행장 자질 충분해”

금융권 안팎에서는 은행 실무를 경험이 없다는 이유로 노조가 윤 행장의 자질을 과하게 문제 삼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윤 행장이 청와대‧기재부 관료로서 경제‧금융 정책 전반을 다뤄온 만큼 정책 금융기관인 기업은행장 역할을 수행하는 데 부족하지 않다는 평가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3일 ‘2020 범금융 신년 인사회’에서 윤 행장 임명 제청과 관련 “전체 이력을 보면 (기업은행장에) 적합한지 여부가 나온다”며 “직원들도 겪어보면 훌륭하고 능력 있는 분이라고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역시 윤 행장의 현 경제‧금융 정책에 대한 이해도를 높게 사고 있다. 앞서 2018년 윤 행장을 경제수석으로 선임했을 때에도 “지속 가능한 성장과 인간 중심 경제 패러다임의 중요성을 강조해온 사람”이라며 “소득주도 성장과 혁신 성장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문제인 정부의 경제정책을 힘 있게 실행할 것”이라고 배경을 밝힌 바 있다.

임명권을 가진 청와대에서는 윤 행장이 문재인 정부가 추구하는 방향성에 맞게 기업은행을 이끌어 갈 적임자라고 보는 셈이다. 특히 중기 정책 경험으로 중소기업을 지원‧육성하는 기업은행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난 3일 윤 행장 임명과 관련 “청와대에서 근무했던 분들은 현 정부의 국정철학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다”며 당위성을 설명하는 한편 노조에 우회적으로 반박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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