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수 '협동조합 성공의 길'] 공정함이 협동조합을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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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수 '협동조합 성공의 길'] 공정함이 협동조합을 키운다
  • 김진수 농협대 협동조합 경영과 교수
  • 승인 2019.12.25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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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조합 운영에 무임승차자 늘어나는 폐해 어찌할까
정부 해결 기대기보다 공동체 구성원간 '신뢰' 자본으로 풀어가야
'신뢰', 단시간에 쌓기 어려워...정부, 공정한 법집행으로 여건 마련해줘야
김진수 농협대 교수
김진수 농협대 교수

[김진수 농협대 교수] 협동조합을 실제 운영하게 되면 부딪히는 제일 큰 문제가 얌체 같은 일부 조합원들의 행동이다. 그 바탕에는 무임승차(free rider)를 하려는 인간의 이기심이 있다. 얌체들로 인해 여럿이 함께 하는 행동(collective action)에 참가하는 나머지 사람들의 기운이 빠지고 협동조합의 사업 성과가 떨어진다.

무임승차라는 개념은 1965년 출간된 맨슈어 올슨(Mancur Olson)의 책 '집단행동의 원리(The Logic of Collective Action)'이후 널리 알려졌다. 올슨은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공통의 이익(public goods)을 위해 개인은 노력하지 않는 것이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1965년 '무임승차' 개념 등장

올슨의 주장은 크게 셋으로 요약될 수 있다. 첫째 합리적인 개인이라면 집단행동으로 얻을 수 있는 이익은 전체에게 돌아가지만, 집단행동에 참여하는 비용은 자신이 부담하기 때문에 비용이 이익보다 크다면 참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둘째, 작은 집단에서는 자신의 몫이 어느 정도 크고 집단의 사회적 압력도 크지만 집단이 대규모화되면 몫도 적어지고 사회적 압력도 작아진다는 것이다.

셋째, 대규모 집단에서 집단행동을 끌어내기 위해서는 개인에게 맡겨두어서는 안되고 집단 리더의 조직관리기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올슨은 자기 주장의 근거로서 미국 노동조합을 예로 들었다.

무임승차 심해지더라도 정부 나서선 안돼

무임승차자가 많아 공동체의 문제해결이 안되는 것을 '집단행동의 딜레마'라고 한다. 공동체 스스로 문제해결을 못할 때 공동체 구성원들은 정부를 쳐다보게 된다. 정부가 나서서 문제해결에 개입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정부의 개입은 비용이 많이 들고 공동체의 개별 현실에 적절하지도 않았다는 평가가 많다.

특히 이런 평가는 비영리기구가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서구에서 사회구성원의 신뢰를 통해 집단행동의 딜레마를 해결하자는 시민사회 운동 쪽에서 많은 지지를 받고 있다. 사회구성원의 신뢰는 사회자본(social capital)의 핵심구성부분이다. 신뢰 즉 사회적 자본은 그 축적이 이루어지는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문제점이 있다.

스포츠는 무임승차나 꼼수를 허용하지 않는 '공정함'을 배우는 기회다. 세계 최강인 한국의 여자 쇼트트랙팀. 팀원들이 무임승차하지 않고 각자 최선을 다해 금메달을 따고, 함께 즐거워한다. 사진= 연합뉴스
스포츠는 무임승차나 꼼수를 허용하지 않는 '공정함'을 배우는 기회다. 세계 최강인 한국의 여자 쇼트트랙팀. 팀원들이 무임승차하지 않고 각자 최선을 다해 금메달을 따고, 함께 즐거워한다. 사진= 연합뉴스

영국, '사회적 자본'으로 무임승차자 문제 해결

어떻게 보면 무임승차자 문제를 해결하는 사회적 자본이 가장 빨리 축적된 곳이 협동조합이 최초로 성공적으로 정착한 영국이라고 할 것이다. 흔히 영국은 불문법의 국가로 알려져 있어 법률문화가 고도화되지 않고 내용이 치밀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영국은 12세기부터 일반시민이 참여하는 배심원제도를 운영하여 공정한 법집행에 대한 시민의 신뢰가 높은 나라였다. 배심원제도가 여러 명의 배심원이 참가하기에 비용이 많이 들고 시간도 많이 소요되기는 하나 재판 전체 과정이 투명하게 공개되고 유무죄를 배심원이 결정하기에 법집행에 대한 신뢰가 오래 기간 축적되었다. 유럽대륙의 법복귀족이 주도한 프랑스의 재판보다 시민의 신뢰가 높았다. 프랑스 혁명당시 법복귀족은 많이 희생되었다.

12세기 영국의 헨리 2세는 교회와 봉건영주의 전횡을 억누르기 위해 배심제도를 도입했다. 헨리 2세는 마을에서 죄를 저지른 적이 없는 일반인 중에서 배심원(jurare)를 구성하고, 배심원들이 용의자를 기소해야지만 정식재판이 시작되었다. jurare는 ‘진실을 말하겠다고 맹세한다’라는 라틴어로, 여기서 배심원을 뜻하는 단어 'jury'가 나왔다.

배심원의 경험이 있는 일반인들은 언제든 자기가 용의자가 될 수 있기에 신중하게 그 절차에 참가하게 되고 자신을 포함한 배심원의 판단을 존중하고 믿게 된다. 배심원 참가자의 수는 시간이 갈수록 늘어나기에 법집행의 공정성에 대한 사회구성원의 믿음 또한 커지게 되는 것이 자연스럽다.

공정(fair)한 법집행은 사회구성원의 재산과 생명에 관한 일을 다루므로 공적인 신뢰의 중요한 출발점이다. 법을 준수하는 문화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법이 먼저 공정하게 집행되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영국은 법을 준수하는 문화가 자리잡아 일찍부터 공적 신뢰가 높은 나라라고 할 것이다.

'공정'을 가르치는 스포츠, 꼼수 허용 안돼

법집행을 주관하는 법관은 종종 스포츠 경기의 심판에 비유되기도 한다. 그 이유는 아마 재판이 한쪽 편을 들지 않고 공정하게 판정하는 것이 법관의 핵심적 가치이기 때문일 것이다.

공정을 이야기함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스포츠이다. 경기가 공정하지 않다면 우리는 그 경기에 흥미를 가지지 않을 것이다. 영국은 근대 스포츠가 태어나고 발전한 나라다. 럭비, 축구, 테니스 등 스포츠의 원조가 영국이다. 이들 스포츠는 영국에서  '페어 플레이(fair play)' 정신을 가르치기 위해 각 학교(public school)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교육과정이었다. 럭비는 뒤로 패스하고 축구는 오프사이드를 허용하지 않는다. 승리를 얻기 위해 꼼수를 쓰는 것을 막기 위한 장치이다.

스포츠를 하는 것이 단순히 신체를 건강하게 하기 위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우리는 유심히 살펴봐야 할 것이다. 어떤 수단을 사용해서든 성적을 높이고 그 성적에 최고의 가치를 부여하는 현재의 한국 교육에는 신뢰가 자리할 공간이 없다는 점을 우리 모두가 빨리 알았으면 한다.

"협동조합은 신뢰의 공동체"...행정부도 공정성 높여가야

협동조합은 주식회사와 자본소유구조와 지배구조가 다른 사업체가 아니라 신뢰의 공동체로 이해되어야 한다. 협동조합이 뿌리내리고 성장한 역사는 신뢰를 축적한 바탕에서 영국과 유럽사회가 써내려간 것이라는 점을 우리는 반드시 살펴야 한다

협동조합이 신뢰의 공동체이기에, 기본적으로 협동조합기본법은 신뢰에 바탕을 둔 법률이기에 협동조합에 대한 정부의 통제권이 제한적이다. 법률을 집행하는 행정부 관료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것은 행정부의 통제권이 없으니 내가 관여할 바 아니라는 방관자적인 태도를 취할 것이 아니라 행정부의 법집행의 공정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들을 지속적으로 수행하는 것이 우리 사회를 보다 신뢰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점을 유념해 주었으면 한다.

● 김진수 농협대 교수는 서울대 법대 사법학과를 졸업하고 농협중앙회 기조실, 농업경제기획부에 근무했으며 2012년부터 농협대학교 협동조합 경영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결사의 자유의 관점에서 본 협동조합'등 다수의 논문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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