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 부재' 피한 롯데...신동빈 숙원 지주체제 완성까지는 '험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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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수 부재' 피한 롯데...신동빈 숙원 지주체제 완성까지는 '험난'
  • 변동진 기자
  • 승인 2019.10.17 17: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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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신동빈 회장 70억원 뇌물공여 '유죄'로 결론
롯데면세점 특허 취소 위기...지주체제 '마지막 퍼즐' 호텔롯데 상장 만만찮아
서울세관장, 면세점 특허 취소 결정권 쥐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사진제공=롯데지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사진제공=롯데지주

[오피니언뉴스=변동진 기자] 신동빈(64) 롯데그룹 회장이 국정농단·경영비리 사건 상고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확정받아 ‘총수 부재’라는 최악의 위기는 넘기게 됐다.

다만 면세점 특허를 청탁하는 대가로 70억원 뇌물을 준 혐의에 대해선 유죄 판단을 받아 지배구조 개선의 마직막 퍼즐인 ‘호텔롯데 IPO(기업공개)’는 당분간 보류될 가능성이 커졌다.

◆롯데, ‘총수 부재’라는 최악의 위기는 면했다

대법원 3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17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 등 혐의로 기소된 신 회장의 상고심에서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신 회장은 2016년 3월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특허를 청탁하는 대가로 박 전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 씨가 실소유한 K스포츠재단에 70억원을 추가 지원한 혐의(뇌물공여)로 기소됐다.

1심은 신 회장의 뇌물공여 혐의를 인정, 징역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 요구에 ‘수동적으로 뇌물’(강요에 의한 뇌물공여)을 줬다는 점이 양형에 반영돼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고 풀려났다.

신 회장은 또 신격호 명예회장 등과 공모해 롯데시네마가 직영하던 영화관 매점을 누나인 신영자(77) 전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등이 최대주주로 있는 회사에 임대해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업무상 배임)도 받는다. 이와 함께 롯데그룹에서 아무런 직무를 수행하지 않는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現 SDJ코퍼레이션 회장)과 신 총괄회장 사실혼 배우자인 서미경 씨와 딸 유미 씨에게 급여를 지급한 혐의(업무상 횡령) 등도 있다.

경영비리 1심 재판부는 매점 임대 관련 배임과 서 씨 모녀 급여 관련 횡령 혐의 등을 유죄로 판단해 징역 1년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신 전 부회장 급여 관련 횡령 혐의 등을 포함한 나머지 경영비리 혐의는 모두 무죄로 판단했다.

2심에서는 횡령 혐의는 무죄를 인정받았지만, 매점 임대 관련 배임 혐의는 1심과 같이 유죄가 인정됐다.

대법원이 국정농단·경영비리 혐의에 대해 2심 판단이 옳다고 판단했지만, 롯데그룹은 ‘총수 부재’의 위기를 면하게 됐다. 신동빈 회장 역시 경영 정상화에 더욱 집중하는 한편, 신(新)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광폭행보를 이어갈 것으로 재계는 관측한다.

◆신동빈 숙원 '지주체제 완성', 당분간 추진 어려울 듯

그러나 신 회장의 숙원인 ‘지주회사체제 구축’은 당분간 추진하기 어렵게 됐다. 지주체제 완성의 핵심 기업인 호텔롯데가 약 1조원 안팎 매출을 올리던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을 잃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현재 롯데그룹의 지배구조는 롯데지주와 호텔롯데(일본계 지분 99%)를 양대 축으로 한 과도기 상태다. 당초 한·일 롯데의 지배구조는 신격호 명예회장 일가의 회사인 광윤사를 정점으로 ‘일본 롯데홀딩스 → 호텔롯데 → 계열사’로 연결돼 있었는데, 신 회장은 일본 지배로부터 독립하기 위해 지난 2017년 롯데제과, 롯데칠성음료, 롯데푸드, 롯데쇼핑의 분할합병, 지주사인 롯데지주를 설립했다.

또한 지난해 10월 롯데지주 체제 밖에 있던 롯데케미칼 지분을 매입해 사실상 롯데지주 자회사로 편입시켰다. 최근에는 롯데카드와 롯데손보 롯데캐피탈 지분을 매각, 금산분리를 마무리했다.

이로써 남은 퍼즐은 호텔롯데를 상장해 일본계 지분율을 50% 밑으로 낮추는 것이다. 하지만 신 회장 뇌물공여 혐의의 유죄 확정으로 호텔롯데의 매출 80% 이상을 차지하는 면세 사업부는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를 잃을 위기에 처하게 됐다. 관세법상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면세점 특허를 받은 경우 특허가 취소되기 때문이다.

실제 호텔롯데 지난해 매출액(6조4475억원) 중 면세 사업부 매출비중은 82.3%(5조3076억원)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월드타워점의 연간 매출액이 약 1조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호텔롯데 총매출의 6분의 1가량이 증발되는 셈이다.

롯데면세점. 사진제공=연합뉴스
롯데면세점. 사진제공=연합뉴스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특허 취소 되나…칼자루는 관세청에

월드타워점 특허 취소 여부의 최종 판단은 관세청의 법규 해석에 달렸다. 신 회장 뇌물공여 혐의 1심 재판부가 판단처럼 ‘부정한 방법으로 특허를 받았다’고 본다면 면허가 취소될 수 있지만, ‘별다른 특혜를 받지 못했다’는 판단에 무게를 싣는다면 다른 결론이 나올 여지가 있다.

검찰 측은 롯데의 ‘K스포츠재단 70억원 추가 지원’에 대해 월드타워점 특허를 취득해 호텔롯데 상장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한 뇌물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신 회장 측은 뇌물공여 혐의 재판 내내 박 전 대통령이나 최 씨에게 뇌물을 준 것이 아니라 사회공헌 차원에서 내린 결정이라고 항변했다. 롯데 측도 이같은 이유로 70억원 지원 당시 ‘기부영수증’을 받은 것이라고 주장한다. 즉 월드타워점 선정은 정당한 심사를 거친 것이라는 입장이다.

관세청 관계자는 “대법원 판결문 내용을 면밀히 검토해야 대응 방향을 정할 수 있을 것”이라며 “판결문을 보기 전까지 속단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면세점 특허는 담당 세관장이 결정하는 사안”이라며 “취소 여부도 서울본부세관장이 법률 검토 등을 거쳐 결정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롯데그룹은 신 회장 상고심에 대해 “그동안 큰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많은 염려와 걱정을 겸허히 새기고 국가와 사회에 기여함으로써 신뢰받는 기업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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